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시와 소설, 연대와 환대의 언어로 응답하다
시에는 김미령, 성윤석, 이영광, 이중기, 최영철, 허만하의 신작시를 각 2편 수록하였다. 소설란에는 정재운의 「두 원수」와 황인규의 「I'M NOT DATA」가 실렸다. 「두 원수」는 가장 사랑했던 존재를 ‘원수’로 사유하게 되는 역설적 상황을 통해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실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색한다. 「I'M NOT DATA」는 디지털 AI 기술이 인간의 경험과 노동, 정체성을 데이터로 환원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질문한다.
현장비평에서 정미숙은 「박권숙 시조와 생명시학」을 통해 시조를 생명의 지속과 행성적 질서를 사유하는 장으로 읽어낸다. 쟁점-서평에서 송혜림은 『파치』를 통해 비정규 노동과 돌봄의 연대를 살펴보고, 임세화는 『금지된 향수』를 통해 전후 일본 문학과 식민의 기억을 재조명한다. 이어 장성권은 『공공예술의 철학, 임계의 미학』을 통해 환대와 공공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문학/사상』 13호는 거칠게 요동치는 세계 속에서 바다라는 은유와 사유를 통해 전쟁과 기술, 자본과 생태, 연대와 환대의 문제를 새롭게 묻는다. 대지의 경계를 흔드는 바다의 물결처럼, 이번 특집은 익숙한 질서 바깥에서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비평적 항해가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우리 앞에는 무수한 배들이 항해를 준비 중이고, 우리 안에는 무수한 문들이 세계를 향해, 바다를 향해 마련되어 있다. 바다의 노모스에서는 항해하는 배는 언제든 미래를 위험으로 경험한다. 이미 우리는 많은 결정을 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더 많은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파스칼의 은유를 빌려, “우리는 ‘무한한 수평선’을 향해 이미 승선했다.”_김건우 「대지의 노모스와 바다의 노모스: 구체적 질서의 구조 변화」
컴퍼스와 세모자를 손에 쥐고 비밀과 어둠 속에서의 좌초와 절망을 포기하지 않는 유령해적-측량잠수부, 해저면의 파르티잔. 그에게 정치적인 것의 척도이자 새로운 노모스 취득의 시금석은 시원적 생명력과의 살아있는 연결성이며 그 연결망의 힘이 낡은 노모스 안에서 그것의 바깥을 묘출할 가능성의 넓이로 발현하는 시공간이다._윤인로 「유령해적론」
박권숙은 작고 여린 민들레의 모성, 야생성을 통하여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자연과 생명의 융화와 교섭을 웅변한다. 더욱 낮고 절실한 자세로 자연인 생명, 만물에 다가서고자 한다. 시인 자신의 정체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시적 열망은 깊어진다._정미숙 「박권숙 시조와 생명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