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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는 글 _이야기는 삶이다

Chapter1 명작, 또 다른 명작을 낳다
경계지대에 사는 불안한 소녀들 _중국인 거리 / 고양이를 부탁해
지극히 평범했던 어느 해에 관한 추억 _from 1984 To 1Q84
고통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여성들 _댈러웨이 부인 / 디 아워스
용서를 구하는 두 가지 방법 _서편제 / 밀양
본격소설의 시대가 지나가다 _폭풍의 언덕 / 본격소설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세 번의 만남 _인연 / 순애보
‘청춘의 열병’이 만들어낸 장르 _호밀밭의 파수꾼 / 개밥바라기별
집을 떠나야 비로소 하늘을 날 수 있을까 _오즈의 마법사 / 업

Chapter2 명작, 텍스트와 이미지로 태어나다
작품은 현실이다 _ 소설 / 올리브나무 사이로
시가 내게로 왔다 _일 포스티노 / 시
책의 마법에 걸리다 _책 읽어주는 여자 / 더 리더
산사의 전설이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다 _부석사 / 생활의 발견
수도자와 소년의 아름다운 인연 _오세암 / 마르셀리노의 기적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정념의 요리, 사랑의 요리 _혀 / 바베트의 만찬
사랑의 끝에서 죽음을 만나다 _성에 / 감각의 제국
지독한 수동적 저항으로 무장한 전사들 _먼 그대 / 필경사 바틀비 / 채식주의자

Chapter3 명작, 이념과 가치관에 고뇌하다
소멸하는 삶, 소멸하는 계급 _워낭소리 / 그들의 노동에 함께 하였느니라
저항적 글쓰기란 어떤 것인가 _ 미국의 송어낚시 / 월든
우리는 지금과 다른 세상을 꿈꾼다 _은어낚시통신 / 제49호 품목의 경매
가정파괴범에서 계급사회의 희생양으로 _하녀의 운명
정치적 올바름을 향해 진화하다 _디즈니의 아홉 공주들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사랑 방정식 _결혼은, 미친 짓이다 / 아내가 결혼했다
나의 국적은 ‘자이니치’ _박치기 / 우리학교

Chapter4 명작, 시대와 역사를 건너다
서구 근대에 무릎 꿇은 아시아의 비애 _‘아톰’과 20세기
시대의 욕망을 되비추는 거울 _춘향의 영화史
혐오스런 이교도에서 금지된 사랑의 아이콘으로 _드라큘라의 변신
어둡고 깊은 자본주의 골짜기에 관한 기억 _강남형성史 40년
상처와 환멸, 희망의 문학 _민주화 세대의 후일담
한국전쟁이 남긴 심오한 질문 _순교자 / 광장
격동의 역사를 살아 온 고단한 삶의 주인공들 _베이비 붐 세대의 영화

작품과 인물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자 : 한윤정
서울에 남은 일제시대 적산가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그 집을 부수고 점포가 달린 살림집을 짓기 위해 늘 백지에 설계도를 그리셨다. 공간에 대한 흥미는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방문했던 작가와 예술가들의 개성 가득한 집과 작업실을 보면서 더욱 커졌다. 집이 자아의 연장이란 생각에서 집과 닮은 사람, 사람과 닮은 집을 찾아다니는 취재를 시도했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2016년까지 사회부, 경제부,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학협동과정에서 「한국 영화의 초국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설과 영화, 예술.예술가 지원 정책, 생태적 사회를 위한 예술과 미디어의 역할에 관심을 갖고 있다. 『명작을 읽을 권리』(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란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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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명작을 읽는 권리’를 향유하는 두세 가지 방법

이 책은 작품을 읽는 방식으로 크게 네 가지를 소개한다.
우선, 작품을 쓴(만든) 작가의 삶을 중심으로 읽는 방식이다. 작품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가의 창작행위가 전제되어야 한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이나 상상이 예술작품이 된다고 생각하고, 이를 흥미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해 세상에 내놓는다. 작가 개인의 삶과 정신사의 편력, 그가 살았던 당대의 정치적·사회적·사상적 조류를 파악하면서 작품을 보는 것은 작품을 이해하는 첩경이 된다(12쪽).

