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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가슴이 그랬다
너에게 가는 마음
달맞이꽃
대보름날
바람아
벚꽃 바람 밟고 떠나신 어머니
벚나무에게 남긴 메시지
별들의 만남
북두칠성 바라보며 놀던 밤
돌아 돌아서 왔던 곳
솔직한 것에 대하여
숨어 우는 바람
아버지가 마시던 와인
아키다의 출산
어느 대학생의 정복
울타리 위에 피는 꽃이 된다
야옹이가 화났다
저것은 바람의 소리
전시회 첫날
하얀 접시꽃
행복 나무

제2부
보고 싶은 사람
봄의 향기는 진하다
가을이 남기고 간 흔적 위에
나무의 삶
라일락꽃이 피던
목단화 피는 초행길
바다가 보이지 않은
봉래산 위에 뜬 달
아름다운 인연
산북도로
어머니 오늘은 어느 딸이 보고 싶어요
엄마
어머니의 반지
어머니 가시는 그곳은 어디셔요
시어머니와 찍은 사진 마지막이 아니길
우리는 성모 앞에 서 있다
친구의 근황
어머니의 슬픈 기억 속 이야기
진심
제사가 줄어들다
친구
무심한 세월아
초장교회가 있는 동네

제3부
만다라 꽃
연등에 이름 달고
감로사의 향기
관음과 함께
관음전에서 피는 꽃
금강경 독경 삼천 일 회향의 의미
금어사의 뜰
염주와 묵주
문을 찾아서 화두를 찾아서
가족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들
부처님은 중생의 세탁기 인가요
삼봉사의 가을
설날 아침
중생이
원으로 가는 길
진정한 불심이면 한다
이름을 개명하다
화두 하나 풀어놓고

제4부
개망초 피는 들녘
겨울이 오면
결혼 예식장
그의 어머니를 위한 기도
고향의 향수
김장
꿈만 먹다 만 세월
연보라 꽃피던 시절
단디 해라
모심던 날
숨기고 싶지 않은 마음
반성합니다
사진
완벽한 성격은 본인 자신이 힘들다
의사의 존재
임에게
먼저 떠난다던 사랑이
사랑 너 못다 쓰고 가는 세월
정 주지도 받지도 마라
한가위가 이틀 남았는데
저 소리는 아파트가 들어서는 소리
남과 북의 운명
위대한 대한민국 청년들이여
저자 소개
저자 : 정정옥
정정옥 시인은 2010년 《삶터문학》 시, 2012년 《시와수필》 수필로 등단했다. 부산여류시인협회 회장, 부산중구문인협회 부회장,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부산국제펜문학, 부산불교문인협회 이사를 역임했다. 부산문학상, 실상문학상, 부산문학인협회 아카데미 본상, 부산국제펜문학 작품상 등을 받았으며 (사)국제명인협회 시낭송 명인, 시사위문화예술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햇살 하나 대나무 끝에 걸어놓고』. 『관음전에 동이 튼다』. 『덕분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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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드라마 같은 삶 살아오는 동안
버리고 버리고도 버릴 것이 뭐가 그리 많은지

때로는 마음이 주는 인정도
버리라고 가슴이 그랬다

아깝다는 생각도 버리고
버릴 것은 미련 없이 모두 버렸다

그런데
단풍처럼 익어가는 손이시
아직도 못 버리는 것이 있다
주옥같은 화선지 한 장 들고 있다

2026년 새해

책 속에서

<대보름날>

정월 대보름날이다
용이 승천하는 날인지
달님이 오시는 길목에 진보라 구름이 가득 메우고 있다
모래사장에 세워진 파란 측백나무 달맞이 집
너도나도 달 기다림의 기린 목이 된다
철썩철썩 파도만이 모래사장을 왔다 갔다
모래성 만들어놓고 바람 앞에 촛불 가물 가물거린다

붉은 횃불들 달집 속으로 들어간다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환호 소리와
불똥 티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송도 모래사장을 깍 메우고 있다

남항대교를 타는 저 불빛들 갈매기도 함께 음률을 탄다
봉래산이 품은 수많은 벌집 같은 창틈 사이로 쏟아내는
빛들 달은 숨어있어도 오늘따라 더 찬란하다
숨은 달의 축복 속에 자갈치 선창가에 고깃배 순산하는 소리
용두산 공원 저 높은 탑 부여잡고 색동저고리 갈아 입는다

<벚나무에게 남긴 메시지>

남포동에서 서구청을 지나서 충무동 새 길을
가끔 걸어서 다닌다
대청갤러리 질러가는 길목
송도 앞바다 자갈치 어선 바람과 합치는 바람은
초장동 옛 색시들 치맛바람인가 까부라지게 진하다
잘나지도 않고 멋진 것도 아닌 앙상한 나무 한 그루 아래
잠시 발걸음 멈추던 곳
가파른 숨을 고르고 쉬었다 간 그 자리에
접 벚꽃이 숭얼숭얼 겹겹이 피었다
목 고개가 떨어지게 쳐다보고 또 쳐다보다
그냥 두면 밤사이 바람이 다 삼킬 것 같았다
스마트 폰 속에 사방으로 가득 담았다
자정이 지났을까 쌩쌩 윙윙 바람이 창문을 몸서리치게 흔들고 있다
꽃잎 떨어져 훨훨 날아다니는 소리가 창문을 흔들고 있다
오후 한 시에 그곳을 갔다
떨어진 꽃잎마저 다 쓸어가고 어제 보던 벚나무는 온데간데없고
쓸쓸하게 꽃잎과의 이별을 하고 이파리 몇 개와 아직 피지 않은
몇 송이만 나부끼고 있다
스마트폰 갤러리를 열어 보여줬다
나무야 네가 어제는 이렇게 아름다웠다
눈부시게 우아하였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조금만 기다려라 초록이파리가 너를 감싸 줄 거냐
사진 속 벚꽃잎에 입 맞추고
어제는 너의 우아한 모습 쳐다보다가 내 목 고개가 많이 아팠다
오늘은 아픈 너를 위해 고개 숙인다

