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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우리의 삶은 오직 단절로 이루어져 있을 뿐

1. 자신과 타자에게 늘 충실할 수는 없다
2. 연인과의 결별
3. 자신이 되기
4. 분산의 기쁨
5. 상처 입은 존재
6. 탄생과 분리
7. 가족과의 절연
8. 사라짐
9. 단절과 격렬한 성性
10. 밤을 통과하기
11. 계약 파기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
저자 소개
저자 : 클레르 마랭 (Claire Marin)
철학자, 작가, 프랑스 고등교육기관 그랑제콜 준비반 철학 교사. 마랭의 인문 에세이는 문학과 철학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동시대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특히 실존적인 문제들, 정체성과 질병 등 내밀한 경험을 주로 다루면서 우리 삶과 맞닿아 있는 철학을 이야기한다. 대표작 『단절(들)』은 프랑스에서 지금까지 10만 부 넘게 판매되며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고루 받았다. 이 책은 2019년에 그해 가장 뛰어난 논픽션 도서에 수여하는 사부아르상을 받았고 메디시스상 에세이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2020년에는 고등학생들이 선정하는 고등학생 철학 도서상을 받았다.

역자 : 류재화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누벨대학에서 파스칼 키냐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철학아카데미,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프랑스 문학 및 프랑스 역사와 문화, 번역학을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파스칼 키냐르의 『심연들』 『세상의 모든 아침』 『성적인 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달의 이면』 『오늘날의 토테미즘』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보다 듣다 읽다』,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공무원 생리학』 『기자 생리학』, 모리스 블랑쇼의 『우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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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진로 변경, 이주, 투병, 출산 등 가장 내밀한 단절부터
연인과의 결별, 가족과의 절연이나 사별 등 관계 단절까지
나를 뒤흔드는 모든 단절은 내 정체성이자 내 삶이 되어간다

* 프랑스 판매 부수 10만 부 베스트셀러
* 2019 프랑스 사부아르상 수상, 메디시스상 에세이 부문 후보
* 2020 프랑스 고등학생 철학 도서상 수상
* 10개국 외국 판권 계약 체결

단절은 정체성이 된다-고통스러운 경험을 수용하는 방법

프랑스의 철학자 클레르 마랭은 『단절(들)』에서 “우리의 삶은 오직 단절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라고 단언하면서 단절의 다양한 양상을 탐색한다. 가장 내밀한 단절은 진로나 거주지를 바꾸거나, 투병하거나, 출산할 때 일어난다. 연인과 헤어지거나, 절연이나 사별로 인해 가족과 관계가 끊어지면서 삶이 뒤바뀌기도 한다. 자발적인 것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단절은 우리 모두가 흔히 경험하지만 매번 고통스럽다. 우리는 단절이라는 강렬한 사건을 겪으면서 때로는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때로는 타인들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사실에 괴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단절이라는 “뿌리째 뽑혀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겪은 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마랭은 이를 정체성의 문제와 연결 지으면서, 고통스러운 경험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모든 단절에는, 자신을 찾고 싶은 희망과 자신을 잃어버릴 위험이 함께 있다.” 단절을 계기로 우리는 기존의 사회적인 역할극에서 빠져나오고, 자신의 자아가 유일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된다. 외부의 시선을 통해 내면화한 역할이 아니라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단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포착하는 마랭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의연한 태도는 우리가 단절의 경험에 매몰되지 않고 거리를 둘 수 있게 만든다. “마침내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 나는 타자로부터 분리된다. 단절은 나의 탄생이자 재탄생의 조건이다.”

누구나 단절한다-문학과 철학에서 발견하는 보편성

마랭은 단절이라는 경험의 보편성을 문학과 철학 텍스트에서 발견하면서, 독자가 단절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돕는다. 『단절(들)』을 집필할 당시 40대 후반의 젊은 철학자였던 클레르 마랭은 선대 철학자들의 성찰을 일찍이 제 것으로 소화해냈다. 그리하여 스피노자, 니체, 키르케고르처럼 고전이 된 이름들부터 앙리 베르그송, 질 들뢰즈, 모리스 메를로-퐁티, 롤랑 바르트 같은 전설적인 프랑스 철학자들의 사상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며 단절의 문제와 엮어낸다. 나아가,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과 안 뒤푸르망텔, 철학자 샹탈 자케처럼 21세기의 저명한 연구자들의 사유를 단절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깊이 있는 문학적 감수성을 지닌 마랭은 시와 소설 등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파블로 네루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밀란 쿤데라, 아니 에르노처럼 오늘날 한국 독자에게도 친숙한 작가들의 글은 독자들의 개별적인 경험과 공명하며 울림을 더할 것이다. 문학 작품이나 인문서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노래 가사, 인터뷰, 강연록 등 다양한 텍스트를 가로지르는 저자의 독창적인 글쓰기는 독자를 단절로 인한 정신적 고립에서 끄집어내어 단절에 대해 자유롭게 사유하도록 권한다.

· 옮긴이와의 인터뷰

Q. 『단절(들)』 번역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을 알려주세요.
A. 번역가 류재화(이하 ‘류’): ‘일러두기’에서 설명한 것처럼, 원제 ‘단절(들)(Rupture(s))’을 지은 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프랑스어 정관사를 붙이지 않고, 복수를 뜻하는 접미사 ‘s’를 괄호 안에 넣은 것 말입니다. 관사를 붙이지 않으면 단어에 개방성이 생깁니다. 이건 하나의 기호이자 상징입니다. 저자가 말하려는 바가 철자에서 바로 새어나오는 직관적인 표현이죠. 저는 프랑스어의 이런 세세한 문법들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문법은 곧 심리학이자 미학입니다.

