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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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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듀나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리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94년 공동단편집 《사이버펑크》에 몇몇 하이텔 단편들이 실렸고, 이후 소설 《나비전쟁》 《면세구역》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제저벨》 《아직은 신이 아니야》 《민트의 세계》 《두 번째 유모》 《구부전》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평형추》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찢어진 종잇조각의 신》 《바리》 《2023년생》 《아퀼라의 그림자》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 《별이가 우리에게 왔을 때》 등을 출간했다. 논픽션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여자 주인공만 모른다》 《남자 주인공에겐 없다》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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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간 여행자처럼 날아온 이 소설은 어딜 보나 완벽한 듀나 SF다.” (소설가 이산화)
“입체시 없이는 정밀히 관측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들.” (소설가 청예)

한국 SF에 30년 넘게 벌어지고 있는 ‘듀나’라는 사건
오늘에야 초기작을 새로 읽을 수 있다는 기쁨

듀나는 SF 장르의 재료와 한국의 맥락을 성공적으로 결합해냈다. (...) 각각의 장르 재료가 지닌 잠재력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취다. (페미니스트 문화연구자 강은교)

초기 듀나 작품의 특징을 아주 단순화해 정의하자면 영미 장르문학의 장르 관습과 한국 문학의 세련된 문장이 결합된 형태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레퍼런스 삼을 국내의 SF가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에서 듀나는 이 둘을 재료로 자신의 기반을 다졌다. (소설가 이경희)

지금 SF가 존재하는 건 그걸 쓴 사람들이 옛날 SF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과거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옛 작가들이 하지 않은 걸 해야죠. 전 과거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과거가 없는 척은 더더욱 못 하겠고. (듀나 《씨네21》 인터뷰 중에서)

“듀나처럼 모르는 사람 많은 유명인이 한국에 또 있을까 싶다”는 이다혜 기자의 말처럼, 기념비적인 업적에 비해 작가에 관해 사적으로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다. 미국의 소설가 주나 반스(Djuna Barnes)에서 필명을 따 왔다는 사실과, 유명한 토끼 사진 프로필,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태평양 횡단 특급》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대리전》 등 굵직한 작품을 발표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우리의 일상 공간과 익숙한 이름으로 창작된 SF소설의 가능성을 알게 한 그는 “한국 SF의 역사를 관통하는 기둥”(이경희)이라 불릴 만한 작가이다. 듀나의 작품은 이제 해외에도 다수 번역 소개되어, 2021년 펭귄랜덤하우스의 임프린트 판테온에서 출간된 그의 《평형추Counterweight》는 출간과 동시에 미국 《뉴욕 타임스》, 《와이어드》, 《나일론》 등에서 잇따라 호평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몰록》의 새로운 출발이 지금 한국 SF를 즐겨 읽는 많은 국내 독자에게도, 아시안 페미니스트 과학소설에 애정을 보내는 세계 독자에게도 반가운 사건이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힘에 잠식된 광기의 도시, 의천
문명이 존재했던 화성과 망해버린 지구를 맴도는 긴장감

수정중급학교가 어떤 곳인지 알죠? 국제적 화합을 도모한답시고 여러 나라 아이들을 한군데 밀어 넣고 구경하는 곳이에요.
당연히 이런 건 통하지 않아요. 지금이 어떤 때인데. 학교 애들은 대부분 패거리를 결성하고 있죠. 중국 애들은 중국 애들끼리, 러시아 애들은 러시아 애들끼리, 한국 애들은 한국 애들끼리요.
여기서 가장 손해를 보는 게 누군지 알아요? 바로 나 같은 박쥐들이에요. 학교는 전쟁터예요. 진짜 전쟁처럼 협정도 있고 조약도 있고 포로 교환도 있어요. 하지만 박쥐들에겐 그런 게 없어요. 보호해줄 패거리가 없으니까요. (p. 73)

몇백 년 전 일어난 환태평양 대지진으로 일본, 필리핀, 미국 서부 등지가 침몰해버렸고, 오늘날 우리의 기술이나 사회 체제와도 완전히 다르게 변화해온 평행우주의 지구. 여기에는 분단되지 않은 한국 북부, 그리고 공산주의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 있는 20세기 말의 가상 도시 의천이 있다. 이 도시에서는 인접국 출신들로 이루어진 자치 지역구가 설립되어 각자 다른 문화를 이루고 정치적으로 대립하며 서로를 견제한다. 마약과 테러로 혼란스러운 지역이지만 지독한 관료주의 위에 그나마의 합리적 시스템을 이룬 국제도시이기도 하다. 이 세계의 독특한 지점 중 하나는 화성에 16세기까지 문명이 존재했다는 것으로, 서사의 전개 속에 미스터리한 신비를 더한다.

머리 없는 시체들이 가리키는 거대한 비밀
세 인물의 시선으로 밝혀내는 세계의 진짜 모습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 사이의 마흔두 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소설은 경찰 파견 근무자인 ‘나(현주)’와 스코르닉씨병으로 인해 약에 의존해야 하는 무영, 그녀의 사촌 동생이자 타인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한 미향의 시선이 시시각각 교차한다. ‘나’는 혼란의 도시 의천에서 발생한 머리 없는 사체 사건을 추적하며, 무영은 갑작스러운 실직과 가족들의 실종을 해결하며, 미향은 학교를 비롯한 의천시 사람들의 행동 양태를 관찰하며 조금씩 이 낯선 우주의 진실에 접근해간다.
작가 특유의 하드보일드한 문체와 능숙한 장르 문법이 돋보이는 듀나의 첫 장편소설 《몰록》. 흥건한 피와 불타는 건물로 가득한 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가득 채우면서도, 우리 세계의 모순을 꼭 닮은 문제들이 또 다른 디스토피아에서 더욱 뚜렷해지고, 관습적인 관점과 재현을 전복하며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당당한 소녀를 읽는 쾌감을 선사한다.

온갖 자잘한 수정에도 불구하고 《몰록》은 여전히 어리다. 이 이야기를 쓴 작가는 그 뒤 인류를 만신창이로 만든 어처구니없는 퇴행의 역사를 겪지 못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분노하고 이죽거리지만, 그 대상과 방향은 지금의 나와 다르다. 지금 보니 당시의 나는 그래도 지금의 나보다는 낙천적이었던 거 같다. 나는 그때의 나를 부러움과 연민의 눈으로 본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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