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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작하는 말 _ 8

1장 순수의 신화
내가 하면 문화, 남이 하면 잡탕

‘다듬은말’의 왕국 _ 17
오락가락 외래어 다듬기 _ 25
‘갑툭튀’ 사자성어 _ 48
아리송한 한자어 _ 61
너무 문화적인 이름 _ 76
아주 각별한 줄임말 _ 91

2장 우수의 신화
다를수록 더 우월해지는 민족어

맞지 않는 맞춤법 _ 103
같은 말, 다른 뜻 _ 116
다른 말, 같은 뜻 _ 134
다르게 쓰는 외국 이름 _ 146
낯설기만 한 우리말 _ 155
차이 나는 말투 _ 166

3장 예절의 신화
적에게 지킬 예의 따위는 없다

도덕과 언어예절 _ 177
예의 바른 호칭이란 _ 186
속담으로 조롱하기 _ 203
대인민 잡도리 _ 219
찰진 욕설과 막말 _ 229
‘말폭탄’의 진짜 쓸모 _ 243

4장 사상의 신화
오직 수령을 위해 복무함!

‘북조선시대’의 말 _ 261
면면히 이어지는 핵심어 _ 290
묵은 말의 재활용 _ 302
김정은만의 ‘시대어’ _ 312
말로 거두는 정신승리 _ 332
기묘한 전설의 고향 _ 346

5장 통제의 신화
선을 넘는 말, 허공에 뜬 말

남북, 서로를 이르는 말 _ 363
남에서 북으로 묻어간 말 _ 376
북에서 남으로 넘어온 말 _ 391
잘못 알려진 북한말 _ 403
쓸 수 없는 북한말 _ 413
존재하지 않는 말 _ 425

맺는말: 움직이지 않는 ‘노잼’의 성 _ 435
저자 소개
저자 : 정소운
첫 남북회담이 열렸던 1971년에 태어났다. 1996년부터 현재까지 통일부에서 일하면서 30년 동안 거의 매일 노동신문을 읽었다. 외국어 공부하듯 북한말을 익혔고, 눈에 걸리는 단어와 구절은 업무수첩 귀퉁이에 적어놓곤 했다. 수십 차례 남북회담과 행사에 참여했으며, 남북의 현장에서 마주친 북한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남북의 사전과 기사 데이터베이스를 훑는 것은 때때로 업무였지만 대체로 취미이기도 했다. 결국 북한이란 텍스트를 제대로 읽어내는 일이란 공사公私를 따지기 어려운 일생의 과제가 되어버렸다. 그리하여 보고서로 쓰자니 하찮고 그대로 묻어두기에는 조금 아까운, 짬짬이 모아두었던 북한말의 사연과 이력을 책으로 엮어보았다. 비록 특수자료의 오랜 족쇄는 벗었다 해도 ‘노잼’을 한도 초과한 노동신문을 굳이 찾아 읽을 리 없는 남한 사는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추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더 잘 알게 되기를, 갈라진 시대의 언어에서 나름의 영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서다.

현재 통일부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저서로 공무원 글쓰기의 기본과 태세를 다룬 《글, 공무원답게 쓰기》(202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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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상을 재운 용어부터 막말과 욕설의 대환장 파티까지…,
노동신문 80년으로 살피는 ‘평양문화어’의 이력과 민낯

북한은 남한을 ‘세상에 둘도 없는 언어오물장’이라고 욕한다. 외래어와 한자어, 줄임말과 신조어가 뒤섞인 ‘잡탕’ 남한말은 너무 ‘저열하고 역스러워’서 그 말을 쓰거나 퍼뜨려 ‘순수하고 우수한 평양문화어’를 오염시키는 자는 최고 사형에 처하겠는 법도 만들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표준어에 해당하는 ‘평양문화어’는 어떤 말인가? 북한 당국이 그토록 자랑하는 북한말은 지난 80년간 남한말과 얼마나 많이 달라지고, 어떤 방향으로 뻗어 나갔는가?

