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너와 나의 경계가 없다는 건, 따뜻한 게 아니라 때론 숨이 막히는 일이었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떠올리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잖아. 우리는 거기서 아주 멀리 와 버렸으니까. _12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도무지 닿지 않는 거리에 있는 것만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의 나는, 기어이 지금에 닿았다. 그 당시의 머릿속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결과다. 그땐 몰랐지. 살다 보면, 살아 있길 잘했다고 느낄 순간이 한 번은 찾아올 거라는 걸. _14
사람들의 공감 능력은 선택적으로 반응하니까. 결국, 네가 흘렸던 그 많은 눈물 속엔 타인의 자리는 단 한 뼘도 없었다는 것. 그것이 내가 배운 공감의 서글픈 민낯이다. _19
우리가 지금 만났다면 달라졌을까? 아마 그랬겠지. 하지만 너가 특별했던 건, 그때였으니까 그런 거지. 네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다면, 네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거기에 있었을까. _25
날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이 한 명만 있다면. 그냥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할 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런 하루의 끝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아무리 많은 이가 모질게 대한들 괜찮을 거야. 백 마디의 거짓말보다 너의 한 마디에, 내 하루는 없던 일이 될 거야. _31
이런 세상은 좀 모르고 살아도 되는 거잖아. 이런 불행이 얼마나 아픈지 나는 궁금하지 않았어. 알고 싶지도 않았고. 삶이 알려준 거지.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렇게 했을 거야. 이게 무슨 쓸모가 있어? 이런 경험이 무슨 소용이야? 이런 고통까지 사랑할 순 없는 거잖아. _41
우리는 조금 더 어려운 길을 가기로 한 거야. 불완전한 자유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상처받으면서도, 기어코 서로를 믿고 사랑해 보려는 시도. 그 무모하고도 가련한 몸부림 자체가 우리를 겨우 사람으로 머물게 하는 걸지도 몰라. 비록 그 끝이 거짓된 안식보다 훨씬 더 시리고 아플지라도 말이야. _42
그래도 그럴 때마다 생각하는 걸 멈춰버렸다면, 채린이는 지금처럼 감수성 풍부한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어쨌든 그 과정을 충분히 음미한 거야. 난 네가 무던하고 미지근한 온도를 가진 어른이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넌 너의 온도를 지키고 있는 거니까. _137
나도 살면서 한 번은 누군가를 정말 좋아해 보고 싶었어. 그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으니까. 사실 지금은… 그런 사람을 찾은 기분이야. 어쩔 수 없을 만큼 너를 좋아하게 됐나 봐. 지금 이렇게 네가 있어서 행복하다가도, 언젠가 네가 없어질까 무서워. 그러니까 제발. 떠나지 말아줘. _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