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비워냄으로써 채워지는, 가장 낮은 곳에서 길어 올린 '하늘의 언어'
1. 그리움이 빚어낸 투명한 슬픔
이문길의 시 세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재(不在)’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하얀 코고무신을 신던 어머니(「엄마」), 119에 실려 나간 뒤 돌아오지 못한 아내(「노재」),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난 추기경(「하늘」)까지. 시인은 곁에 없는 이들을 자꾸 시로 불러냅니다. 하지만 그 슬픔은 통곡이 아니라, 비 그친 뒤의 하늘처럼 맑고 투명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고향 갔구나 생각한다”는 시인의 말은 죽음을 이별이 아닌 본향으로의 회귀로 보는 달관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2. 미물과 우주를 잇는 생태적 감수성
시인은 자신을 하나의 ‘행성’으로 정의합니다. “나의 1초는 우주 억만년의 1초와 같다”는 선언은 찰나의 삶이 곧 영원임을 깨닫는 시적 통찰의 정점입니다. 이러한 시선은 작은 미물에게로 확장됩니다. 싸움을 붙여 허리가 잘린 개미에게 평생 죄책감을 느끼고, 도축장의 소를 보며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온 것이 분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모든 생명을 자신과 동등하게 여기는 시인의 깊은 자비심이 느껴집니다.
3. '하늘 손님'이 건네는 위로
이 시집의 백미는 표제시 「하늘 손님」입니다. 타향 만리 낯선 골목에서 혼자 살아가지만, 문을 열면 하늘이 자신을 반긴다고 믿는 시인은 외롭지 않습니다. 그는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일 뿐이며, 결국 돌아갈 곳이 하늘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늘 손님』은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비워내고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를 묻습니다. 시인이 망원경으로 1초를 바라보듯, 이 시집을 읽는 독자들 또한 자신의 삶 속에 숨겨진 영원한 순간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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