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내가 완전히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어디에도 말할 수 없었다. 삶의 방향과 목표가 없다는 것이 부끄러웠고 내 존재가 불완전하게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자신의 삶을 잘 꾸려 나가는 듯했다. (…) 처음에는 진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새로운 목표를 찾아내서 인생을 걸고 도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애초에 엉뚱한 곳을 헤매고 있었나? 아니면 마음가짐이 너무 안이했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몇 주, 몇 개월, 몇 년이 지나도록 삶의 목표를 찾지 못했고 점점 더 절박해졌다는 사실이다. 목표를 찾고 싶다는 열망은 서서히 곪아가더니 급기야 목표가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만 해도 된다는 발악으로 변했다. 병을 고칠 수 없다고? 그럼 증상을 완화할 방법을 찾으면 되잖아? 책임감처럼 보이는 것들을 찾아서 착시 효과를 노려야 했다.
[어느 날 오두막을 사기로 했다]
오두막은 그런 의미에서 완벽한 연습장이었다. 심지어 우리가 뭘 하는지 지켜보며 싫은 소리만 내뱉을 참견쟁이들과 멀찍이 떨어져 연습할 수 있었다. 오두막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안전한 장소였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듯이 춤추라는 말도 있지 않나. 우리는 비꼬는 말투로 “흠,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라고 한마디 툭 던지는 사람 없이 집을 짓고 싶었다. 이 오두막에서는 절단면이 직선이 아니어도, 못이 구부러져도 괜찮았다. 바닥이 조금 기울어져도, 진입로가 단단하지 않아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 전동공구로 재밌게 나무를 자르면 그만이었다. 드릴의 전원 스위치를 꾹 누르고 톱으로 판자를 잘라내면 충분했다.
[일단 맥주부터 마시고]
도착했을 때 느꼈던 불안감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오두막에 있다 보니 금세 마음이 편안해졌다. 우리는 요리를 하고 술을 마시며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오두막의 저녁 일과를 만들었다. 그러는 내내 녹슨 금속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렸다. 허리케인 램프의 흐릿한 불빛 속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미니 무선 스피커와 낡은 아이팟을 연결해 음악을 들었다. 가만히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며 우리가 만들어낸 작품을 감상하고 앞으로의 프로젝트를 구상하기도 했다. 이 공간에는 마법 같은 분위기가 서려 있었다. 도시와 달리 고요하기 때문일까. 우리는 사색에 잠겼다. 혹은 실외 전용 프로판 난로에서 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탓이었을 수도 있다.
[오두막이라는 비효율 시스템]
나는 천장에서 잘라낼 영역 바로 아래에 마음을 다잡고 섰다. 팔짱을 끼고 고개를 들었더니 레이의 외침이 들렸다. “가즈아아아아!” 그러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귀가 먹먹해지며 이명이 들리고 종말이 임박했다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을 뿐이다.
사방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헐거워진 천장 구석에서 단열재가 비처럼 쏟아졌다. 쥐똥, 부러진 못, 석고보드 조각도 혼돈의 비에 섞여 내려왔다.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 오두막에는 석고보드가 단 한 장도 쓰이지 않았으니까. 혹시 왕복 톱이 다른 차원에 구멍을 뚫어서 그쪽의 공간을 해체하기 시작한 걸까? 나는 수납장 뒤에 몸을 웅크리고 온 세상이 슬로모션으로 변하는 광경을 지켜봤다. 레이는 남북전쟁 시대의 미치광이 외과 의사처럼 보였다.
[레이는 말을 잃었고 나는 천장을 잃었다]
나는 부스러진 판자를 몇 달이나 의심 반, 두려움 반으로 바라보며 그쪽 바닥을 지나갈 때는 발을 세게 딛지 않으려 노력했다. 문제는 언제나 같았다. 이걸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몰랐다. 대체 어떻게 오두막 전체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판자를 빼내고 새 판자를 끼운단 말인가?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방식도 언제나 같았다. 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각각의 요소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알아내야 했다. 시간만 있으면 무조건 유튜브 영상이나 건축 규정집을 훑었다. 솔직히 말하면 답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즐겼던 것 같다. 강박이 집중력과 호기심을 일깨웠다.
[썩은 것을 걷어내는 일]
공구를 정리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거기에 시선이 머물렀다. 다들 엉망진창이었다. 드릴은 외벽용 스테인으로 여기저기 얼룩져 있었고 긁히고 파인 자국이 가득했다. 원형 톱의 신세도 다르지 않았다. 검은색 고무 손잡이는 닳고 닳아 진회색으로 변했다. 온갖 모양, 크기, 색상의 나사도 상자에 반쯤 남은 채로 수북이 쌓여 있었다. 나사 하나하나가 이곳을더 근사하게,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 작업들을 떠올리게 했다.
[결국 내가 손대야 한다는 것]
추천사
무엇보다 많은 현대인이 태어나기도 전에 잃어버린 것들을 이야기한다. 삶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채워야 하는가. 많은 독자들에게 이 책 자체가 마음의 숲속 오두막이 되리라 생각한다. 내게는 그랬다.
_장강명(소설가)
『월든』과 <나는 자연인이다>를 오가며 펼쳐지는 통찰과 유머 속에서,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물음표가 천천히 해답을 찾아간다.
_이다혜(《씨네 21》 기자)
‘더 안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뛰어넘어 기꺼이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한 인간의 진정성 있는 내면의 고백이다. 그럴듯한 아파트 하나쯤 마련해야 비로소 ‘어른의 삶’이 시작된다는 강박을 가진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가장 신속한 처방전이자, 달콤한 휴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_박상영(소설가)
숲으로 돌아가 손으로 일하고 싶은 그의 열망을 느낄 수 있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
_《뉴욕타임스》
직설법과 헝그리 정신으로 빚어낸 자기 발견에 대한 단단한 찬사!
_《퍼블리셔스위클리》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유머 감각, 기묘한 인물들, 자연재해, 인생의 교훈들, 그리고 목적을 찾는 한 남자의 여정이 담긴 회고록.
_《북리스트》
목공 기술을 전혀 몰라도 회사를 때려치우고 숲으로 들어가 ‘자기만의 오두막’을 짓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_〈더투데이쇼〉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사랑할(어쩌면 사랑하고 있을) 책.
_링커 벅(작가)
망치와 못으로 이어가는 작은 서사시. 자기 자신을 기꺼이 웃음거리로 만들 줄 아는 문장가가 역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_조지프 모닝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