<아버지가 마시던 와인>

햇볕이 뜨거운 칠월 초여름
누렇게 익은 보리 수염
밭두렁과 논두렁마다 눕혀지고
큰 마을 마당에는 타작할 논밭이 산더미만큼 쌓였다

도리깨 내리치는 아버지의 얼굴엔 꿁은 땀방울 도랑물이 되고
삼배 적삼은 등 뒤에 소금이 허옇게 그림을 그려 놓고 파도를 친다

어머니가 주시는 와인 한 바가지 아버지의 얼굴에
땀을 녹이는 소리 꿀떡꿀떡 목을 적시면
소금기 녹으면
할머니 긴 담뱃대에서 품어 나오는 하얀 연기 부여잡고
호랑나비 날아들고 연못에 잉어 떼들 목을 내밀다

아버지가 마시던 와인은
진달래꽃도 머루꽃도 아닌
장독대 뒤 자목련 나무 아래 숨겨진 달항아리 속
몰래 익은 동동주 우리 집 와인 어머니의 사랑이다

<울타리 위에 피는 꽃이 된다>

살구꽃같이 부끄러움 많았던 그 사람 만났다
할미꽃 도라지꽃 백합꽃 속에
매화꽃 같은 옥동자를 선물 받았다
무궁화 꽃처럼 든든한 아들들
울타리 가족이 되었다
계절이 세월을 몇 번이고 해와 달이 삼켰으니
품을 떠난 지도 이미 오래다
먼 곳에서 독수리처럼 용감하게 잘 날고 있는 새들
전신 줄 타고 오는 심장 소리는 나의 행복이다

가랑비에도 옷깃을 적시듯이 아픈 흔적도
빨갛게 익어가는 낙엽에 적은 읽기 보고 있으면
싸릿대로 엮어놓은 울타리 같은 우리 가족
드라마 같은 삶 파노라마 필립 속에 돌고 있다
참새가 모이 하나 물고 오더라도
언제나 먼저 관음 같은 시어머니를 위하여
때론 나는 아네모네가 되었다가 해바라기가 된다
그러나 가족이란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고 사랑과 행복이다
우리는 따뜻한 울타리 위에서 피는 꽃이 된다

<어머니 가시는 그곳은 어디셔요>

꽃무늬 삼단 지팡이 앞에 세워놓고
대금 삼아 콧노래 부르시던 울 어머니
황 천 길 떠나실 적에
복사꽃 고운 볼에 홍매화는 피고 있는데
향나무 옷 입으시고 깊이깊이 잠드신
어머니 정작으로 고우셔라

어머니 연지곤지 바르시고 가시는 그곳은 어디셔요

아버지는 만나셨는지 할머니도 만나셨는지요
목련화 피고 진달래도 피고 있어도
아직은 눈발이 내려서 시린 계절인데 어서 가지 마셔요
어머니 지팡이에서 꽃이 필 때까지

오늘은 어머니께 전화를 해봅니다
전화 신호가 길게 날아가고 있어서
어머니가 지팡이 집고 일어 나서 전화 받을 때까지
폰을 귀에 대고 아무리 오래 들고 있어도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전화를 안 받아서요
어머니 제발 전화 좀 받아보셔요
어머니 지팡이에도 꽃이 피었나 봅니다

<염주와 묵주>

친정어머니는 묵주를
시어머니는 염주를
나는 결국 염주를 따라갔다
염주를 따라갔지만 효행 한 것이 아닌 줄 안다
묵주를 따라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하여
친정어머니한테는 불효였다는 죄책감은
오늘도 회답은 없다
고향집 어머니 방 한곳 천주님 앞에 서면
천주님 관세음보살이 왔습니다 하고 묵도를 하지만
도리를 다한 것은 아닌 줄 안다
친정어머니는 관세보살님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오십 중반에 아버지 손을 잡고 천주님을 만나셨다
천주님은 어머니의 우상이셨다
어머니의 손에는 항상 묵주를 쥐고 놓지 않으셨다
이젠 어머니는 천주님 곁으로 가셨다
살아생전에 어머니의 기도하는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내 곁에 앉아서 손 모양은 마그작 마그작
묵주를 돌리고 계시는 것 같다
온몸이 쓰리고 아프다 너무 보고 싶다
그러나 대나무처럼 곧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황금빛 단벌 옷 입으시고 보는 듯 마는 듯
관세음보살의 눈빛 속에 보이는 것은
자비심이라는 글자 속에 내 마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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