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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새 둥지
혼자도 괜찮아요|아버지의 죽음|새 둥지|예상 밖의 전개|보청기의 수난|하나 잃고 하나 얻고|퍼펙트 데이|엄마 관리는 내게 맡겨|노인의 나라는 어디에|유 캔 두 잇|블랙 유감|괜찮아, 사랑이야|본전 찾아 삼만리|뒷배 자식|난 자리 든 자리|틈새 메우기

2장 익숙한 듯 새로운
헤어질 날들|붙였다 뗐다|굳이 말을 하자면|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개인의 취향|여전한 남녀|스캔들|느린 발, 빠른 입|가벼운 나비효과|내가 만든 작은 우물|여전한 영긂|블랙 유감|식당이라는 무대|놀이터의 기억

3장 마지막 선택
딸이 깔아준 세상|엄마의 새 친구|운명을 달리하다|낡은 안식|글방 나들이|엄마의 콤플렉스|동호인실 소동|다 방법이 있지|작은 빛|늙어가서 다행이야|거기는 어떤가요?|블랙 유감|획을 그은 남자|한솥밥의 거리|엄마의 마지막 집

에필로그
저자 소개
저자 : 윤명숙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58년 홍익대학교 미술학부에 입학하였으나 1학년을 마치고 중퇴했다. 20세에 화가 박서보와 결혼한 후 주부로 지내다 2006년 67세의 나이로 〈문학미디어〉에 단편 〈오렌지의 기억〉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꾸준히 글쓰기를 하고 있으며 수필집 《나로 말할 것 같으면》을 출간했다.

저자 : 박승숙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와 동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예술대학에서 미술치료 석사과정을 마쳤다. 20년간 국내에서 미술치료사로 일하면서 행복하게 글을 쓰고 교육자로 일했다. 현재는 중년을 위한 교육원 ‘다시배움’의 대표로 중장년기와 노년기 예술 교육 및 예술 공동체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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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아닌
그림 그리고 글 쓰는 할머니 윤명숙의 ‘나 혼자 산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해 67세의 나이로 문단에 등단, 83세의 나이로 첫 책 『나로 말할 것 같으면』을 출간하며 ‘인생에 늦은 때란 없음’을 몸소 증명해낸 작가 윤명숙의 신간 『명랑한 독립』이 출간되었다. 2023년, 남편 박서보 화백을 갑작스레 떠나보낸 윤명숙 작가는 65년간의 부부생활 끝에 한순간 혼자가 된다. 동시대의 다른 많은 여성들처럼 이렇다 할 사회생활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스무 살의 나이로 아내이자 엄마가 되었고, 그 후 한국 현대미술계의 거장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내내 빛났던 남편의 곁에서 자신의 삶을 뒤로 한 채 내조와 육아에만 전념하며 묵묵히 살아온 터였으므로,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서야 비로소 홀로서기를 해볼 결심이 섰다. 그리하여 남은 생은 자신들과 편히 사시자는 아이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시니어하우스(실버 아파트) 입소 제한 연령 마지노선인 만 85세를 턱걸이로 통과해 겨우 이사를 했다.
생의 끝을 향해 있는 나이에 새로운 환경과 이웃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하루 쇠락해가는 몸과 정신으로 매일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을 이웃 친구를 새로 사귀어야 했고,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반쯤은 강제로) 자동차와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고 ‘어르신 무료 교통카드’를 이용해 외출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다시 익혀야 했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잘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는지를 알고 싶었고,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아닌 ‘윤명숙’이라는 이름자 앞에 어떤 타이틀을 남길지만큼은 스스로 정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이 늦깎이 독립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터였다.
엄마의 그런 아슬아슬한 도전을 바라보는 딸의 마음은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당신의 건강을 생각하시어 그저 자녀들 손길 닿는 집 안에서 가만히만 계시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엄마가 내일 맞이할 일상이, 자신에게도 곧 들이닥칠 미래였기에.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온전한 한 개인으로 자유롭게 살아보겠다 결심한 엄마에게 딸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결국 응원과 격려뿐이었다. 그렇게 딸은 어린 딸을 놀이터에 내보내던 마음으로, 엄마가 이사한 시니어하우스에 매주 들러 안부를 물으며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가는 엄마의 최대 조력자를 자처하기에 이른다.
인생 4막에 다다른 나이에도 조용한 열정과 활기를 잃지 않고 오랜 삶으로 다져온 노련함으로, 때로는 조금 뻔뻔해질 수밖에 없는 늙은 몸으로 자기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윤명숙 작가와, 한국전쟁부터 챗GPT까지 그 모든 변화와 역사를 온몸으로 통과하고 있는 엄마를 존경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또 이윽고 자신도 맞게 될 노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엄마 곁에 선 박승숙 작가, 이 모녀가 담담히 완성해 가는 이중주는 애틋함을 넘어 감동까지 안겨준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우리의 미래에 먼저 당도한 어른의 지혜와 위트