작품으로 작가의 삶을 조명하기

이처럼 작가의 삶을 작품과 대비시켜서 읽는 방법을 ‘작가론’이라 하는 데, 헤밍웨이의 작품을 읽을 때 작가론의 관점은 빛을 발한다.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다음 『무기여 잘 있거라』를 썼다. 스페인 내전이 터지자 다시 전쟁터로 달려갔고 이 때의 경험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들어있다. 의사였던 아버지처럼 어렸을 때부터 낚시를 즐겼던 그는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에서 산티아고라는 늙은 어부와 커다란 청새치의 85일에 걸친 대결을 통해 삶의 열망과 실패, 그래도 끝내 버릴 수 없는 희망을 이야기했다(13쪽).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파를 지지하며 의용군으로 참전했던 조지 오웰은 전체주의에 대한 강한 반감을 『1984』와 『동물농장』과 같은 저작에서 풀어놓았다(33쪽). 이 밖에도 유년시절을 인천에서 보냈던 작가 오정희가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쓴 단편 「중국인 거리」(22쪽), 6·25전쟁 세대인 김은국과 최인훈의 소설『순교자』와『광장』(296쪽) 등도 작가의 삶이 작품에 직접 투영된 예이다.
한편, 작가의 삶만으로 쉽게 와 닿지 않는 작품들도 꽤 있다. 이 경우, 해당 작품과 관련이 있는 다른 작품을 함께 읽어볼 것을 이 책은 권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이 특히 그러하다. 작가의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반영된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댈러웨이 부인』과 이를 모티브로 울프의 삶을 다룬 커닝햄의 소설 『디 아워스』를 함께 배치해 다룬다. 커닝햄의 소설 『디 아워스』를 읽은 뒤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다면 난해한 울프의 문체들이 훨씬 친절하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스티븐 달드리의 영화 「디 아워스」까지 함께 한다면, 울프의 삶과 작품은 어느새 읽는 이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소설 『댈러웨이 부인』과 『디 아워스』 그리고 영화 「디 아워스」까지 무려 세 편의 명작이 당신의 삶에 말을 거는 것이다(42쪽).

작품과 작품을 서로 되비춰보기

작품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살펴볼 때 더욱 흥미로운 관점은 텍스트 간의 상호 영?이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다. 작품이란 삶의 모방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다른 작품의 모방이기도 하다. 즉, ‘모방’이라는 창작 기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창작의 근본 기조였다. 창작자로서의 작가의 존재가 두드러진 오늘날에도 모방은 오마주, 패러디, 다시쓰기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중요한 창작 수단으로 변주되고 있다. 명시적이든 그렇지 않든, 한 작품은 다른 작품의 메아리이며 선배 세대로부터 받은 영향에 대한 응답이다. 작품과 작품이 서로를 되비추는 방식을 통해 특정 작품은 더욱 확장된 범위에서 보다 정교하게 읽힌다(16쪽).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일본 소설가 미즈무라 미나에는 자신의 장편 『본격소설』의 서문에서 스스로의 작업을 이렇게 정의한다.

“근대에 들어서서 서양 문명의 지배가 온 세계에 확대되고, 서양소설이 잇따라 일본어로 번역되기 시작한 이래 의식 했든 그렇지 않든 일본의 많은 소설가는 서양소설에 있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자기 언어로 써 보고 싶다는 모든 예술의 근원에 깃든 모방의 욕망에 사로잡혀 일본 근대문학을 꽃피워 갔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시도는 일본 근대문학의 큰 흐름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그 큰 흐름을 정통적으로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60쪽)

‘서양소설을 일본어로 다시 쓰기’는 비단 일본 근대문학의 관습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근대문학의 공통적인 과제였다. 중국의 루쉰이나 한국의 이광수도 일본의 나쓰메 소세키처럼 서양소설의 형식에 자국의 경험과 정서를 담아내면서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자리매김 됐다. 이런 문학사의 흐름을 의식한 미즈무라는 ‘모방’을 자기 소설의 기법으로 채택했다. 그녀는 영국인들이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연애소설 중 하나로 꼽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일본식으로 각색했는데, 그 작품이 바로 『본격소설』이다. 『본격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앞서 읽었던)『폭풍의 언덕』을 떠올리지만, 『본격소설』이 『폭풍의 언덕』을 베꼈다는 도덕적 고려는 하지 않는다. 두 작품은 서로를 되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

작품으로 시대와 역사를 반추하기

작품을 작가의 자기표현으로만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거기에 사회적 맥락을 끌어들이는 것은 당연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작품은 어느 경우에나 시대의 거울로서 그 시대의 고유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을 현실의 반영으로 보는 것은 매우 오래된 미학적 전통이기도 하다. 위대한 예술은 자연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는 ‘모방이론’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시작돼 근대까지 꾸준히 내려왔다.

이런 전통은 마르크스주의 진영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됐다. 유물론자들은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영역인 상부구조와 물질적 토대인 하부구조를 나누고, 상부구조에 속한 문학과 예술은 사회적 현실이라는 큰 골격 내에서만 올바르게 이해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들에게 사회적 현실은 작품을 생산하는 분명한 배경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그 관계가 일방통행인 것만은 아니다. 작품은 현실에 의해 창조되는 동시에 의식을 변혁시킴으로써 현실을 창조한다.

