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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1586년 노비소송 “나는 노비로소이다”
법정의 모습-선조 19년 나주 관아|원님재판|결송입안과 문서 생활|1586년 이지도·다물사리 판결문|송관 김성일 |올곧은 법관의 수난|부임과 파직|관할과 상피
言中有言 1 : 명판결의 한 사례

2장 또 다른 노비소송 “나는 양인이로소이다”
허관손의 상언|보충대|유희춘의 자녀들|얼녀 네 명 모두 양인이 되다|임금에게까지 호소하다|황새 결송|심급제도 |삼도득신법의 등장|삼도득신법에 대한 반발

3장 법에 따라 심리한다
소송의 비롯|민사소송과 형사소송|공문서와 이두|아전|향리의 역할|법 적용을 다투다|소송법서|사송유취|실체법과 절차법|수교와 법전
言中有言 2 : 재판과 조정

4장 : 진실을 찾아서
나주 법정에 이르다|원고 “다물사리는 양인입니다!”|피고 “저는 노비이옵니다!”|신분과 성명|증거조사|호적 상고 |압량위천과 암록|조사 결과와 증인신문|투탁|공천과 사천|착명|도장|추정소지

5장 : 재판과 사회
원고와 피고의 변론이 종결되다|판결이 내려지다|사건의 전모|구지의 작전|이지도의 사정|반전|분쟁과 재판 |노비제 사회|소송비용|판결의 증명|소송과 권리 실현|소송과 법제
言中有言 3 : 소송을 꺼리는 문화적 전통?

부록
1517년 노비결송입안-광산 김씨 가문 소장
이지도·다물사리 소송 판결문
저자 소개
저자 : 임상혁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학사, 같은 대학 대학원 법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근무했다. 현재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과 배움을 주고받고 있다. 민사소송법의 해석론과 함께 그 성립 연혁에 주의를 가지고 연구하고 있으며, 역사와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의 역할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저서로는 『나는 노비로소이다』와 『나는 선비로소이다』가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법인이 아닌 사단의 민사법상 지위에 관한 고찰」, 「이른바 전자소송법에 대한 비판적 검토」, 「한국전쟁 집단 희생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의 입법」, 「〈기묘당적〉과 〈기묘록보유〉의 저술 의의에 대한 검토」, 「학술 논문의 오픈액세스와 저작권 양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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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들은 정정당당히 소송을 하겠습니다.”
시송다짐으로 시작한 이 소송의 진실은 무엇인가?

1586년(선조 19) 3월 13일, 전라도 나주 관아에서 노비소송이 벌어졌다. 송관은 학봉 김성일이다. 원고와 피고, 소송의 양 당사자는 당시 법정인 관아에 나와 “우리들은 정정당당히 소송을 하겠습니다. 원고와 피고 가운데 30일간 까닭 없이 소송에 임하지 않거든 법에 따라 판결하십시오.”라는 시송다짐을 하고 소송을 시작했다. 원고 이지도는 다물사리가 양인이라 하고, 피고 다물사리는 자신이 노비라고 반박한다. 피고 다물사리는 양인인가 노비일까? 소송이 진행되면서 그 연유는 극적인 반전 속에 드러난다. 원고와 피고는 그해 4월 3일까지 주장과 증거 제출을 마쳤다. 마침내 4월 19일, 나주목사이자 이 소송의 송관 김성일은 판결을 내렸다.

