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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장 425
44장 436
45장 446
46장 463

옮긴이의 말 477
추천사 284
저자 소개
저자 : 잭 런던(Jack London, 1876~1916)
미국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계급투쟁의 시기에 태어나 밑바닥 생활을 고루 섭렵한 잭 런던은 자신의 체험에서 터득한 본능적인 계급감각을 활용하여 다양한 장르의 독특한 소설들을 발표했다. 런던은 20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20여 편의 장편소설, 200여 편의 단편과 중편, 여러 편의 선구적인 논픽션을 써냈을 뿐 아니라, 수십 권의 시집, 회고록, 에세이집, 사진집을 출간했다. 스물 여섯의 나이에 발표한 『야성의 부름』으로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부상했고, 동물소설 『하얀 송곳니』, 해양모험소설 『바다늑대』, 르포 산문집 『밑바닥 사람들』, 회고록 『길』 등을 출간했다. 후기에는 『강철군화』, 『마틴 이든』, 『불타는 일광』 등의 사회소설에 주력했다.

역자 : 한기욱
문학평론가이자 영문학자로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와 서울대학교 영문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허먼 멜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간 ≪창작과비평≫의 편집주간을 역임했으며, 현재 인제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 『문학의 열린 길』, 『문학의 새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편서로 『빛과 사랑의 언어: 한강의 문학을 읽는다』, 역서로 『오픈 시티』, 『필경사 바틀비』, 『우리 집에 불 났어』,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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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수평선 너머의 연인
다른 욕망, 다른 갈망, 다른 허기

몸에 맞지 않는 옷과 상처투성이 손, 햇볕에 그을린 얼굴, 지독한 노역을 말해주는 우람한 근육. 거친 밑바닥 세상살이를 살아온 흔적이 여실이 몸에 드러난 사람 마틴 이든. 그런 그가 루스, 그 창백한 여인을 본 것이다. 자신이 이제껏 보아온 사람들과 삶의 장면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그녀와 그녀 주변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마틴은 그녀와 함께하기를 갈망하며 그녀가 속한 저 위의 계급에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을 품는다. 감수성과 공감력이 큰 마틴이기에 루스와 함께하기를 바라는 만큼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 지적인 허기도 커져갔다. 아름다움의 힘으로 충만한 채, 비틀대고 더듬거리면서 그는 루스에게 다가가기 위한 궁리를 한다.
루스, 그녀는 천성적으로 보수적인 데다 교육도 보수적으로 받았으며,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온 삶의 틈바구니에 들어가 이미 굳어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녀 역시 마틴에게 이끌렸다. 다른 세계에서 온 이 남자의 근육질과 남성미에 이끌렸고, 그 거친 삶의 흔적들이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본능적으로는 그라는 존재를 욕망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가슴으로 경험한 적 없는, 책을 통해 경험한 것이 전부인 루스로서는 실제 사랑이 어떤 것인지 몰랐다는 점이다. 그녀가 아는 사랑이 순전히 이론적인 것이듯, 그녀가 아는 삶에 대한 모든 감각 또한 그러했다. 이런 편협함으로 인해 루스는 자신의 지평 너머 다른 세계에서 온 이 남자를 자기 삶의 틈바구니 안에 사는 이상적인 남자의 모습으로 빚어 만들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편견과 관습을 난타하는 굳은살 박인 손과
일해본 적 없는 부드러운 손
끔찍한 개연성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사랑

루스를 만나고 마틴은 자신의 현실, 비눗물과 더러운 빨래 냄새 가득한 방, 그 좁은 세계를 절감한다. 고통스러운 삶의 소음, 그 극도의 너절함에, 노동계급이라는 자기 자신의 위치에 짓눌린 채 마틴은 자신과 루스와의 거리를 실감한다.

“그는 여공들과 노동하는 여성들의 굳은살 박인 손에 익숙했다. 물론 그는 그들의 손이 왜 거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그 손이란… 그녀는 일하는 데 손을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부드러웠다. 생계를 위해 일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는 놀랍고 무서운 생각에 이르자 자신과 그녀 사이의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 불현듯 노동하지 않는 사람들의 귀족주의가 보였다. (…) 그러나 그녀의 손은 부드러웠고 그녀 어머니의 손도, 그녀 남동생들의 손도 마찬가지였다. 이 마지막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깜짝 놀랐다. 그 마지막 생각은 그들의 신분이 높다는 사실과 그와 그녀 사이에 가로놓인 엄청난 거리를 섬뜩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_본문 45~46쪽

