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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1. 할마와 프랑크
2. 춘입
3. 샘 아저씨
4. 스프링클러
5. 가출
6. 독살
7. 감옥
8. 똘배
9. 증인
10. 우수리

에필로그
저자 소개
저자 : 류현재
소설가. 1973년 2월생. 물의 자리에서 태어났다. 약속된 나이에 펜을 잡기 시작해 2003년 ‘MBC 베스트극장’ [아빠 로미오 엄마 줄리엣]으로 데뷔했다. 그 후 방송작가로 왕성히 활동하며 [난 니가 부러워], [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를 연달아 선보이고, 『야미』, 『남편은 요세미티에 있습니다』, 『아내를 위해서 월요일에 죽기로 했다』 등 몇 권의 책을 더 집필했다.
『네 번째 여름』은 작가 특유의 선연한 문체가 살아 있는 미스터리물이다. 활자를 읽고 있음에도 순간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는 강렬한 몰입감은 류현재만이 구현해낼 수 있는 필력의 극치라 할 수 있다.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네 번째 여름』은 2020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스토리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촘촘하고 치밀한 전개가 완벽한 스토리텔러의 조건으로 손색없다는 평이다.
지금은 귀어해 새벽을 일으키는 어부로 두 번째 삶을 써 내려가고 있다. 소설 속 배경이자 실제 터전인 남해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 살아 있으나 죽지 않고 죽어 있으나 살지 않는 그곳, 가늠조차 힘든 심연의 바다는 그녀에게야말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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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넷플릭스 〈마스크걸〉 감독과 차기작 공개 예정
★★★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수상 작가
류현재 작가 신작

자신의 이름을 선택한 맹랑한 아이, ‘빼그녕’의 성장 서사
서로의 고유함을 지켜주는 관계의 생성에 대하여

“너같이 특별한 사람한테는 백은영이라는 이름보다
빼그녕이 더 잘 어울려. 나도 널 빼그녕이라고 불러도 되지?”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건 네 살 때였다.” 소설은 세상 모든 것을 앨범처럼 머릿속에 저장하는 천재 소녀 빼그녕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배꽃이 흩날리던 송백리 마을에 빼그녕이 태어나던 날, ‘할마’의 딱딱거리는 틀니 소리가 들리고, 소고기를 사러 정육점에 갔다 온 아빠는 ‘딸’이 태어났다는 소리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데도 “아빠는 소고기를 사러 읍에 갔다 온 건 그 전날이고 내가 태어나는 걸 직접 보고 탯줄까지 자기가 잘랐다 우기고, 엄마는 그때 소고기 같은 건 먹어보지도 못했다고 한술 더 뜬다.”(17쪽) 초중고 전 과정을 3년도 안 돼 다 끝내고, 마을의 책이란 책은 다 섭렵한 빼그녕은 자신의 천재성을 몰라보는 무식하고 무심한 엄마 아빠가 싫다. 유일한 친구인 할마(신선이 돼가는 중인 할머니)와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아끼는 송아지 프랑크만이 삶의 낙이다.

이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은 단연 주인공 ‘빼그녕’의 캐릭터에 있다. 특출난 기억력으로 어른들의 허물을 꼬치꼬치 지적해 알밤을 먹기 일쑤지만, 이 촌구석을 벗어나 서울특별시에 살게 해달라고 칠성님에게 소원을 빌고, 입술이 파란 아픈 동생에게 빨간 립스틱을 칠해주는 모습은 영락없이 귀여운 일곱 살이다. 보이는 것을 보이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자유로운 이 아이는, 마을에서 온갖 구설과 차별에 시달리는 이방인 춘입과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고, 자신을 위해 라면을 세 봉지나 끓여주는 다정한 ‘샘 기술자’ 아저씨가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다. 빼그녕은 부모에게서 느끼는 고립감의 틈새를 눈물로 채우는 대신, 특유의 매력과 기지로 새로운 관계를 개척해나간다. 혈연을 넘어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진짜 ‘가족’을 만들어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직접 지은 이름 ‘빼그녕’은 단순한 별명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매몰되지 않고 삶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독립 선언이다. 빼그녕의 성장은 누군가 이끌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세상을 관찰하고 해석하며 정체성을 세워가는 과정이 된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아이, 아무도 믿지 않는 진실
한 연인의 힘겨운 사랑을 둘러싼 미스터리 추리극

“그날 밤에 본 걸 기억에서 지워줘.
저 배밭에는 아무것도 안 묻힌 거야.”

