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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독보적인 연구 분야로 떠오른 서사적이며 표현적인 역사화

1 계유정난
역사화, 서용선의 역사 그리기 …… 정영목

2 단종복위
김시습과 ‘자규사’ …… 심경호

3 유배의 길
서용선의 역사화: 역사적 사색, 이해의 조건 …… 최윤정
서용선의 생생한 생각들: 단종 역사 드로잉 …… 강주연

4 역사의 창
우리는 왜 500년 전 죽은 어린 왕을 이렇게 오래 기억하고 되살리는가?…… 김효원
단종과 계유정난 그림_ ‘계유정난의 역사화 제작’에 관하여 …… 서용선

서용선의 단종 그림 전시 리스트
저자 소개
저자 : 서용선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 초반 소나무를 하이퍼리얼리즘 양식으로 다룬 작품을 통해 화면의 평면성과 형상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 단종 페위, 동학농민운동, 한국전쟁 등 역사적 사건 속에 휩쓸린 인간의 비극을 비롯하여,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실존과 불안 등을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그려냈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시간적으로는 인간 상상력의 원형을 보여주는 신화의 시대로, 공간적으로는 뉴욕, 베이징, 베를린 등 세계 각지의 도시와 국내 곳곳의 풍경으로 확장해 나갔다. 한편 작가 생활 내내 지속하고 있는 자화상 연작은 ‘그리는 자’로서 인간을 연구하는 기본 단위이자 자의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테마 중 하나이다.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었고 제26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주요 개인전으로 《미래의 기억》(일민미술관), 《2009 올해의 작가》(국립현대미술관), 《시선의 정치》(학고재갤러리), 《신화, 또 하나의 장소》(조선일보미술관), 《서용선의 도시 그리기: 유토피즘과 그 현실 사이》(금호미술관/학고재갤러리), 《한국전쟁 정전60주년 특별전: 기억·재현, 서용선과 6·25》(고려대학교 박물관), 《역사적 상상: 서용선의 단종실록》(아트센터 화이트블럭), 《2016 아르코미술관 대표작가전: 확장하는 선, 서용선 드로잉》(아르코미술관), 《내 이름은 빨강》(아트선재센터), 《서용선의 단종 그림》(영월관광센터 외) 등이 있다. 작품과 글을 모은 책으로 『서용선 2008→2011』, 『서용선 작업 노트: 사람의 도시』가 있다.

저자 : 정영목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명예교수.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 서울대학교 미술관장, 서울대학교 조형연구소 소장, 서양미술사학회, 한국미술이론학회 회장을 지냈다. 평론 활동과 함께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인 《Zeitgeist, 시대정신》, 고려대학교 박물관의 《한국전쟁 정전60주년 특별전: 기억·재현, 서용선과 6·25》, 2010년 《노란선을 넘어서》(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전)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지은 책으로 『화가 김병기, 현대회화의 달인』, 『시선의 정치: 서용선의 작품세계』, 『장욱진 catalogue raisonne』 『단순한 사람, 장욱진』 등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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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림으로 읽어가는 계유정난, 그리고 단종애사

1)계유정난
이 책에서는 서용선의 ‘단종 그림’을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했다. 문을 여는 그림은 1453년의 비극적 사건을 붓으로 반추하는 화가 자신의 모습을 그린 〈계유년 그리기〉다(10쪽). ‘조형’으로 역사에 개입하며 해석하는 작가의 ‘서사적 자화상’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역사적 사건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기억과 기록, 상상 속에서 작동되기에 단지 작가에게만 적용되는 일이 아니다. 기억을 갖고 있는 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도 역사에 개입하며 각자의 ‘서사적 자화상’을 만들 수 있다.
1장의 제목은 비극의 서막인 ‘계유정난’이지만, 화가는 그 이전의 배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다양한 인물을 호출한다. 이를테면 윗세대를 그린 〈세종과 양녕〉(12쪽)은 어떤 배경으로 연결될까. 양녕은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주며 권력에 초탈한 인물로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한편으로 수양을 부추켜 조카를 죽이게끔 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나의 결로 단순하게 해석될 수 없는 복잡한 인간사, 그 이율배반성을 바라보는 화가의 의식이 드러난다. 문종이 승하하며 세자의 앞날을 부탁하는 〈고명〉(16쪽), 정난을 모의하는 수양대군 일파의 긴장된 모습, 살해되는 김종서와 고명대신들, 그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단종의 불안정한 심리가 드러나기도 한다.

