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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문적 생애의 출발점
2. 프랑크푸르트, 새로운 세계, 그리고 고색창연한 하이델베르크
3. 실증주의 비판에서 기능주의적 이성 비판으로
4. 탈형이상학적 사고와 탈초월론화된 이성
5. 『또 하나의 철학사』에 대한 후기
6. 친구 및 동료들과의 철학적 논의

주석
엮은이 해설
옮긴이 후기
인명 색인

저자 소개
저자 : 위르겐 하버마스 (Jurgen Habermas)
1929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출생했고, 괴팅겐·취리히·본대학에서 철학, 역사, 심리학 등을 공부하였으며, 1954년에 셸링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56-1959년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에서 아도르노의 조수로 일하며 비판 이론 전통과 접촉했고, 이후 하이델베르크· 프랑크푸르트대학 교수를 거쳐 1971-1983년 막스플랑크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철학자로서 하버마스는 프랑크푸르트학파 비판 이론의 전통을 계승, 발전, 재구성하였다. 이 책의 제목 “더 나아져야만 합니다…”는 하버마스의 철학적 지향과 목표를 한마디로 압축해서 표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공론장의 구조변동』, 『의사소통 행위 이론』, 『사실성과 타당성』, 그리고 그가 종종 자신의 마지막 책이라고 불렀던 『또 하나의 철학사』가 있다. 2025년 6월 평생의 동반자이자 동지인 부인 우테와 사별한 하버마스는 2026년 3월 작고하기 전까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엮음 : 슈테판 뮐러-돔
1942년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사회학, 정치학, 철학, 심리학을 공부했으며,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하버마스 등에게서 수학했다. 1972년 기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74년부터 올덴부르크대학 사회학 교수로 재직했고, 2007년 정년 퇴임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학파 연구의 권위자 중 한 사람으로, 2014년에 『위르겐 하버마스 전기』를 발간하기도 했다

엮음 : 로만 요스
1979년에 태어났다. 라이프치히대학에서 철학과 정치학을 공부하고, 2016년 포츠담대학에서 하버마스의 초기 사상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논문은 『젊은 하버마스: 초기 사유의 사상사적 탐구 1952-1962』로 출간되었다. 현재 부퍼탈대학 철학과 학술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역자 : 정창호
1960년생으로 고려대학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철학과에서 고 최동희 교수님의 지도 아래 독일 관념론 철학자 헤겔의 논리학을 주제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독일 함부르크대학 교육대학에서 E. Martens 교수와 M. Meyer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한국에서의 철학교육’을 주제로 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국내 여러 대학에서 연구교수, 초빙교수, 강사를 역임하였다. 작년부터는 주로 운동(탁구)과 번역 작업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지금까지 옮긴 책으로 『하버마스와 우리』, 『습속: 용례, 매너, 관습, 모레스, 그리고 도덕의 사회학적 중요성』, 『마음을 쏘다, 활』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진보주의 교육사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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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 책은 위르겐 하버마스가 슈테판 뮐러-돔 및 로만 요스와의 대담을 통해 자신의 지적 생애를 회고하며, 현대 철학과 사회이론의 핵심 문제들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인터뷰집입니다. 단순한 대담집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개인적 회고를 넘어 20세기 후반 독일 철학의 변동, 특히 전후 세대가 직면했던 역사적 단절과 그로부터 비롯된 비판적 사유의 형성 과정을 치밀하게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사상사적 문서에 가깝습니다.

하버마스는 나치 시대 이후의 “뒤늦은 탄생의 세대”로서 자신이 경험한 윤리적·정치적 각성을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그는 철학을 형이상학적 진리 탐구의 학문으로 이해하기보다,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실천적 동기에서 비롯된 비판적 작업으로 재정의합니다. 이러한 입장은 그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으로 수렴되며, 이후 의사소통 행위 이론과 논의윤리학으로 구체화됩니다.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은 하버마스의 사상이 고립된 철학적 체계가 아니라 동시대 사상가들과의 긴밀한 논쟁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는 점입니다. 카를-오토 아펠, 디터 헨리히, 니클라스 루만 등과의 이론적 긴장, 프랑크푸르트학파 내부의 계승과 변형 문제, 그리고 분석철학과 프래그머티즘의 수용 과정이 입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버마스 사유의 핵심이 단일한 교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전통을 매개하고 재구성하는 ‘방법적 태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인터뷰는 전후 독일 사회의 정치적 현실이 철학적 문제 설정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줍니다. 하버마스에게 철학은 언제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시험되는 실천적 이성의 문제였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탈형이상학적 사유”는 단순한 이론적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정치적 현실에 맞서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책은 한 철학자의 자전적 기록을 넘어, 근대 이후 이성이 어떤 방식으로 자기 갱신을 시도해 왔는지를 보여 주는 하나의 지적 지도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 경험, 정치적 현실, 철학적 논쟁이 교차하는 이 대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제기합니다.

