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와인의 지도에 새로 들어온 이름
India
호기심에서 취향으로
인도 와인을 읽는 첫 번째 기록
인도 와인이라는 단어는 아직 낯설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칠레, 호주에 익숙한 우리에게 인도는 와인 산지라기보다 향신료와 차, 혹은 위스키의 나라로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와인 세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인도에서는 중산층의 확대와 도시화, 미식 문화의 성장에 맞춰 와인 소비가 늘고 있고, 나식과 카르나타카 일대의 와이너리들은 스테인리스 탱크를 넘어 콘크리트 탱크, 암포라, 대형 오크 푸더, 프렌치 바리크 등 다양한 양조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이 책의 강점은 현장성이다. 저자는 책상 위 자료와 숫자로 인도 와인을 설명하지 않는다. 현지 주류 매장에 들어가고, 와이너리까지 몇 시간씩 이동하고, 생산자와 대화하고, 직접 맛본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 와인의 현재를 정리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시장 보고서와 다르다. 여행 에세이와도 다르다. 숫자와 통계, 와인 평가, 음식 페어링, 현장 감각이 함께 놓인다.
인도 와인의 복잡성은 인도라는 나라의 구조와 맞닿아 있다. 주마다 주류 규제와 세금이 다르고, 음주 가능 연령도 다르며, 종교적·문화적 환경 역시 균질하지 않다. 같은 인도 와인이라고 해도 어느 주에서 사고 마시느냐에 따라 접근성과 가격이 달라진다. 그래서 인도 와인을 이해하려면 포도 품종과 양조 방식뿐 아니라 인도의 규제, 소비 문화, 음식 문화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나마스테, 인도 와인』은 이 복잡한 맥락을 실제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풀어낸다.
특히 3부에서 제안하는 ‘SH 포인트’와 인도 음식 페어링 분석은 이 책의 실용적 성격을 잘 드러낸다. 저자는 기존 유럽·미국 중심의 와인 평가 기준만으로는 인도 와인의 특성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고온의 기후, 짧은 숙성 주기, 관개 중심의 포도 재배, 향신료가 강한 음식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다른 기준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산도·알코올·타닌의 구조, 인도 음식과의 마리아주, 인도 와인 특유의 개성과 완성도를 함께 고려하는 평가 기준을 제안한다.
인도 음식과 와인의 조합을 다루는 부분도 흥미롭다. 버터 치킨, 로간조쉬, 탄두리 치킨, 비르야니, 팔락 파니르, 사모사, 파코라 같은 음식에 어떤 인도 와인이 어울리는지, 향신료·지방·단맛·산도라는 요소로 분석한다. 유럽식 페어링이 소스와 단백질 중심이라면, 인도 음식은 향신료의 층위를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인도 음식 앞에서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지 막막했던 독자에게 구체적인 힌트를 준다.
『나마스테, 인도 와인』은 인도 와인의 완성도에 집중하는 책이 아니다. 대신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산지, 빠르게 변하는 시장,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가능성을 펼쳐놓는다. 저자가 직접 걸어 들어간 와이너리의 풍경, 현지 매장의 진열대,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기록, 음식과 와인이 만나는 순간들이 한 권 안에 담겼다. 익숙한 와인 산지 바깥에서 새로운 병을 찾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꽤 쓸 만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