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작은 가치들이 모여, 무거운 인생을 가볍게 또 경쾌하게
이 책은 삶을 다시 세워가는 이야기이자 중년 여성의 현실과 흔들리는 마음을 담은 언어이다. 1부에서는 가족의 이야기가, 2부에서는 얼떨결에 유방암 환자가 되어 병을 치료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환자로서 겪은 낯선 세계가 현실감 있게 담겼다. 3부에서는 현실 내 나는 돈과 이사 이야기가 이어진다.
집에만 있어서 아까시 꽃 향기를 모른다는 안젤라가 생각났다. 꽃차례를 하나 꺾어 어머님 편에 그녀에게 보냈다. 더 많은 향기를 맡아봐야 해요. 포기하지 말아요, 친구여. -〈내 친구 안젤라〉 중
그는 유방암 등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변수들을 무겁지 않게 받아들인다. 어려움을 극복하려 애쓰기보다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경쾌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현실을 받아내며 반지의 반짝임과 병원 창밖 꽃 같은 일상의 아름다움에 시선을 둔다. 그래서 이 책은 삶의 무게를 말하면서도 우울하거나 절망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회복을 부르짖거나 아픈 이들에게 섣부른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대신 집에만 있어 아까시 꽃 향기를 모르는 친구 안젤라에게 꽃차례를 꺾어 보냈던 것처럼, 삶의 작은 가치를 끝내 놓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발가락에 힘을 주고 다시 서는 그의 태도는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잔잔한 용기를 전할 것이다. 특히 몸의 변화로 고민하는 이들, 경력을 이어가느라 지친 이들,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싶은 이들에게 더욱 그렇다.
서문
머그잔 바닥에 남은 한 모금을 마저 마시고 일어섰다. 카페에 감돌던 평온함은 사라졌다. 마을버스를 타고 아파트 단지로 돌아왔다. 단지 안 도서관, 늘 앉던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다시 글자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3개월 전에는 아무 글자도 적히지 않은 흰 화면에 마음이 눌렸다. 저걸 어떻게 채울지 막막하다가 공포감마저 들었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았다. 심호흡을 하고 첫 문장을 썼다. 마침표가 하나씩 찍힐 때마다 마음이 콩콩 뛰었다.
냄비 바닥에 눌어붙은 진득한 검댕 같았던 번아웃이 드디어 끝났다. 앞으로는 매일 설렐 일만 남았다. 아침의 평온을 박차고 나갈 용기만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