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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한가운데 2부 7
옮긴이의 말 526
저자 소개
저자 : 패트릭 화이트 Patrick White
작가. 호주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 영미 문학의 거장 중 한 명이다.
191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생후 6개월 만에 부모의 고향인 호주 시드니로 이주했다. 어린 시절 천식을 앓으며 고립된 시간을 보냈던 경험은 훗날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고독’과 ‘내면 탐구’의 자양분이 되었다. 13세에 영국으로 건너가 첼트넘칼리지와 케임브리지대학교 킹스칼리지에서 현대언어학을 전공하며 유럽의 지적 전통을 익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 정보 장교로 복무하며 중동과 그리스 등지에서 활동했으며, 이 시기에 평생의 반려자인 마놀리 라스카리스를 만났다. 종전 후 호주로 영구 귀국한 그는 시드니 외곽의 농장에서 생활하며 전업 작가의 길을 걸었다.
1955년, 호주 개척민 부부의 삶을 통해 인간 존재의 영성을 다룬 『인간의 나무』가 국제적인 찬사를 받으며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발표한 『보스Voss』(1957)와 『전차를 모는 기수들』(1961)을 통해 호주의 거친 자연과 역사를 신화적이고 상징적인 차원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1973년, 스웨덴 한림원은 “새로운 대륙을 문학의 영역으로 도입한, 심리와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하며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다. 그는 수상 직후 자신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상금을 전액 기부하여 무명작가들을 후원하는 ‘패트릭 화이트 문학상’을 제정하는 등 호주 문학의 토대를 닦는 데 헌신했다.
말년에는 자서전 『유리 조각Flaws in the Glass』(1981)을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과 예술적 고뇌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1990년 시드니에서 78세를 일기로 타계할 때까지 소설, 희곡, 시 등 전 분야를 망라하며 인간 정신의 심연을 파헤친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다.

역자 : 박유진
가천대학교에서 회계학과 영문학을 복수 전공한 뒤 출판사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초보 마녀와 견습 마법사를 위한 필수 지침서』, 『ONE WORLD Or None-하나의 세계 아니면 멸망』, 『호수 속의 여인』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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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던
한 여성의 이야기

이 책은 죽음을 앞둔 한 노년의 여인, 엘리자베스 헌터 부인의 침실에서 시작된다. 한때 강렬한 존재감으로 가족과 주변을 지배했던 그녀는 이제 병상에 누워 있고, 그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흩어져 살던 자식들과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의 화해나 감동적인 작별은 없다. 오히려 인물들은 각자의 기억과 계산, 억눌린 감정과 욕망을 안고 같은 공간을 맴돌 뿐,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사랑은 왜곡되고, 권위는 흔들리며, 말은 오해로 돌아온다.
엘리자베스 헌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폐쇄된 세계에는 자식들뿐 아니라, 그녀를 섬기고 의지해온 주변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이들은 각기 다른 위치에서 ‘중심’에 접근하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끝까지 역할에 매달리고, 누군가는 의미를 거부한 채 조용히 무대에서 사라진다. 엘리자베스 또한 사회의 모든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회상 속으로 끊임없이 방황한다.
“누군가는 구속복에서 벗어나 제정신을 되찾으려고 몸부림치는 사람을 두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제정신을 되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오랫동안 사랑, 돈, 지위, 재산에 미쳐 책임감을 갖고 살다가도 그동안 미세하게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 확신으로 다가오는 때가 있다. 고통스럽긴 해도 인간의 결함이 벗겨지며 평온감에 휩싸이는 순간 말이다.” - 폭풍 한가운데 1, 본문 중에서
『폭풍 한가운데』는 관계의 균열에서 벌어지는 침묵과 시선, 버티는 시간을 천천히 따라간다. 이 소설의 긴장은 폭풍이 몰아치는 바깥이 아니라,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중심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독자에게 묻는다. 죽음 앞에서 드러나는 것은 진실인지, 아니면 우리가 끝까지 붙들고 온 거짓된 역할들인지를.