아무리 맹랑하고 영특한 천재 소녀 빼그녕이라도, 세상일이 일곱 살 아이의 머릿속처럼 단순하지만은 않은 법이다. 춘입과 묘한 기류를 주고받던 외지인 ‘샘 기술자’가 갑자기 실종되고, 친구라 믿었던 춘입은 이유 모를 절교를 선언하며, 춘입과 경철의 관계를 반대하던 경철의 부모가 독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와중에 빼그녕은 한밤중 춘입과 경철이 배밭에 무언가를 파묻는 현장을 목격한다. 이 비극적인 사건들의 중심에 춘입과 경철의 수수께끼 같은 사랑이 있다. 그들은 서로를 구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서로에게서 벗어나려는 것 같기도 하다. ‘샘 기술자’의 실종과 경철 부모의 독살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소설은 하얀 배꽃이 눈부시게 흩날리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을 어느 순간 단숨에 치밀한 추리극의 무대로 바꾼다. 일곱 살 빼그녕의 눈에 춘입과 경철, 샘 기술자와 마을 사람들 모두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모순된 지점을 보인다. 자명해 보였던 캐릭터들의 반전은 기묘하게 얽힌 사건들과 맥락을 같이한다. 모든 것을 사진 찍듯 기억하는 빼그녕의 천재적인 기억력은 마을의 깊은 치부를 구석구석 목격하는 기록 장치가 되고,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파묻고 싶은 진실’과 ‘기억하고 싶은 거짓’을 가르는 윤리적 도구가 된다. 무엇이든 망각하고 덮어버리려는 어른들의 세계가 빼그녕의 완벽한 기억력과 충돌하며 서스펜스를 구축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배꽃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토록 잔혹하고도 이토록 무해한 모순의 소설

“어른들이나 애새끼나 다 못돼처먹었어.
아주 드러운 동네야.”

소설 《빼그녕》이 선사하는 가장 독특한 미학은 사회 비판 리얼리즘의 서늘함과 마을 사람들의 순진무구한 따뜻함이 공존하는 모순에 있다. 송백리 마을 사람들은 악당이 아니다. 백가네 구두쇠 영감 ‘가지마오’ 아들이 장군 별을 달자 앙숙인 송가네도 다 같이 모여 잔치를 벌이고, 배밭에 배가 무르익어 떨어지면 낙과를 주워 서로서로 나눠 먹는다. 이들은 이웃과 정을 나누며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들이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이 서정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는 역설적으로 마을에서 일어나는 비극적 사건들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빼그녕의 기억은 이 사건들의 진실을 여는 열쇠인 동시에, 어른들의 위선을 해체하는 서늘한 칼날이다.

1970년대 후반 박정희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송백리 마을은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자,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표방하지만, 그 이면에는 ‘송가네’와 ‘백가네’로 대변되는 패권 다툼이 있고, ‘빨갱이’와 ‘노동운동’에 대한 학습된 냉소와 혐오가 있다. 주체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의 ‘순박함’이 집단적 이기심과 결합할 때, 마을은 가장 약하고 이질적인 존재인 ‘춘입’을 편견과 차별의 희생양으로 만든다. 류현재 작가는 순수한 아이 빼그녕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 기묘한 모순과 민낯을 폭로한다. 악의 없는 사람들이 모여 빚어내는 배타적인 연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행해지는 평범하고도 당연한 폭력. 소설은 시종일관 아름답고 유쾌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그 이면에 도사린 시대적 아픔(노동운동, 이념 갈등)을 날카롭게 꿰뚫는다. 이 모순된 풍경은 독자에게 ‘선량한 방관자’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며, 정의와 공존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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