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굿즈를 사는 사람과 브랜드 이미지를 파는 사람이
서로를 가장 반갑게 만나는 동네, 성수동
성수동에 서울의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지는 꽤 되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눈이 밝은 브랜드 기획자와 마케터 들은 성수동에 크고 작게 자리를 잡아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고 마찬가지로 안목이 높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소비자들 사이에 퍼져서 이제는 내국인에게는 물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성수동은 서울 여행에서 반드시 찾아야 하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실제로 작년(2025년) 성수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500만 명에 이른다는 추정치가 있는데, 이는 직전 연도인 2024년에 비해서 200만 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젊은 세대가 성수동에 모이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팝업과 플래그십 스토어 덕분이다. ‘무신사’ ‘와디즈’ ‘크래프톤’과 같이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에게 소구할 만한 브랜드는 물론이고 ‘디올’ ‘프라다’ ‘포르셰’와 같이 백화점 명품관이나 강남 청담동 등지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던 최고급 브랜드들까지도 성수동에서 자신들만의 공간을 경쟁하듯 찾고 있다. 그리고 매니악한 취향의 소비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작지만 탄탄한 브랜드들도 성수동에서 소비자들을 만난다. 한 마디로 무언가를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동시에 모이는 스팟인 것이다. 지은이 조훈희 교수는 이러한 성수동의 매력을 성수동의 역사적 흐름과 입지, 성수라는 로컬이 가진 개성이란 프레임을 통해 생동감 있게 분석하고 있다.
한국의 새로운 부를 선도하는 성수동
성수동이 그려나갈 서울과 한국의 미래
단순히 팝업스토어로만 기억하기에 성수동은 이제 서울이라는 세계적인 대도시의 발전 방향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곳이 되었다. 트렌디한 이유로 성수동에 모인 젊은 감각의 회사들이 새로운 클러스터를 형성하면서 서울 사대문 안이나 강남과 같은 전통적인 업무지구와는 차별적인 특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거대 엔터테인먼트 사업체들이 강남에서 성수로 본거지를 옮기면서 성수동은 국제사회에 한국을 가장 효과적으로 홍보 중인 케이컬처의 중심지라는 타이틀도 얻게 되었다. 그에 따라 주변의 부동산 가격도 급등하면서 고층 빌딩이나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 등 영앤리치들이 선호하는 최고급 주거 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서울의 스카이라인 변화를 선도하는 지역이 되고 있다.
책 속에서
대형 창고와 공장 특유의 높은 천장고, 일반적인 상업 시설과 달리 내부 기둥이 없는 넓은 공간, 붉은 벽돌과 철골 구조물이 자아내는 거친 질감은 어느 신축 건물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개성’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치열히 맞붙는 경쟁 시장에서 각자의 차별화된 세계관을 담아낼 새로운 무대가 필요했다. 자신의 선택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차별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 16쪽, 「chapter 1. 브랜드는 왜 성수에 모이는가」에서
로컬로서의 성수동은 산업적 배경, 공간의 물리적 흔적 그리고 이를 새롭게 해석한 사람들의 활동이 중첩되며 형성되었다. 성수동은 스스로를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경험의 장면을 제공했고, 그 장면들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축적되며 성수동만의 맥락을 만들어냈다. 성수동의 사례는 특정 시점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문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시 찾고, 얼마나 오래 관계를 유지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성수동은 우연히 만들어진 핫플레이스가 아니다. 인구를 읽고 관계를 설계하며 시간이 축적된 지역이다. 이 방식은 앞으로의 상업 공간 기획과 도시 전략 전반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 71-72쪽, 「chapter 5. 성수동은 어떻에 관계의 도시가 되었는가?」에서
성수동의 장소성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붉은 벽돌이다. 그 표면의 거친 질감은 성수동이 지나온 산업화 시대의 기억을 품고 있다. 이를 보존하면서도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현재의 용도에 맞춰서 자유롭게 변형하는 형태야말로 도시재생의 본질이었다. 그 안에서 도시의 기억은 끊어지지 않고, 세대 간의 연결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성수동의 붉은 벽돌은 그래서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기호(sign)’에 가깝다. 그것은 이 지역이 지닌 정체성인 ‘땀 흘려 일하는 도시’라는 성수동의 과거를 오늘날의 ‘창조적으로 일하는 도시’로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한다. 성수동은 오래된 붉은 벽돌 위에 새로운 미래를 짓고 있다.
─ 108-109쪽, 「chapter 7. 성수동의 퍼스널컬러, 붉은 벽돌이 많든 도시 브랜딩」에서
마지막으로 중요한 이유는 ‘사람’이다. 성수동은 서울숲과 한강, 골목 상권, 적당한 번잡함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젊은 인재가 선호하는 생활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성수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이전 이후 퇴사율이 줄고, 젊은 고급 인력의 지원 비율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또는 디자인 인력들은 출퇴근 거리뿐 아니라 주변 분위기, 삶의 질, 카
페와 공원 접근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회사를 선택한다. 성수동은 '일하고 싶은 도심'이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획득한 지역이다. 이러한 점에서 성수동은 한강, 서울숲, 골목 문화, 적당한 번잡함이 공존하며 '일하고 싶은 도심'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명함에 있는 회사의 주소가 성수동이라고 쓰여 있으면 “나는 젊고 감각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라는 이미지까지 함께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202쪽, 「chapter 15. 꿩 대신 닭, 그래서 강남 대신 성수?」에서
문제는 이 구조 변화가 성수동의 본질적 매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성수동은 끊임없는 변화와 지치지 않는 실험 정신을 통해 힘을 가질 수 있었다. 굳이 성수동이 아닌 곳에도 크고 화려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수 있는 대기업 중심의 상권이 고착화한다면 공간의 변화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성수동이 이들과의 차별성을 잃는 순간, 성수동을 선택해야 할 이유 역시 약해지기 때문이다.
─ 260-261쪽, 「chapter 19. 성수동이 감내해야 할 성장의 무게」에서
저성장 시대에 상권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소비가 아니라 반드시 다시 찾고 싶어지도록 하는 이유다. 성수동이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매력은 케이컬처와 함께 진화해 온 도시 구조 그 자체다. 성수동의 미래는 결국 도시나 부동산,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콘텐츠가 사람들을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고찰이 가장 현실적인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278쪽, 「chapter 20. 케이컬쳐와 발전하는 성수동의 미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