오늘날 작품이 사회를 반영한다는 것은 작품 바깥의 객관적인 현실을 모방하는 행위가 아니라 작가가 사회를 인식하는 방식, 거기에 작용되는 관습과 이데올로기를 문제 삼는 담론 분석이 될 수밖에 없다. 특정 시대에 특정 작가가 자기 시대를 읽어내는 방식은 독자의 입장에서 다시 되짚어볼 때 그 가치와 함께 한계와 모순까지도 드러낸다. 가령 신역사주의자들은 작품 속의 역사적 맥락을 꼼꼼하게 짚어봄으로써 주류의 역사 속에 가려진 하위집단(마이너리티)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이중의 읽기를 시도한다. 작품과 작품이 탄생한 배경을 함께 고려함으로써 숨은 그림이 드러나는 것이다(15쪽).

원작이 나온 지 50년 만에 리메이크된 영화 「하녀」는 작품을 통해 시대를 읽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207쪽). 영화 속 ‘하녀’라는 신분을 통해 1960년대의 한국사회와 2010년의 한국사회의 계급성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960년대에는 웬만한 집에서도 시골에서 상경한 젊은 여성을 하녀(식모)로 쓸 수 있었지만 오늘날 주인에게 종속된 하녀의 존재가 가능한 집은 재벌가라는 점이 주인집을 더욱 상류층으로 올려놓는다. 김기영 감독의 원작이 집안을 파멸시키는 악녀(이른 바 팜므 파탈)로서 하녀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그녀의 내적 동기나 배경을 생략한데 비해, 임상수 감독의 리메이크 작품은 공고한 계급구조로 눈을 돌린다.

이 밖에도 농민(소멸하는 삶, 소멸하는 계급 _178쪽), 페미니즘과 결혼(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사랑 방정식 _227쪽), 지역성(경계지대에 사는 불안한 소녀들 _22쪽, 어둡고 깊은 자본주의 골짜기에 관한 기억 _276쪽), 세대성(민주화 세대의 후일담 _286쪽, 베이비 붐 세대의 영화 _306쪽) 등 제도와 가치관을 염두에 두고 읽을 때 작품의 결은 한층 섬세하게 전달된다. 또한 아톰(248쪽), 디즈니의 공주들(217쪽), 뱀파이어(266쪽), 춘향(257쪽)과 같은 작품 속 캐릭터들은 시대를 달리하며 새로운 코드로 읽히기도 한다.

작품 속에 나(독자, 관객)를 집어넣기
작품은 어떻게 읽혀지는가에 따라 울림 그득한 명작이 되기도 하고, 그저 그런 소품이 되기도 한다. 결국 작품의 운명은 읽는 이(독자, 관객)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자반응비평을 확립한 볼프강 이저는 문학적 편견에 오염되지 않은 독자들의 상식에 의해 텍스트의 장점에 대한 모든 주장이 판가름 나야 한다면서 독자를 ‘재판관’의 자리에 앉혀 놓았다. 또한 기호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텍스트는 게으른 기계와 같아서 제가 할 일을 독자에게 나누어주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텍스트는 독자로부터 해석을 끌어내기 위해 고안된 장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에코는 독서행위의 일방적 우위를 주장한 게 아니라 작품 창조와 해석의 공통 기반을 지적한 것이다(16쪽). 작품 속 이야기는 독자의 삶에 스며들며, 독자는 작품을 거울삼아 자신의 삶을 투영시킨다. 이처럼 둘의 관계는 매우 흥미로운 카테고리로 연결되면서, 또 다른 플롯을 만들기도 한다.

당신은 왜 명작을 읽는가
명작을 읽는다는 것은 이 모든 읽는 방법의 시작과 끝, 그리고 교차로에 있다. 작가와 사회, 작품과 독자, 작가와 작품, 사회와 독자는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작가는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자신의 개별적 자아를 거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사회는 작가와 독자에게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작품은 작가의 산물임과 동시에 독자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작가와 독자, 작품과 사회 사이에도 양방향의 화살표가 성립한다.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날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작가는 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든다. 창작을 한다는 것은 항상 작품을 읽을 대상을 상정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작품과 사회 사이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작품은 사회를 변화시키며, 사회는 작품을 탄생시킬 뿐 아니라 새롭게 해석할 만한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모태가 된다.

작품이 만들어내는 순환구조, 이를 통해 증폭되는 관심의 확장은 ‘읽기’란 행위를 더욱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것으로 만든다. 우리는 즐거움과 교훈, 지식을 얻고 이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이정표로서 읽기를 계속한다. 이런 삶의 나침반은 항상 등장인물과 플롯이 있는 이야기의 형태로서 주어진다. 단순한 이야기에서 복잡한 이야기로, 여러 층위가 있고 다양한 가치들이 격돌하는 복합적인 텍스트로 옮아가면서 우리의 사고는 더욱 말랑말랑해지고 세상을 포용하는 힘은 더욱 커진다(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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