아들딸에게 큰소리치며 호기롭게 옮긴 새 둥지건만 적응해 나가기는 여러모로 쉽지 않다. 윤명숙 작가가 새로 닻을 내린 시니어하우스는 평균 나이 87세의 노인들이 350세대 규모로 모여 사는 아파트였다. 말 그대로 노인들만의 세상. 작가는 곧 머리 허연 학생들이 가득한 학교에 새로 전학 간 전학생의 심정이 된다. 무엇보다 새로운 이웃과 가까워지기가 자신 앞에 놓인 크나큰 과제였다. 일반 아파트라면 이웃과 제대로 된 인사 한번 나누지 않고 이사 들고 나가기가 흔한 요즘이라지만, 시니어하우스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공동 식당에서 한 식탁에 앉아 얼굴을 마주하고 삼시 세끼 밥을 함께 먹어야 했으므로 웬만한 철면피가 아니고서는 억지로라도 인사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작가는 80대의 나이에 식당 짝꿍을 찾고,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그 과정이 간단했을 리 없다. 남편,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던 때는 인간관계를 굳이 적극적으로 맺지 않아도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북적였고, 굳이 새로운 관계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때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스스로 관계를 맺고 의미를 부여할 기회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달랐다. 먼저 손을 내밀고 인사하며 다가가야 했다. 거기다 이곳 이웃들은 몸에 병을 안고 있거나 살아온 긴 세월 동안 나름의 사연을 간직해 온 사람들이었다. 가벼운 치매나 파킨슨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예기치 못한 행동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순간 ‘이제 와서 평생 안 하던 짓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동안 못 배운 대인관계 기술을 습득해서 익숙해질 때쯤이면 내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는데?’ 주춤대는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작가는 특유의 호기심과 다정함으로, 긴 세월 쌓아 온 노련함으로 자신 앞에 닥친 새로운 과제들을 해결하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어나간다. 동시에 자신도 몰랐던 대인관계 안에서의 자아와 성격, 취향을 발견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도 열심히 좌충우돌하면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죽는 게 낫다는 작가의 결론이자 작심은, 그의 명랑한 마음만큼이나 명쾌하다.
작가는 뒤늦게 시작한 글쓰기에도 열정을 다한다. 이제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거나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기도 버거운 인지력이지만 매일같이 노트북을 열고 일상에서 얻은 글감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부지런히 정리해 나간다. 처음에는 그저 기록을 남기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였건만 사위어가는 기억들을 조심조심 들어내어 정리하고 손질하는 과정은, 결국 작가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되짚어보게 하는 자기 성찰이자 자기 치유 과정이었다. 그렇게 글쓰기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자 자신을 가두고 있는 생각과 습관의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작은 시도가 되어주었고, 오랜 시간 갇혀 있던 자기만의 우물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밖을 볼 수 있는 창이자 통로가 되었다. 나아가 작가는 여러 나이 대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글쓰기 모임을 통해 타인에게 자신의 글을 내보이고 비평을 받아들이며 계속해서 글의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 그런 일상을 엿보고 있노라면 꺼져가는 몸과 두뇌에도 배움에는 때가 없으며, 성장욕과 창작욕 역시 결코 끝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시들어가는 몸과 마음에도 꺾이지 않는
주체적인 삶을 향한 의지

누구나 한때 어린이였듯 누구나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걸, 사람들은 가끔 잊고 산다. 그래서 노년기의 생활을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아직은 머나먼 일로, 심지어 자신은 절대 겪지 않을 일로 여긴다. 그러는 사이 우리 사회 이웃 노인들의 존재는 지워지고 사라진다. 새로운 노년의 일상을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낸 윤명숙 작가의 글을 따라 읽다 보면 낯설게만 느껴졌던 나이 듦과 노년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곧 우리가 맞을 노년에 대한 안도와 희망으로 이어진다.
흐린 눈과 귀,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팔다리,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심장으로도 고갈되지 않는 지적 호기심과 성장욕으로 마지막까지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 그 의지야말로 우리 시대의 어른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 아닐까. 끝없는 배움과 깨달음, 즐거운 사색과 담담한 농담으로 노년의 삶을 씩씩하고 명랑하게 채워나가는 윤명숙, 박승숙 작가와 함께 언젠가 만나게 될 나만의 즐거운 노년을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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