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세계의 곡창 브라질, 스스로 회복하는 대지에서 길을 찾다.
브라질은 ‘세계의 곡창 지대’로 알려져 있다. 대두와 옥수수, 쇠고기와 설탕, 커피와 오렌지에 이르기까지 브라질은 세계 식량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공급국 가운데 하나다. 넓은 국토와 높은 생산성 덕분에 브라질 농업은 종종 세계 농업의 성공 사례로 소개된다. 그러나 이 익숙한 이미지 뒤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브라질의 자연은 처음부터 농업에 특별히 유리한 땅이 아니다. 숲이 사라지면 땅은 쉽게 힘을 잃고, 비와 물의 흐름이 바뀌면 생산도 크게 흔들린다. 다시 말해 브라질의 풍요는 단순히 넓은 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연의 균형이 유지될 때 비로소 가능했던 결과이다.
그러나 인간의 경제 활동은 이 균형을 빠르게 바꾸어 왔다. 식민 시대 이후 브라질의 자연은 사탕수수와 금, 커피와 목축, 그리고 현대의 곡물 생산으로 이어지는 경제 활동 속에서 끊임없이 개간되고 확장되었다. 숲은 베어졌고, 땅은 새로운 생산 공간으로 바뀌었으며, 경제 활동의 중심은 해안에서 내륙으로 이동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브라질은 세계 시장에 식량과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농업 국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에는 대가도 따랐다. 농업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숲을 이루는 거대한 생태계는 깊이 흔들렸고, 토양과 물, 생물다양성에도 서서히 부담이 쌓였다. 생산량은 늘어났지만, 자연의 회복력은 약해졌고, 농업의 성공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이 남았다. 풍요의 이면에서 대지는 점점 더 피로해지고 있었다.
브라질은 왜 ‘더 많은 생산’ 대신 ‘재생’을 선택했는가?
생산은 어떻게 생태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오늘날 브라질이 마주한 과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세계 식량 체계의 핵심 공급국이라는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자연의 균형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는 시대에 농업의 미래는 단순히 더 많이 생산하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이용되고 있는 땅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관리할 것인지, 그리고 훼손된 자연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환경 피해를 줄이는 것을 넘어, 지친 토양과 생태계를 다시 살리려는 ‘재생(regeneration)’이라는 접근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생산과 환경을 서로 대립하는 문제로 보는 시각을 넘어, 자연의 회복에서 농업의 미래를 찾으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브라질 농업의 형성과 변화를 따라간다. 브라질 농업이 어떤 역사적 경로를 거쳐 성장했는지, 세계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한계와 환경적 부담이 드러났는지를 함께 짚어 본다. 자연환경과 토지 이용의 변화, 세계 시장과 국가 정책, 그리고 지역 사회의 대응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오늘의 브라질 농업을 만들어 왔는지를 살펴본다.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브라질 농업이 어떻게 세계 식량 체계의 핵심 공급국으로 성장했는지, 그리고 왜 지금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제1장 ‘숲에서 곡창으로’에서는 브라질 농업의 출발점을 다룬다. 빠우브라질(pau-brasil) 채취에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금과 커피로 이어지는 식민지 경제의 흐름을 통해 숲이 어떻게 생산 공간으로 바뀌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브라질의 영토와 사회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제2장 ‘농업 비즈니스와 자연 길들이기’에서는 20세기 이후 등장한 현대 농업의 변화를 다룬다. 그린 혁명과 연구개발 체계, 그리고 농업 비즈니스(agribusiness)의 성장 속에서 브라질 농업이 어떻게 대규모 산업 체계로 전환되었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세하두 개발과 같은 사례를 통해 자연의 제약을 기술과 제도로 극복해 온 과정을 조명한다.
제3장 ‘식량 혁명의 효과와 대가’에서는 브라질이 세계 식량 체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글로벌 공급망과 식량 지정학에서 브라질 농업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환경적·사회적 긴장은 무엇인지 분석한다.
제4장 ‘농업 비즈니스의 지정학’에서는 브라질 농업이 세계 시장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펴본다. 글로벌 기준과 공급망의 변화에서 농업 가치 사슬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규범이 농업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제5장 ‘지속 가능한 브라질의 길’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에 브라질 농업이 직면한 새로운 과제를 다룬다. 토양과 물 순환, 인프라와 생산 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 전환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제6장 ‘재생에서 숨 쉬는 대지로의 전환’에서는 브라질 농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지역 공동체와 농업 생태계의 회복, 그리고 자연과 생산이 공존하는 새로운 농업 문명의 가능성을 함께 살펴본다.
‘라틴아메리카 상생 연대기’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남미연구소 HK+사업단은 ‘21세기 문명 전환의 플랫폼, 라틴아메리카: 산업 문명에서 생태 문명으로’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지속 가능한 생태 문명 패러다임을 설정하기 위해 투여하는 다양한 노력을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추구하는 대안적 세계관과 삶의 방식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본 사업단은 연구 성과를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생태문명 총서’, ‘생태문명 교양총서’, ‘부엔 비비르 총서’와 ‘라틴아메리카 상생 연대기’ 신서를 기획해 출판하고 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국가별 생태 문명에 관해 다루는 ‘라틴아메리카 상생 연대기’ 신서는 라틴아메리카 각국의 생태에 관한 독창적인 도전과 성취,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폭넓게 소개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라틴아메리카의 생태적 다양성과 포용적 연대의 정신을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