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으로
그러나 야간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했던 문송면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서울로 올라와 일을 시작하고 한 달여부터 아프기 시작해 6개월간 투병하던 문송면은 결국 1988년 7월 2일 눈을 감았습니다. “병 다 나으면 무서운 서울 떠나 농사지으며 엄마랑 살자.”라고 바랐다던 소년 문송면. 그의 사망은 한국 사회를 충격과 분노에 빠뜨립니다. 보건의료단체와 민주화운동단체, 그리고 노동자단체는 1988년 7월 17일 그의 장례식을 ‘산업재해 노동자장’으로 치렀습니다. 1970년 11월 스물두 살의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외치며 스스로 불꽃이 되었던 바로 이듬해 태어난 문송면. 제대로 피어나지도 못한 채 저세상으로 가 버린 한 소년의 죽음은 한국 사회 산업재해의 실태를 알리고 그 심각성을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p.14
한국 의료의 현실
한국 의료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대형병원 쏠림, 필수의료 붕괴, 지역의료 약화, 공공의료 부족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해 많이 지적합니다. 여기에 더해 산재·노동자 의료의 공백을 짚어야 합니다. 먼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말합니다. 전달체계는 있으나 잘 기능하지 않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환자는 질환 상태에 따라 동네 1차병원→2차병원→3차병원(상급종합병원) 순으로 내원하는 흐름을 갖지만, 현실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굳이 3차병원을 가지 않아도 될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으로 몰림으로써 상급종합병원은 대기와 혼잡으로 북적입니다. 이렇게 되면 중증환자가 제때 치료받기 어려워질 수 있고, 동네병원·지역병원은 경영상 곤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p.81
병원을 짓고 지속 가능한 병원을 만드는 것, 지속 가능한 병원이기에 앞서 지탱 가능한 병원을 만드는 것. 2026년 3월 현재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는 건축을 완성해 나가는 미션과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재정 마련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건물 완공 후 전태일의료센터를 오픈하면 곧바로 환자 진료와 상담, 입원 치료와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금부터 예측 및 관리 가능한 운영 체계를 세워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시민들이 함께 만든 기적으로 50억 모금을 돌파할 수 있었으나 ‘남태령 투쟁’과 ‘탄핵 광장’이라는 외부적 요인과 우연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전태일의료센터를 완공할 때까지 2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임을 감안할 때 노동자, 시민의 후원회원(일시후원·정기후원 모두) 가입과 동참은 여전히 열려 있는 미션입니다.
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