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움베르토 에코는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미학자, 언어학자, 철학자, 소설가, 역사학자로서 20세기 최고의 지성이라고 불린 석학이다. 그가 사망한 지 10년이 지난 올해, 에코의 기호학을 기초부터 설명한 책이 번역되었다. 디터 메어쉬의 『에코, 기호학자로서 소설가』는 움베르토 에코의 기호학 이론을 그의 베스트셀러 소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와 연관시켜 설명하는 기호학 입문서이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는 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를 소설가로 대중에게 각인시킨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지만, 한편으로는 에코 기호철학의 본질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기호학 텍스트이기도 하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기호학으로 해석하는 소설 읽기와 소설로 설명하는 기호학 탐구라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담론과 문학은 상호적으로 보완적이 된다. 그리고 철학은 서사적인 것 없이 이해될 수 없고 서사적인 것은 철학적 작품 없이 이해될 수 없다. 그래서 월터 스티븐스에 의하면 소설을 재구하기 위해 에코의 이론을 이용하기보다는 오히려 에코의 이론을 재구하기 위해서 그의 소설을 이용한다는 말이 맞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신화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즉 이야기로부터 담론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거기에 해석의 본질적 과제가 있다. 해석을 한다는 것은 가장 우선적으로 소설의 다양한 철학적 측면들을 발굴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 비로소 에코의 기호학적 철학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21쪽)
에코의 첫 번째 소설에서는 윌리엄과 호르헤의 잘못된 생각이 독특한 방식으로 중복된다. 이 두 사람의 행동에는 놀라운 유사성이 존재한다. 즉 그들이 사용하는 논리학에는 엄청난 상관성이 존재한다. 이성의 사물 합법성에 대한 믿음과 진리의 타협 없는 방어에 대한 믿음이 신뢰가 갈 뿐 아니라 허무맹랑한 것만큼이나 이성은 더욱 스산하게 보인다.
그래서 ‘장미의 진정한 수수께끼’는 기호적 우주의 발견보다 더 깊은 곳에 놓여 있다. 호르헤의 절대적 전체주의와 윌리엄의 계몽적 이성 사이의 대립 혹은 닫힌 기호 작용과 열린 기호 작용 사이의 논쟁보다 더 깊이 놓여 있다. 그 소설의 원초적 심오함은 이성 자체의 사용에 대한 진술에 있다. 우리가 어떤 비유를 하려 한다면 칸트 대신에 몽테뉴, 라블레 혹은 볼테르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의도처럼 에코의 의도는 계몽이다. 즉 이성 위기의 기호 안에서의 계몽이다. 그래서 그의 계몽은 계몽에 대한 계몽이다. (102쪽)
에코의 비판은 모든 방향의 근본주의에 해당한다. 이성 자체가 아니라 이성의 오만이 문제이다. 그리고 이미 이성 비판은 이성의 해결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어떤 척도를 다시 획득하도록 제공한다. 그러는 한에는 에코는 합리성 비판과 합리성 비판의 비판 사이의 좁은 중간 공간에서부터 논증한다. 이것은 철학 이론으로서의 기호학을 통하지 않고 에코 소설을 통해서 표시되는 간격이기도 하다. 『장미의 이름』은 이성이 자신의 척도 너머로 쫓겨나고 결국 황폐한 통치권이 되는 한은 그런 이성과 경계를 이룬다. 『푸코의 진자』는 이성 비판이 이러한 이성 자체를 다시 한번 더 비판함으로써, 그리고 계몽주의의 부정적인 과장 표현이 치명적인 편집증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는 곳에서 새로이 계몽주의의 권리를 위해 계몽주의의 가능성을 도와줌으로써 이성 비판과 경계를 이룬다. 이로써 사실 에코는 이 계몽주의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서 세계를 파괴하는 한은 계몽주의를 거친 계몽주의로서의 계몽주의의 의도를 쫓아 가는 것이다. 그리고 계몽주의가 다른 측면에서 사고를 파괴하는 한은 반(反)계몽주의를 거친 계몽주의로서의 계몽주의의 의도를 쫓아가는 것이다. (2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