책 속에서

나의 “최종적” 모티브를 묻는다면 그것은 완전하게 개인화하는 사회화의 상호적-평등적 인정 관계에서만 오롯이 발전할 수 있는 말의 해방적인 힘입니다. 가까움과 멂, 긍정과 부정, 해방과 퇴행, 승인과 거부, 자립과 의존은 개인들의 의사소통 경험에 속합니다. 개인들은 사회화의 과정에서만 개인 자신으로 되며,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통합된 관계 속에 있을 때만 저 양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나의 철학과 사회이론 전개의 원천인 이 직관은 역사적으로 보면 칸트, 피히테, 셸링, 헤겔 이후에도 중단 없이 종교적 직관을 단호히 세속적인 것 쪽으로 이식시킨 철학자들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사회화를 통해서 달성되는 올바른 개인화를 모색할 때, 나는 그리스적 모티브보다 성서적 모티브로부터 사고합니다. (15쪽)

당신이 언급했듯이, 그때까지 공론장의 개념은 사회학에서 단지 여론에 관한 연구와 관련해서만 다루어졌습니다. 나의 프로젝트는 사실 야심적이었지요. 부제가 말하듯이, 나는 그때까지 덜 조명되었던 “부르주아 사회의 범주”를 발전시키고자 했습니다. “공론장”은 시민의 정치적 의지 형성에서 매체적(medial)인 하부구조이며 동시에 사회적 토대입니다. 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주권적으로” 파악된 “인민의 의지”가 출발하는 사회학적 공간을 특정하려 한다면, 공론장은 의회에서의 의원들의 형식적인 의지 형성과 더불어 모든 민주주의의 중심부입니다. 간단히 말해, 그 책의 주제는 가족 체계 및 경제 체계와 구분된 시민사회적 토대의 역사적 발전과 개념적 해명이었습니다. (55-56쪽)

사회 비판은 일반적으로 행위 주체와 그에 상응하는 제도가 합리적이라는 가정에 근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시민은 많든 적든 공정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그들의 갈등을 법적으로 해결할 것입니다. 이것은 “현실론자” 또는 비판적 법 연구 옹호자가 법관의 동기가 이해 관심에 따른다는 사실을 발견했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합리성 가정은 종종 일탈적인 태도도 해명해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완전하게 작동하는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자신의 표심이 경청되고, 또 정치적 과정에서 자신의 한 표가 “유의미”하다고 암묵적으로 전제할 수 있는 한에서만 습관적으로 보통선거에 참여할 겁니다. 민주주의 제도는 그의 표가 모든 다른 시민의 표와 동등한 무게를 갖는다고 약속하지요. 그것 역시 이상화하는 전제들입니다. 그러나 이 상상적 전제들은 사회적인 귀결을 낳습니다. 지속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는 유권자는 투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75쪽)

만약 모든 참가자가 의무적 규범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만 하다면, 이 이상화하는 논증 전제들의 규범적 내용으로부터 도덕적 규범을 논증하고 적용하는 절차가 얻어집니다. 이것을 여기서 다시 세세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도덕적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든 사람에게 직관적으로 명백합니다. 도덕적 입장은 인간에게 특유한 의사소통적 사회화의 형식 속에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이런 포괄적인 우리라는 관점에 서려면, 먼저 모든 참가자가 서로 민감하게 상대방의 삶의 상황에 공감하여, “모두가 의욕할 수 있는 것”, 즉 어떤 해결책이 ‘현재의 행위 갈등에 대해서 모든 참여자 및 잠재적 이해관계 관련자에게 동등한 이익을 보장하는가’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120쪽)

내가 보기에, 강력한 해석학적 논증들은 서로 접근 불가능한 문화적 총체성과 완결된 세계상들을 가정하는 맥락주의에 반대합니다. 오히려 모든 발언은 원칙적으로 어떤 언어와 맥락으로부터 다른 언어와 맥락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모든 언어적 발언은 이유의 맥락을 통해서 내적으로 다른 언어적 발언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의사소통은 이유의 공간 속에서 수행됩니다. 그 이유들은 논리적으로 서로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이 공간은 보편적으로, 다시 말해 원칙적으로 모든 언어를 통해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는 언어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문화 역시 이유를 매개로 하여 서로에 대해 열려 있습니다. 상호 번역될 수 있는 언어들은 서로 다른 문화의 구성원들이라도 동일한 대상에 관해 원칙적으로 논의를 통해서 토론하고, 처음에는 충돌하는 타당성 주장들에 대해서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적어도 성공에 대한 전망을 가지고― 노력할 수 있게 하는 매체입니다. (167쪽)

나는 많은 유럽의 동료 교수와 통상적인 관계 또는 그보다 더 긴밀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우리는 물론 대개 강연이나 회의에서 만났고, 종종 초빙학자로서 몇 주 동안 현지에 함께 있기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에 속했습니다. 이렇게 프랑스, 이탈리아 또는 스페인에서의 초청 강의는 미국의 경우와 달랐습니다. 미국에서 우리는 한 학기 내내 전 가족을 동반해서 살았지요. 더구나 유럽에서 우리는 종종 제3의 언어로 소통해야 했습니다. 아마 이런 이유로도 서로에 대한 내용적 영향은 덜 집중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동료 교수와의 학문적인 교류는 왠지 더 평등적이고, 영미권의 학문적 주도성으로부터 자유로웠다는 점도 언급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각각 활동하고 있는 세계가 서로 너무 달라서, 상호 비판적인 입장들은 더 높은 장벽들을 넘어서야 했고, 그래서 상호 배움의 과정보다는 경쟁을 촉발했습니다. (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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