고립과 침묵, 오해의 중심에서
인간 존재를 바라보다
197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패트릭 화이트의 대표작 『폭풍 한가운데』(1973년 作)는 한 여성의 임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족 소설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죽음이나 화해가 아닌, 인간이 끝내 서로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방식 그 자체를 담고 있다. 소설은 제한된 공간 안에 인물들을 모아두지만, 그들이 공유하는 것은 이해나 연대가 아니라 침묵과 오해, 그리고 각자의 고립이다. 임종을 앞둔 엘리자베스 헌터 부인을 둘러싸고 자식과 피고용인, 그리고 주변인들이 모이지만, 이 작품에는 전통적인 의미의 서사적 해결이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도 변화하지 않고, 누구도 구원받지 않는다. 각자가 붙들고 살아온 역할과 권위, 그리고 실패한 사랑 방식의 흔적만이 남아 있다.
패트릭 화이트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문학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작가의 의무는 사회가 만들어내는 일시적인 거짓이 아니라, 인간 경험의 진실을 표현하는 데 있다. 그 진실이 아름다움을 동반할 때, 문학은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획득한다.”
이 말은 『폭풍 한가운데』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이다. 이 작품 속 ‘아름다움’은 조화나 위로의 형태로 제시되지 않으며, ‘진실’ 또한 구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작가는 인간의 고립과 침묵, 실패한 사랑을 끝까지 밀어붙여 보여줌으로써, 의미화되지 않는 삶 그 자체를 드러낸다.

인간을 자연현상처럼 바라보는
패트릭 화이트만의 독특한 시선

이 책은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루는 작품처럼 보이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면 인간을 하나의 자연현상처럼 그려내고 있다. 결국 한 인간을 둘러싸고 소용돌이치는 관계들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하나의 자연현상처럼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엘리자베스 헌터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녀의 자식인 바질과 도로시는 어머니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각자의 방식으로 흔들린다. 한편 엘리자베스를 간호하는 메리 데 산티스 간호사는 그 중심(엘리자베스)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지만, 그 궤도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마치 폭풍의 눈을 중심으로 공기가 소용돌이치듯, 이 소설은 한 인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계의 흐름을 보여준다. 패트릭 화이트는 인물들을 도덕적으로 판단하거나 설명하려 하기보다, 서로 다른 존재 방식들이 만들어내는 인간관계의 풍경을 하나의 자연현상처럼 바라보게 만든다. 그들은 서로를 상처 입히지만, 그 상처는 각자의 도덕적 선택과 성향의 차이보다는 기압 차이로 생긴 바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 속 인물들은 서로 긴밀한 관계 속에 놓여 있으면서도 정서적으로는 결코 완전히 닿지 못하는 존재들로 그려진다. 가족과 사회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은 자신만의 내면에 고립된 채 살아가며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마치 바다 위에 흩어져 있는 섬들처럼, 가까이 보이지만 결코 하나로 이어지지 않는 존재들인 셈이다. 작품은 이러한 거리와 단절을 통해 인간관계의 근원적인 한계를 드러내며,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소유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고독을 조용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책 속 인물들은 옳고 그름으로 판단되는 존재가 아니라, 각기 다른 기후와 온도를 지닌 존재들처럼 서로를 스치고 부딪힌다. 중심에 놓인 엘리자베스 헌터는 폭풍 한가운데의 고요처럼 자리하고, 주변 인물들은 그 둘레를 맴도는 바람과 소용돌이처럼 움직인다. 관계를 해결하거나 봉합하려 하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채로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독자는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폭풍의 눈에 서서 자연을 바라보듯 인물들의 삶을 관찰하게 된다. 폭풍이 결국 사라지듯 인간 역시 소멸한다. 『폭풍 한가운데』에서 엘리자베스 헌터의 죽음은 도덕적 심판이나 구원의 순간이 아니라, 하나의 자연현상이 끝나는 순간처럼 그려진다. 그녀는 주변 세계를 흔들었던 강한 기압의 중심이었지만, 결국 모든 폭풍이 그러하듯 조용히 소멸한다.

지금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오늘과 맞닿아 있는 질문들

누군가는 물어볼 것이다. 50년이나 지난 소설을 왜 지금 읽어야 하느냐고.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본다면, 1970년대에 쓰인 이 소설이 오늘날의 우리 모습과 놀랄 만큼 닮아 있다는 것을 알아챌 것이다. 당시의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았던 가족 안 개인 존재의 모습과 가족의 붕괴를 다루고, 보편적인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부정하고, 자녀들의 이민과 타향살이, 경제적 문제에 따른 나이 든 부모의 거취와 간병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 더불어 이방인들과 성소수자의 삶들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50년 넘은 세월을 지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설명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이 작품은 말해도 이해되지 않는 것들, 드러나도 해결되지 않는 진실이 존재함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해답보다 태도가 요구되는 시대에, 패트릭 화이트의 『폭풍 한가운데』는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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