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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_스물여섯 살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가계도

이름 _나눌 분分
만남 _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문학소녀 _학교 밖 소녀의 생애
친구 _고순화와 김순화
일상 _예순넷, 여전히 예쁘고 싶다
아버지 _참으로 아버지다웠던 삶
노동사 _50년, 그 노동의 역사
시집살이 _애증
큰아들 주성 _눈물
개인택시 _‘부랄’ 두 짝밖에 없던 남편
내 집 마련 분투기 _열네 번의 이사와 반 보 전진
가사노동사 _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엄마의 엄마 _춘자의 전성시대

에필로그 _끝끝내 나는 정동분의 아들이었다
정동분의 생애
저자 소개
저자 : 송주홍
하고 싶은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속절없다는 걸 안다. 하여,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기자로 밥벌이를 시작해 젊은 날을 보냈다. 목수로 또 한세월 보내며 끼니를 해결했다. 그러다 불혹이 됐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돈다. 상상해서 지어내는 글, 감성 자극하는 말랑한 글, 미사여구로 압도하는 글, 못 쓴다. 학자처럼 도도하게 가르치는 글 또한 쓸 줄 모른다. 몸으로 보고 듣고 느낀 것에 관해서만 겨우 쓴다.
아들이자 기록자로 1년 넘게 엄마를 인터뷰했다. 오래 곁에 있었으나 잘 몰랐던 엄마의 삶을 받아 적었다. 그 삶 앞에 오래 머물렀다. 지은 책으로 《노가다 칸타빌레》, 《노가다 가라사대》가 있다.
e-mail: mutju3256@naver.com

구술 : 정동분
1961년 청주에서 태어났다. 형편이 어려워 국민학교 5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열네 살부터 3년가량 책방 사장 집에서 더부살이했다. 그곳에서 시와 소설을 읽고 때로 썼다. 열여섯 살, 직물공장에 취직했다. 섬유공장과 제화공장에 다녔다. 열여덟 살 때 대전 문화동 성보극장에서 송일영을 처음 만났다. 스물두 살, 청주 복대동에 살림을 차렸다. 신혼 1년 만에 시댁으로 들어가 5년가량 시집살이를 했다. 이후에도 시어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가까이에서 살폈다. 스물세 살 때 큰아들 주성을, 스물일곱 살 때 작은아들 주홍을 낳았다. 서른두 살 때 뒤늦게 결혼식을 올렸다. 서른여섯 살, 송일영과 이불 가게를 열었다. IMF 여파로 5년 만에 가게를 접고 길바닥에서 이불을 팔았다. 이후 식당일과 가사도우미, 야채 장사 등을 했다. 쉰여덟부터 예순여섯인 지금까지 병원 청소노동자로 일한다. 여든 살까지 엄마로 사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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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나눌 분(分)이라는 이름처럼 살아온 삶

동녘 동(東), 나눌 분(分).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 ‘동분’은 그녀가 살아갈 삶의 방식을 이미 예언하고 있었다. 술과 노름으로 가계를 탕진한 아버지가 왜 하필 딸에게 그 이름을 붙여줬는지, 동분은 평생 불만스러워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살았는데 나눌 것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 가장 많이 나눴다.
열두 살, 언니가 결혼으로 집을 떠나자 동분은 학교를 그만뒀다. 막내 여동생 현희를 업어 키우며, 어머니를 대신해 살림을 꾸렸다. 결혼 후엔 시어머니의 눈총을 받으며 영희와 철수를 맡았다. 피를 나누지 않은 조카들을 동분은 초등학교 입학식까지 데려다줬다. 쌀을 한 되씩 사야 했던 살림이지만 남편 친구가 찾아와 밥을 축내도 묵묵히 퍼줬다. 야채 장사 아르바이트 7년의 퇴직금으로 달랑 10만 원을 받은 날에도 그 분노를 자식에게 옮기지 않았다. 이불 세일 매장이 IMF에 직격탄을 맞아 길바닥에 나앉아서도 친구 김순화의 이사를 두 팔 걷고 도왔다. 이름 탓이었을까? 이름이 동분의 인생을 그렇게 이끌었을까, 동분이 이름을 따라 그렇게 살았을까?

