출판사 서평
『정적을 이긴 용기』는 잘 쓴 글보다 먼저, 솔직하게 살아낸 시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산문집이다. 추미은 교사의 지도 아래 경명여자중학교 책쓰기반 학생 스무 명이 참여한 이 책은 대구광역시교육청 책쓰기 프로젝트의 결실로, 한 해 동안 아이들이 마주한 자신과의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글들은 어른의 시선으로 정리된 성장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통과하고 있는 청소년의 목소리 그 자체다.
1부 「유일무이한 나」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정의하는 언어를 조심스럽게 찾아 나선다. 토마토 같은 사람, 천 원짜리 지폐 같은 사람, 여러 억양이 섞인 목소리를 가진 사람 등 자신을 바라보는 비유는 짧지만 또렷하다. 특별해 보이기 위해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들여다보려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 유일무이함은 남보다 뛰어남이 아니라, 각자의 삶이 서로 다르게 축적되어 왔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2부 「감정을 마주한 순간」은 이 책의 정서적 중심을 이룬다. 시험 기간의 소소한 웃음, 새벽 비 오는 길에서 만난 부모의 사랑, 친구와의 갈등, 가족에 대한 후회와 그리움까지 글 속 감정은 매우 구체적이다. 특히 아이들이 서로의 글을 읽고 울고, 위로하고, 공감했다는 지도교사의 기록은 이 산문집이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완성된 책’임을 보여준다. 글쓰기는 여기서 개인의 표현을 넘어, 서로의 마음을 건너가는 다리가 된다.
3부 「실패함에도 불구하고」에서는 아이들의 용기가 가장 선명해진다. 시험을 망친 이야기, 반 배정에 대한 좌절, 인간관계의 균열, 자책과 우울까지 이 글들은 실패를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실패를 겪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된 순간을 담담히 기록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아이들은 말하지 않으면 더 커졌을 정적을 글로 깨뜨린다. 그 선택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성장이다.
『정적을 이긴 용기』는 문장의 완성도를 경쟁하지 않는다. 대신 진심을 숨기지 않겠다는 태도를 끝까지 지켜낸다. 그래서 이 책은 청소년 산문집이면서 동시에,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질문이 된다. 우리는 과연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정직하게 마주하고 있는가. 조용하지만 단단한 이 목소리들은 오래 남아, 독자의 마음에도 작은 울림을 남긴다.
책 속에서
프롤로그
스무 명의 학생들이 함께한 책쓰기 동아리 활동의 결실을 조심스레 내보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들여다보며 마주한 감정과 숨겨 왔던 실패의 고백까지 아이들이 용기 내어 써 내려간 진심 어린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1부. 유일무이한 나
동아리 첫 시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적은 글을 보며, 진심이 담긴다면 분량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짧지만 강한 문장들에 ‘올해는 더 깊이 있는 글들이 나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부. 감정을 마주한 순간
두 번째 차시부터는 어떠한 감정이라도 좋으니 자신이 마주했던 감정과 그 순간을 꺼내보자며 한 시간은 쓰고, 이어서 돌아가며 발표하고 합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합평 첫날, 마지막 발표자가 글을 읽는 데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신의 이야기인 것마냥 슬퍼하며 울던 3학년 학생이 2학년 발표자에게 다가가 위로해 주던 그 순간, 우리는 글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마주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3부. 실패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에는 거창한 실패가 아니라 정말 사소하고 일상적인 실패들이 가득합니다. 시험공부를 하지 않아 경험한 실패담부터 원치 않은 반 배정의 실패와 같이 외부로 인해 느낀 좌절, 현재 사춘기에서 겪는 깊은 고민들까지 진솔하게 담겨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실패담을 숨기려 하지 않고 기꺼이 꺼내어 놓았습니다.
이 책 안의 글들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고, 때로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호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만, 스무 명의 학생들이 누구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거짓 없이 솔직하게 쓰기 위해 용기 내었습니다. 숨기고 있던 감정을 꺼내 놓았으며 떠올리기조차 부끄러운 실패를 다시 마주했습니다. 그 용기 자체로 우리의 1년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