2)단종복위
2장 ‘단종복위’에서는 왕이었던 자와 왕이 된 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신하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성삼문, 이개 등 사육신의 처절한 고통이 서용선 특유의 강렬한 원색과 거친 붓질로 아프게 되살아난다. 이어서 ‘역모의 땅’으로 불리게 된 순흥에서 있었던 금성대군과 이보흠의 복위 운동의 실패, 생육신의 대표격인 매월당 김시습의 고절한 모습도 주제로 담겼다. 서용선의 인물들은 때로는 각각의 마음 속 풍경을 드러내며 독립적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벌어진 사건의 흐름이 재구성되어 종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3)유배의 길
작품집의 클라이맥스라고도 할 수 있는 3장은 영화 〈왕이 사는 남자〉에도 등장했던 시공간과 인물들이 주를 이룬다. 화가는 영월 청령포로 떠나는 단종 일행과 그를 바라보는 백성들의 모습과 표정에서 그들의 생각을 읽어내게 만든다.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을 달래면서 두견새를 노래했다던 매죽루(자규루)에서의 단종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246, 248쪽),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청령포의 풍경도 흥미롭다. 폐위된 왕을 가두었던 공간은 때로는 단순하고 명확한 색면의 산과 물 속에 덩그렇게 남은 집 한 채로 그려지고, 때로는 현재를 살아가는 화가가 그곳의 소슬한 바람결까지 느껴지게끔 그린 생생한 현실 속 풍경화로 나타난다.(252~267쪽). 이 장에서는 무엇보다 40년째 이어지고 있는 단종 연작의 출발점인 작품이 등장한다. 서용선은 1986년 청령포 물가에 앉아서 단종 이야기를 들으며 강물에 시신이 떠내려가는 환영을 보는 듯한 강렬한 체험을 했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역사와 비극을 그려야겠다는 실마리를 잡았다고 한다. 그 첫 작품이 서강의 푸른 물살 속에 붉은 알몸의 시신이 되어 일렁이듯 떠도는 〈청령포, 노산군〉이다.(269쪽) ‘절망’이라는 부제가 붙은 작품 〈노산군〉에는 세상에 작별을 고하듯, 혹은 하고 싶은 말이 아직 남았으니 잡아 달라는 듯, 왼손 하나만 푸른 강물 위로 솟아 나왔다.(281쪽)

4)역사의 창
마지막 장 〈역사의 창〉은 단종 사후와 복권, 그리고 남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 등장하는 인물은 소년 왕의 마지막을 지켰다고 전해지는 엄흥도다. 3장에서 가로놓인 물길을 두고 마주보는 모습으로 나타난 엄흥도는(274쪽), 단종의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한다는 엄명에도 어느 달밤, 결의하듯 웃통을 벗고 청령포 앞 강물 속으로 뛰어들려고 한다(310쪽). 거침없이 물살을 헤치며 떠내려가는 단종을 붙잡는 모습(312쪽), 축 늘어진 소년의 시신을 들쳐 메고 나무를 헤치며 산을 오르는 엄흥도의 모습이 시공간을 넘어 우리에게 전해진다.(314쪽) 그밖에도 단종을 모시던 궁녀와 시종이 봉래산 자락 바위에서 몸을 던진 모습을 그린 〈낙화〉(317쪽)도 등장한다. 단종이 죽은 후 태백산의 산신령이 되었다는 전설, 그의 묘지인 장릉의 풍경, 그리고 세조의 이야기가 담긴 상원사를 지나 책을 닫는 마지막 그림은 〈역사의 창, 중앙청〉(347쪽)이다. 1990년대 초반 경복궁이 보이는 중앙청(구 조선총독부 건물) 창을 그리면서 작가는 조선시대와 현대를 이어주는 역사의 창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단종애사 역시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남겨진 기억과 흔적의 이야기이다.

5)서용선의 역사화와 단종애사를 조명하는 여섯 편의 글
이 책에는 서용선의 단종 그림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필자가 쓴 여섯 꼭지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첫 번째 글은 서용선의 단종 연작 및 역사화를 초기부터 주목했던 미술사학자 정영목의 「역사화, 서용선의 역사 그리기」이다. 이 책의 기획자이자 엮은이기도 한 정영목의 글은 역사화라는 미술사의 장르를 개관하며 ‘현대 역사화’로서 서용선의 작품을 자리매김한다. 또한 언문 가사 형태로 전해져 오던 〈한양가〉의 필사본(필자 정영목의 모친이 필사) 『한국 28대 왕세계』 속 단종 관련 기사 전문을 따라가면서 사건과 그림을 해설하며 책 전체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김시습 평전』에서 ‘고독한 자유인’ 김시습의 삶을 불러낸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명예교수 심경호는 「김시습과 자규사」에서 생육신 김시습에 초점을 맞춰 ‘단종애사’를 재구성한다. 특히 단종이 불렀다는 자규사가 이름 없는 선비나 민중이 널리 부르게 된 노래로 바뀌는 과정에서 김시습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흥미롭게 전해 준다.
미술비평가이자 큐레이터 최윤정의 글 「서용선의 역사화: 역사적 사색, 이해의 조건」은 서용선의 작품이 역사적 사건을 매개로 인간을 이해하는 조건을 회화적으로 재구성한다고 밝힌다. 사건의 재현을 넘어 “삶의 조건과 의미구조를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회화적 사유이자 인간 존재 접근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교차하는 이해의 장“으로 단종 그림을 새롭게 정의 내렸다.
아트디렉터 강주연은 「서용선의 생생한 생각: 단종 드로잉」에서 완결된 조형적 요소가 많은 페인팅보다 드로잉이 가진 선의 감각성에 주목하면서 특히 마음속의 불분명한 구상을 선명하게 하는 정신성을 강조한다. 즉 서용선의 단종 드로잉은 인문학적 연구와 현장을 누빈 체험으로 엮어낸 “생각과 감각의 뭉치”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언론인이자 영월 출신의 작가 김효원은 「우리는 왜 500년 전 죽은 어린 왕을 이렇게 오래 기억하고 되살리는가」에서 “비록 어린 나이에 친족의 손에 무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그 비극성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되살아나는 불멸의 왕이 된” 신격화 과정을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작가 서용선이 단종과 계유정난 그림의 제작 동기와 역사, 역사화에 대한 관점을 서술한 「단종과 계유정난 그림 ‘계유정난의 역사화 제작’에 관하여」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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