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잘 기능하는 부품으로 살던 시기를 지나
이성과 감성을 연결하는 인간으로
현대 사회는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을 끊임없이 분해해 왔다. 기자는 기사만 쓰고, 의사는 치료만 하며, 예술가는 창작만 하도록 역할이 세분화된 구조 속에서 우리는 점점 ‘직함’으로 설명되는 존재가 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시스템이 가져온 근본적인 균열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기자로서 조직 안에서 경험한 ‘틀’과 ‘단절’을 통해,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특히 조직이 요구하는 안정성과 개인이 갈망하는 확장 사이의 충돌은 오늘날 대부분의 직장인이 겪는 보편적 문제로 확장된다.
저자는 이 문제를 단순한 직장인의 고충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인간 존재의 구조적 문제로 끌어올린다. 과거에는 철학, 수학, 음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던 ‘통합된 사고’의 시대가 있었음을 상기시키며, 현대의 분업이 인간의 사고를 어떻게 제한해 왔는지를 짚어낸다. 결국 이 책은 묻는다. 우리는 왜 하나의 역할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정말 우리가 선택한 삶인가. 이 질문은 독자에게 단순한 공감을 넘어, 자신의 삶을 다시 정의하도록 압박하는 강력한 출발점이 된다.
칼럼, 노래가 되다
저널리즘과 음악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의 가장 독창적인 지점은 ‘저널리즘과 음악의 결합’이라는 전례 없는 시도에 있다. 저자는 자신이 써온 칼럼을 노랫말로 옮기고 멜로디를 붙이는 ‘칼럼, 노래가 되다’ 프로젝트를 통해, 이성과 감성이 연결되는 순간을 실험한다. 이는 단순한 장르 확장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시도다. 논리의 언어였던 문장이 감성의 선율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사고는 오히려 더 깊어지고 표현은 더 정확해진다.
특히 데뷔곡 ‘쇼비뇽 블랑’의 제작 과정은 이 책의 핵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보 전달 중심의 칼럼이 청춘과 감정의 서사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창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단절되어 있던 감각을 다시 연결한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연결의 경험’ 그 자체다. 이 책은 말한다. 창작은 특별한 재능의 영역이 아니라, 흩어진 자기 자신을 다시 이어 붙이는 행위라고. 그리고 그 순간, 인간은 비로소 살아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고.
경계를 넘는 사람들
직업을 잇고 삶을 확장한 이야기
3장 ‘연결하는 인간’은 저자의 개인적 서사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경계를 확장해 온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책의 메시지를 구체화한다. 저자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해 온 세 인물을 직접 인터뷰하며, 하나의 직업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간 선택의 과정과 그 내면의 동기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단순한 성공 사례가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커리어 궤도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갈등과 의심, 그리고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결단의 순간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저자는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인간’이라고 부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연 하나의 역할로만 머물러야 하는가, 혹은 그것을 다른 가능성으로 이어갈 수는 없는가. 세 인물의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연결하는 인간’이라는 개념이 추상적인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실의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