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차갑다고 느꼈는데, 알고 보니 배려였다
일요일에 잔디를 깎으면 이웃이 시끄럽다고 신고하고, 밥을 사주면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하며, 부부 사이에도 집세를 주고받는 나라. 처음 독일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저자에게 독일인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시간이 쌓이면서 저자는 그 낯섦의 뿌리를 하나씩 찾아 나간다. 나치 시절의 역사가 프라이버시에 대한 강박으로, 두 번의 세계대전이 철저한 절약 정신으로, 개인주의가 오히려 타인에게 짐을 지우지 않으려는 배려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독일인들의 마음은 느리게 열리지만, 일단 열리면 그들은 지나가며 한 말도 놓치지 않고 도움을 주기 위해 손수 적은 레시피 다섯 장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 느린 열림의 과정을 기다린 저자가, 마침내 그 안에서 발견한 독일의 따뜻한 속살을 전하는 이야기다.
독일인과 친구가 된다는 것
독일인과 친구가 되는 일은 분명 쉽지 않다. 이 책은 그 쉽지 않은 길을 먼저 간 이의 조언을 담았다. 저자는 16년간 생일파티에 초대받고, 저녁식사 자리를 오가고, 동네 여자들의 밤 모임에 끼어들고, 이웃의 담장 보수를 함께하면서 독일인들과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관계를 쌓아왔다. 처음엔 생일파티에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갔다가 민망해진 일도, 성대한 생일상을 기대했더니 간소한 굴라쉬(고기 스튜) 요리와 빵이 전부였던 일도 있었다. 한국과는 다른 문법으로 흘러가는 독일인들의 친교 문화를 몸으로 익히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독일인과의 관계는 느리게 열리되 한번 열리면 깊고 오래간다. 저자는 독일어가 서툴고 문화가 낯설어도 먼저 손을 내밀라고 말한다. 그 손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 아이는 한독아이다
저자는 독일에서 한국과는 다른 교육철학을 경험한다. 만년필로 신중하게 글을 쓰게 하는 수업, 발표와 토론이 성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교실,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기다려주는 학교의 태도는 한국 독자들에게 낯설고도 흥미로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또한 이 책은 독일 사회 안에서 성장하는 ‘이주민의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지도 섬세하게 보여준다. “왜 엄마만 외국인이야?”라며 울며 묻던 아이가 어느 날 스스로를 ‘독일한국사람(Deutschkoreaner)’이라고 소개하기까지. 저자는 아이가 자신의 뿌리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독일과 한국이라는 두 문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독일 사회의 다문화 교육과 한국 문화의 세계적 위상이 이민 2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보여준다. 결국 『살아보니, 독일』은 독일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이야기이자, 낯선 땅에서 자신과 아이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아주 현실적이고도 뭉클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