노동한 적 없는 루스의 부드러운 손이 둘 사이의 거리감을 보여준다면, 마틴의 굳은살 박인 거친 손, 바다와 밑바닥 삶에서 마틴의 날것의 경험은 루스의 편견과 관습을 난타한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넘어서는 마틴의 독특한 관점은 루스로서는 자신이 이제껏 삶을 차갑게 살아온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불러올 정도였다. 루스는 세상살이의 복잡함과 뜨거움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되려 그런 루스의 순수함이 마틴을 강타하여 마틴은 사랑하는 연인의 청순함에 지레 겁먹어 버리는 것이었다. 밑바닥에서 살아온 그를 저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면서 그의 감정과 지식을 고양하고 변모시킨 것이 바로 그녀의 순수함과 그녀에 대한 사랑이었으나, 그녀를 너무나 성스럽고, 너무나 정신적인 존재로 여기게 하여 육체적으로 어떤 관계도 맺을 수 없게 한 것 역시 마틴 그 자신의 사랑이었다. 마틴은 루스를 실제로는 열렬히 욕망하고 사랑함에도 그녀에 대한 자신의 이상화된 사랑에 압도된 나머지 자신으로부터 그녀를 밀쳐버리고 그녀를 자신에게 불가능한 존재로 만드는 면이 있다.

세상의 기준에 반역하고, 자신의 높은 이상을 배반하는

마틴은 현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글을 쓰기로 한다. 그는 삶을 알았다. 삶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추함도 알았고, 삶에 스며든 그 더러운 진흙에도 불구하고 삶의 위대함을 알았다. 마틴은 아름다움의 고운 얼굴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가 추구한 것은 인간의 열망과 신념이 깊숙이 박혀 있는 열정적인 사실주의였다. 마틴이 삶의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반면에 루스는 글을 쓰려는 그의 욕망은 시간이 가면 벗어나게 될 조그만 약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틴은 루스가 자신의 작가적 능력에 대해 거의 믿음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서 그녀를 달리 보거나 경시하지 않았다. 마틴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사랑의 개념이 형성되었다. 이성은 사랑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올바른 추론을 하건 그릇된 추론을 하건 상관없었다. 사랑은 이성 위에 존재했다.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든 그건 그녀의 사랑스러움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글을 쓰겠다는 욕망과 일자리를 얻어 일하라는 현실 사이에서 마틴은 자신이 믿어온 것, 저 위의 세계에 대한 믿음에 균열이 생긴다. 루스와 그녀 가족과 같은 자기 위의 세상에서는 모든 남녀가 드높은 생각을 하며 그 생각대로 살아간다는 것을 굳건히 믿었던 마틴은 그 믿음이 정답이 아님을 감지한다. 루스는 어떤가? 마틴 자신이 어린 시절의 환경으로 인해 불리한 입장에 빠졌듯이, 그녀 역시 비슷한 이유로 불리한 입장에 빠졌음을 그는 알았다. 루스와 같은 계급으로 올라가려는 과정에서 마틴은, 진짜 문학, 진짜 그림, 진짜 음악에 대해 모스가와 그 부류들은 완전히 무감각하다는 것, 마찬가지로 진짜 삶에 대해서도 그들은 우둔하게 절망적으로 무지하다는 것을 절감해야 했다.

한울의 ‘새 번역판 잭 런던 시리즈’(전 3권)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산 한 인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력과 이야기의 힘

잭 런던은 노동자와 자본가가 날카롭게 대립했던 187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나이에 독학하면서 신문 배달, 아이스크림 장사, 통조림 공장 노동자, 생굴털이 도둑, 선원, 부랑자 생활을 전전하며 밑바닥 세계의 끔찍한 현실을 경험했다. 특히 1894년 부랑자로 떠돌다가 뉴욕주의 교도소에 갇혔을 때 겪은 혹독한 경험은 그의 생애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부랑자 시절의 경험을 기록한 회고록 길(The Road)(1907)에서 묘사한 바와 같이 교도소에서 한 흑백 혼혈아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다가 무참하게 폭행당하는 모습에서 그는 사회적인 나락의 구덩이를 보았고, 그 끔찍한 경험은 그가 사회주의자로 전향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사회주의적 실천으로 택한 세계는 밑바닥 사람들의 삶과 노동의 현장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르주아 지식인의 세계였다. 그래서 잭 런던의 작품에는 계급적·이념적 대립과 갈등, 그 갈등 속에 있는 주인공의 이중적인 태도 등 작가 자신의 삶과 주인공의 삶이 분리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투영된 경우가 많다.
그런 모순적이기에 폭발적인 힘으로 잭 런던의 작품은 출간 후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퇴색되지 않는 통찰력과 이야기의 힘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1989년에 처음 국내에 잭 런던의 소설을 출간한 한울이 잭 런던의 계급감각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 네 편을 전면 새 번역하여 ‘새 번역판 잭 런던 시리즈’로 묶어 새롭게 출간한다. 잭 런던은 『강철군화』(2026년 7월 출간 예정)에서 계급에 대한 날카로운 감수성을 바탕으로 노동과 자본의 모순뿐 아니라 독점자본의 과두지배체제인 파시즘의 도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통찰력을 보여주고, 『마틴 이든』에서는 계급 간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전면적으로 다루면서 개인의 삶과 사회의 문화적인 영역에서 계급 문제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는지를 보여준다. 『야성의 부름』(2026년 7월 출간 예정)에서는 인간 세계의 질서,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깊은 생각을 동물의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길』은 작가 자신의 부랑자 시절의 경험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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