지워진 여성의 삶-노동의 기록

정동분은 열네 살, 짐 보따리 하나 들고 동아책방 사장 댁으로 들어가던 날부터 예순네 살인 현재도 새벽 5시에 일어나 병원 청소를 나선다. 그의 삶은 곧 한국 현대 노동사의 민낯이자, 기록되지 못한 여성 노동의 역사다. 그가 거쳐 간 일터의 풍경을 나열만 해도 한 시대가 그려진다.
대구의 직물공장, 신탄진의 통조림 공장, 제화공장. 주야 2교대 열두 시간 노동에 월급 9000원. 전날 먹은 찌개를 데워주는 ‘개밥’ 같은 점심. 근로계약서 없는 7년의 야채 장사, 퇴직금 10만 원. 시장에서 이불을 펼치다 함박눈을 맞아 물건을 죄다 버렸던 겨울, 대관령의 매서운 바람에 등받이 베개가 차도로 굴러가던 날. 이 모든 건 수치나 통계 따위에 잡히지 않은 노동이었다.
가사노동은 더하다. 열두 살부터 책임지게 된 살림, 결혼 후 이어진 시집살이-새벽부터 마당을 쓸고, 아이들을 씻기고, 된장을 담그고, 메주콩을 밟고, 배추를 절이는 일은 ‘노동’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아내, 며느리, 엄마가 하는 일일 뿐이었다. 이렇듯 이름 붙지 않은 노동은 착취도 희생도 아니었다.
아들은 엄마의 노동사를 묵묵히 복원했다. 동분의 야무진 손과 성실함이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쌔가 빠지게 일한 몸뚱이’로 ‘노동’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함께 마시는 30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는 예순네 살 동분의 고백은, 그의 50년 노동의 무게를 어렴풋이 짐작케한다.

사랑의 이름은?

사랑이 어떤 모양으로 존재할까. 동분의 삶에서 사랑은 호명되지 않는다. 사랑은 밥을 차리거나, 빨래를 쥐어짜거나, 이사하는 친구네 집 바닥을 걸레로 닦거나, 새벽에 홍시를 따다 입에 넣어주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남몰래 쉼 없이.
동분의 어머니이자 작가의 외할머니 김춘자는 열 살에 고아가 되어 평생 남을 먹였다. 어머니 동분은 열두 살부터 살림을 시작해 평생 제 몸을 나누며 살았다. 이 두 여자의 삶은 거울에 비친 듯 닮아 있다. ‘모성애’라는 말만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헌신을 작가는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을 통해 깊이 바라보고 이해한다.
동분과 그의 시어머니 김동춘과의 관계는 더 복잡하다. 30년 가까이 구박하고 면박했던 시어머니가 임종을 앞두고 건넨 말이 “고맙다야, 너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나 싶다.”였다. 동분은 그 한마디를 오래도록 기억한다. 그토록 가혹했던 관계가 그 한마디로 해소되지는 않았겠지만, 동분은 장례식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이 불완전한 화해는 동분의 삶이, 그리고 우리의 현실 관계들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준다.
동분은 예순 번째 생일날 친구 ‘순화’를 잃었다. 그날 이후로 생일이 오면 습관처럼 순화를 떠올린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린다. 순화야, 거기서는 좀 편하게 지내고 있냐고. 나는 조금 더 살다가 가겠다고. 동분의 이 독백이 바로 사랑이다. 거창하지 않고, 문학적이지도 않다. 수식 없고 투박한 이 장면은, 사랑은 아름다운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을 잊지 않는 습관임을 보여준다.

엄마를 사랑하는 계기

이 책은 61년생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자신의 엄마, ‘정동분’을 호명하면서 수많은 다른 이름-딸, 아내, 며느리, 엄마, 노동자, 친구를 한꺼번에 불러냈다. 역사책에는 없는 그 수많은 이름이 남긴 발자국을 쫓아 기록하며 역사의 공백을 채웠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엄마’를 한 인간으로 온전히 알지 못한다. 취미가 쇼핑이고, 한때 문학소녀였으며,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고, 친구를 잃은 슬픔에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우는 여자, 61년생 정동분을 통해 작가는 이렇게 당부한다. “당신이 당신의 엄마를 비로소 사랑하는 계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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