Q. 『단절(들)』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을 소개해주세요.
A. 류: “우리는 ‘깨는rompant’ 존재라기보다 ‘깨진rompu’ 존재일 수 있다.”(p. 20-21)
우리를 늘 능동적이고 강인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 이상으로 수동적인, 피동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비극적이나 냉정한 현실 인식이죠. 책의 제사(題辭)로 쓰인 니체의 이 말 “우린 끈기 있고 하룻밤에 무너지진 않을 것이니”도 수동적 감내의 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일 겁니다.
저자가 현재분사 ‘깨는’과 과거분사 ‘깨진’을 절묘하게 연속으로 써서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법적으로 분사 자체가 이미 깨진 파편이기도 해, 그 파편의 힘으로 문장에 더 힘을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단어 스스로 자신을 변형시켜서라도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느라 몸부림치는 게 보일 때, 저는 유레카 같은 기쁨을 느낍니다.

Q. 『단절(들)』에는 노래 가사, 시, 소설, 인문 에세이, 인터뷰 등 다양한 문헌이 인용됩니다. 그 가운데 특히 인상 깊었던 문장을 소개해주세요.
A. 류: 7장 「가족과의 절연」에 인용되는 안 뒤푸르망텔의 『모성의 야만성』 속 문장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끈질기게 파괴한다. 그 피부가 날 질식시킬 때까지 내 피부를 침범한다”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이 문장에서 “피부”라는 단어가 많은 것을 함의한다는 생각입니다.
뒤푸르망텔은 자크 데리다와의 대담집 『환대에 대하여』(필로소픽, 2023)를 통해 알게 된 프랑스의 여성 철학자인데, 모성이라는 신화가 “야만성”이라는 단어와 부조리하게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얼마 전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중단편 소설집 번역을 마쳤는데, 거기에도 한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유별나고 병적인 사랑 이야기가 나옵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감동적인 모성이면서도, 우리가 결코 다 이해할 수 없는 모성의 어떤 병리성도 암시됩니다. 알코올에 빠지듯, 나르키소스처럼 자아라는 심연에 빠지듯 여기서 모성은 자기 동화성에 함몰된 인간의 모습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 지극한 모성 때문에 거의 구원할 길이 없어진, 무분별한, 쇠락한, 무력한 아들의 이야기지요. 결국 어머니가 자식을 잡아먹는 형국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전 모성의 신화가 어느 정도 파괴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뉴스에서도, 아니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보게 되는 이 병적인 모성애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안 뒤푸르망텔의 이 책을 번역해 소개해보고 싶습니다.

Q. 『단절(들)』에서 클레르 마랭이 다양한 문헌을 배경으로 글쓰기를 한 만큼, 역주를 세심하게 달아주셔서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자가 다양한 비유와 상징을 활용하거나 철학적 개념을 언급하기에, 이러한 글쓰기 스타일을 낯설게 여기는 독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읽는 방식을 권해주신다면요?
A. 류: 역주를 제법 소상히 다는 것은 제가 번역하면서 좋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독자 스스로 읽어나가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요. 저는 역주를 소맷부리 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속옷을 입고 겉옷을 입었을 때, 속옷이 안에 말려 있으면 답답해서, 살짝 길게 빼서 정돈하는 것처럼요. 본문을 읽다가 어떤 단어가 맥락 속에서 잘 이해되지 않거나 의미가 모호하면 마치 옷 안에 말려 껴 있는 속옷처럼 답답합니다. 그래서 살짝 당겨주는 느낌으로, 조금 설명을 덧대는데, 이 작업은 제가 답답해서 한 것이기에 시원하고 좋습니다. 다만, 때론 설명이 장황해지는데, 그러면 편집자님께서 뺄 것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웃으며 기꺼이 뺍니다.
『단절(들)』은 철학자가 쓴 글이기에 논지 전개가 섬세하고 정교해서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통 철학서에 비해 이 책은 그다지 어려운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단절’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주제이니까요. 독서는 빨리하는 것보다 천천히 하는 게 독자에게도 훨씬 실익입니다. 천천히, 새겨가며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Q. 『단절(들)』 마지막 부분(p. 195)에는 ‘기쁨’에 관한 인상적인 구절이 나옵니다. 최근 선생님이 일상 속에서 기쁨을 느끼셨던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A. 류: 우리 삶은 매순간이 기쁨입니다. 이 기쁨은 밖에서 오는 것 같아도, 실은 안에서, 나 자신에서 오는 것인데, 저는 생각을 줄이고 뭔가를 가만히 관찰할 때 기쁨을 많이 느낍니다. 사람을 만나서 교제를 하고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데서 기쁨을 느끼기보다 혼자 창의적으로 뭔가를 발견했을 때 가장 기쁩니다. 사람들의 소리보다는 새 소리, 바람 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좋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모든 삶의 고통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단절’할 때, 비록 아프지만, 기쁨이 서서히 생겨난다고 말합니다. 사실 ‘분리’만이 답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렇게 원래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아니, 태어난 게 아니라, 모태로부터 분리된 것이죠. ‘관계’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곧 빨간 경고등이 켜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Q. 『단절(들)』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해주세요.
A. 류: 파스칼 키냐르의 책을 읽어보세요. 키냐르의 주제는 이 책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은밀한 생』(문학과지성사, 2001)이나 제가 번역한 『심연들』(문학과지성사, 2010), 특히 최근 번역한 『성적인 밤』(난다, 2024)을 추천합니다. 우리 태생의 비밀, 성과 사랑의 원형 같은 것을 되새겨보기에 아주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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