통일부에서 30년간 일해온 저자 정소운이 북한말의 이력과 현실을 찬찬히 들여다본 신간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우수한 말》을 펴냈다. ‘평양문화어에서 험한 재미를 파헤치다’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민족어’를 표방하며 북한 당국이 진행해온 언어정책의 근간부터 오직 수령을 위해 복무하는 북한만의 사상용어, 비슷하거나 정반대로 쓰이는 남북의 말, 재미와 농담의 자리를 대신하는 막말과 욕설의 대환장 파티가 총망라된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가 기본 자료로 삼은 것은 80년 치의 ‘로동신문’(이하 노동신문)이다. 노동신문은 1945년 11월 '정로'라는 이름으로 창간된 조선노동당 기관지로, 1950년부터는 단 하루도 휴간하지 않고 매일 6면을 발행해왔다. 특정 단어의 의미와 무게, 사용 빈도를 측정하기에 더없이 이상적인 자료다. 저자는 1996년부터 통일부에서 일하며 매일 노동신문을 읽어왔다. 업무로 혹은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노동신문을 읽다가 눈에 걸리는 단어나 구절이 보이면 업무수첩 귀퉁이에 적어두고는 흡사 외국어를 공부하듯 북한말 사전을 펼쳐 정확한 뜻을 익히는 한편 북한 통신사와 선전 매체, 방송에 나온 다른 용례를 찾아보았다. 또 수십 차례 남북회담과 행사에 참여하고 남북 현장에서 마주친 북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어의 실제를 두루 취재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모은 북한말의 사연과 쓰임이 이 책의 바탕이 된 셈이다.

‘순수’와 ‘우수’의 신화를 퍼뜨려라!

북한은 1966년부터 한자어와 외래어 대신 고유어를 살린다는 기치 아래 ‘말다듬기’를 시작했다. ‘달린 옷’(원피스), ‘손기척’(노크) 같은 북한만의 단어가 이렇게 나왔다. 민족어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표기법과 단어들의 의미도 의도적으로 달리했다. ‘화페’(화폐), ‘웨침’(외침), ‘립장’(입장) 같은 표기가 자리 잡았고, ‘방조’ ‘희한’ ‘상시’처럼 남북 간 쓰임이 다른 단어들도 생겨났다. 이렇게 달라진 말은 남북 간 교류에서 적잖은 오해와 왜곡을 부르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저자는 접촉이 활발하던 시기, 남북 사이에서 수시로 불거진 용어 해석 문제나 직접 맞닥뜨린 크고 작은 해프닝을 통해 언어 이질화가 불러오는 여러 문제를 다층적으로 짚어낸다.

적에게 베풀 ‘례의도덕’ 따위는 없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북한의 막말 성명에 깜짝깜짝 놀라는 남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의외로 여겨지겠지만 북한은 ‘언어례절’을 매우 강조한다. 그래서 ‘동무’나 ‘선생’ 같은 사회적 호칭뿐 아니라 ‘여보’나 ‘~아버지’ 같은 사적 호칭에 대해서도 수시로 참견을 해댄다. 노동신문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직급이 높다고 해서 반말을 쓰는 건 ‘비도덕적인 처사’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다만 그 ‘례의도덕’은 교화하고 길들여야 할 내부 인민에게 한정될 뿐이다.
상대가 적일 경우 두 눈을 의심케 할 막말과 조롱, 욕설을 퍼부어대는 건 북한을 대표하는 신문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적국의 대통령과 유력 정치인 이름 뒤에 붙는 ‘놈’과 ‘년’부터 ‘병신’ ‘망나니’ ‘인간추물’ ‘저능아’ ‘늙다리 미치광이’ ‘갈보’ ‘기생화냥년’까지, 이들 멸칭과 어우러지는 ‘죽탕쳐 보이라에 처넣자!’ ‘각을 뜨자!’ ‘압연기에 밀어 넣어 편포짝으로 만들자’ 같은 분노의 서술어들까지…. 최고지도자가 던진 땔감에 신문기사가 불을 붙이고 전국 남녀노소가 일제히 떨쳐나 참여하는 막말과 욕설경진대회의 효용은 뚜렷하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사람들이 매일 함께 ‘2분의 증오’ 시간을 가진 후 ‘빅 브라더’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듯, 북한의 말폭탄 축제 역시 체제에 대한 충성과 증산 결의로 마무리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수순이다.