이지도는 다물사리가 양인이며 그 남편이 이지도의 아버지 소유 노비인 윤필의 아들이라는 점을 들어 그 자손들도 자기 집안의 노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모 중 한쪽이 노비이면 그 자손 또한 노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물사리는 자기가 성균관 소속의 관비인 길덕의 딸로서 자기 자신 또한 관비라는 주장을 펼친다. 부모가 모두 천민일 경우 아버지가 사노라 하더라도 어머니가 관비일 경우 자손들은 모계를 따라 모두 관비가 되기 때문에 다물사리는 자기 후손들을 혹독한 처우의 사노비 대신 비교적 고통이 덜한 관노비로 만들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양쪽의 주장이 팽팽히 맞설 때는 양 당사자의 진술만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이에 송관 김성일은 증거조사에 들어간다. 먼저 국가의 공적 장부인 호적을 조사한 뒤 그 결과를 놓고 당사자 또는 증인을 불러 신문한다. 호적을 조사할 때는 보통의 계보 외에도, 원고의 경우 멀쩡한 양인을 자기 노비라고 호적에 올려―이를 ‘암록(暗錄)’이라 한다―압량위천(壓良爲賤)을 하지 않았는지, 이와 반대로 피고의 경우 역을 회피하기 위해 세력가나 기관에 몸을 맡기는 행위인 ‘투탁(投託)’을 하지 않았는지도 꼼꼼히 따져본다.
증거조사와 증인 신문을 마치고 내린 판결에 따르면, 다물사리는 자기 자손들을 사노비에서 관노비로 바꾸려고 사위인 구지와 공모하여 성균관에 투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물사리가 양인인 경우 남편이 사노이기 때문에 그 후손들은 모두 아비의 상전인 이유겸(이지도의 아버지) 집안의 사노비가 되어야 하지만, 만약 관비라면 모계를 따라 그 후손들은 모두 관노비가 될 수 있었다. 다물사리는 금쪽같은 외손녀들(사위 구지에게는 딸)을 양인으로 만들 수야 없지만 어찌어찌 해본다면 신공을 바쳐야 할 의무도 없고 앙역의 부담도 없는 공노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영암군 관아의 노비빗리와 짜고 일을 벌인 것이었다.
드디어 김성일은 민사 판결로써 다물사리의 딸 인이와 그의 소생들을 이지도의 어머니 서씨 부인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하기에 이른다. 손주들을 타인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고 했던 다물사리의 애달픈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원고 이지도가 승소했다.

법정소설 또는 추리소설식 이야기 구성
조선시대 법과 소송에 관한 체계적 해설

이 책의 핵심 서사는 다물사리와 이지도가 벌이는 소송이다. 소송당사자들이 다투는 문제는 다물사리의 딸 인이의 신분이다. 원고와 피고가 치열하게 맞붙어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는 법정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저자는 1586년의 결송입안을 가지고 이 현장을 생동감 있게 복원했다. 주문과 판결이유가 간단히 적시된 오늘날의 판결문과 달리 조선시대 판결서는 소를 제기하는 소지, 원고와 피고의 최초 진술, 소송당사자들의 사실 주장과 제출된 증거, 그리고 판결 등 재판의 전 과정이 기록된 덕분이다. 딱딱한 기록의 고문서를 그 시대의 말투로 바꾸어 풀고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구성함으로써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고 간다. 나주 법정에서 변론을 늘어놓는 모습, 송관 김성일의 엄격한 신문과 사실 조사를 해나가는 모습은 법정을 무대로 한 법정소설(法廷小說)과도 같다.
이 책이 흥미를 돋우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피고 다물사리와 원고 이지도가 사실관계를 두고 다투는 공방에서 어떤 이의 말이 진실일까 추리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들의 진술만 들어보면 모두 그럴듯하여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송관이 조사하는 호적을 함께 들여다보고 원고와 피고의 말을 대조해보면서 어느 부분에 모순이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송 당시 다물사리는 과부이고 여든 살쯤인데 노쇠한 여인이 어떻게 대담하게도 성균관에 투탁하여 신분을 숨기고 상대편의 소송에 맞서려 했는지 의심을 품게 된다. 김성일은 이 의심을 어떻게 풀었을까? 사실 파악은 이 책의 맨 뒷부분에 가서야 확인할 수 있다. 증거조사와 신문을 통해 밝혀 나가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추리소설과 같다.
그러나 이 책은 뭐니 뭐니 해도 인문역사 법학교양서로서 조선시대 신분사회제도 및 법제도에 관한 저작이다. 핵심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위해 또 다른 소송인 미암 유희춘 집안에서 벌어진 소송을 소개하며 첩 자녀의 신분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한 조선시대의 소송의 운영과 실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즉, 당대의 법률 용어와 소송의 절차, 법률문서, 지원 인력, 법률의 적용, 소송법서, 법전과 수교 등에 관한 설명이 지적 호기심과 즐거움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언중유언(言中有言)’ 코너는 전통시대와 오늘날의 재판에 관한 저자의 평을 담은 일종의 칼럼으로서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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