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편의점이라는 작은 세계에서 건져 올린 삶의 풍경
편의점은 이상한 공간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동시에 각자의 사연이 가장 깊게 스며드는 장소이기도 하다. 배가 고픈 사람이 삼각김밥 하나를 고르고, 야근을 마친 사람이 캔맥주를 집어 들고, 누군가는 새벽의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불 꺼지지 않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다.
『어떤, 편의점』은 바로 그런 공간을 무대로 삼아, 우리 시대의 평범한 사람들과 감정들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길어 올린 산문집이다. 정진영 작가는 편의점을 단순한 소비 공간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의 시선 속 편의점은 “가장 필요한 순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만물상”이며, 늦은 밤 귀가하는 사람에게는 등대 같은 존재다. 책 속에는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둘러싼 추억, ‘1+1’ 행사 상품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 편의점 테이블에서 나눈 술자리, 새벽의 허기를 달래던 순간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매력은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 자신의 삶까지 돌아보게 만든다는 데 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작가 특유의 솔직함과 생활감이다. 그는 가난했던 시절의 습관을 숨기지 않고, 지금도 ‘1+1’ 상품 앞에서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유쾌하게 털어놓는다. 동시에 그 안에는 단순한 소비 이야기를 넘어, 상대적 빈곤과 청춘의 불안, 일자리와 삶의 질 같은 우리 사회의 현실적인 고민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무겁게 훈계하지 않으면서도,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진다. 웃으며 읽다가 문득 조용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또 하나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사람 냄새다. 작가는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비 오는 날 술잔을 기울이며 나눈 시절 인연과의 추억을 회상하고, 대학 캠퍼스 편의점에 놓인 배려 깊은 자판기 위치에 감동한다. 그래서 『어떤, 편의점』을 읽고 나면 단순히 ‘편의점 이야기’를 읽었다는 기분보다, 누군가의 오래된 추억과 인생을 함께 산책한 듯한 여운이 남는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읽는 재미가 대단하다. 작가의 문장은 어렵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술술 읽힌다. 마치 친한 친구와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나누며 듣는 이야기 같다. 피식 웃게 만드는 문장이 많고, “맞아, 나도 그랬는데”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거창한 마음으로 읽기보다, 퇴근길 지하철이나 잠들기 전 침대맡에서 가볍게 펼치기에 더 잘 어울린다. 그런데 그렇게 무심코 읽기 시작했다가, 어느새 한 권을 끝까지 읽게 된다.
『어떤, 편의점』은 편의점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통해 결국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외롭지만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사소한 위로 하나로 하루를 견디는 사람들, 그리고 오늘도 환한 불빛 아래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편의점처럼 부담 없이 다가오지만, 다 읽고 난 뒤에는 편의점 불빛처럼 환하게 마음속에 불이 켜진다. 익숙한 일상이 얼마나 다정한 풍경이 될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만드는,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산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