사상을 채워 넣은 말들과 경계를 넘어버린 말말말!

‘평양문화어’에는 3대 세습을 넘어 4대 세습까지 준비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을 인정해야 비로소 이해되는 말들도 적잖다. 대표적인 예가 ‘태양’이다. 북한에서 이 단어는 보통명사가 아니라 김일성과 그 직계를 부르는 고유명사에 가깝다. ‘태양절’(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주체의 태양’은 김일성을 의미하고, 김일성 사후 김정일에게는 ‘향도의 태양’ ‘선군 태양’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21세기의 태양’ ‘주체조선의 태양’은 남한 단체와 재외동포 집단에서 김정은에게 붙인 호칭이라고 선전한다.
그런가 하면 ‘인민대중제일주의’나 ‘과학기술룡마’ ‘청년강국’ 같은 김정은만의 시대어, ‘절대병기’ ‘력대급’ ‘최고존엄’ ‘결사옹위’ ‘선차적으로’처럼 부지불식간에 남북 서로에게 묻어간 말들, ‘뚱뚱한 남자’ ‘정보접근’ ‘한류韓流’처럼 북한 내에 존재할 수 없는 말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와 의미를 더한다.

갈라진 시대의 언어를 배우는 일,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단단한 길

오랜 시간 북한 관련 업무에 종사하며 북한말의 안팎을 살펴온 저자는 말한다. ‘언어는 인식의 도구이자 그 인식 자체이지만, 북한에서는 당국의 언어가 사람들의 세계를 규정한다’고. 하지만 그토록 엄격하게 통제해온 문화어의 성벽 여기저기에도 균열과 틈은 점점 더 크게 생기고, 웃음도 재미도 없는 낙원은 여러모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위에서 내려주는 말을 고분고분 따르는 대신 자유분방하게 진화해, 80여 나라 250여 곳 세종학당과 세계 1,300여 개 대학에서 가르치는 언어로 자라난 ‘잡탕’ 남한말이야말로 정반대의 본보기는 아닐까.
현재 남북 언어의 이질화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과거 남한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북한말에 대한 호기심은 오래전에 사그라들었다. 2023년 12월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이후 북한에서는 ‘대한민국’ 국호 외에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금지한 상태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썼다. 점점 벌어지는 두 세계 사이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메울 가장 좋은 도구는 바로 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곳의 평범하고 자유로운 영혼들이 서로의 말에 대한 이해를 통해 쌓아 올릴 총체적 지식과 역량이야말로 분단의 최종 모습을 결정할 가장 단단하고 유용한 무기라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

북한 당국은 인민들이 ‘불순하고 너절하며 역스러운 괴뢰말’에 끌리는 것이 몹시 못마땅하지만, 이유는 잘 모르는 듯하다. 아니, 설사 이유를 짐작했다 하더라도 이제까지 해왔던 대로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할 것이다. 노동신문을 위시한 북한의 언론 매체들은 달라진 인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시각과 영상 측면에서는 변화를 시도해 왔지만, 언어 측면에서는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중요한 말과 글이 침식되면 체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80년 동안 충분히 효과적으로 정권을 지탱해왔던 방법을 이제 와 새삼스레 바꿀 이유도 없다고 여길 것이다.
_정소운(저자, ‘맺는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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