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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자유의 글쓰기 | 이다희

1부 글쓰기는 내 몸을 가볍게 한다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글쓰기가 곤혹스러워서 묻는다
지금의 작가도 옛날 작가와 똑같다 - '지금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함
학문을 할 것인가, 소설을 쓸 것인가
얼굴 보고 이름 짓기
나아가기 위해 돌아보는 소설가의 작업 - 『하늘의 문』 작가의 말
껍진껍진한 입말로 글쓰기
내가 실패를 축하하는 이유
바닥을 기어본다는 것

2부 옮겨지지 않으면 문화는 확산되지 못한다
잘 익은 말을 찾아서
오독과 오역을 번역가의 숙명으로
공부에 지름길을 왜 찾나
아름다운 고고학 여행을 하듯
투르니에, 깊어가고 넓어지는 텍스트
모든 것은 번역으로부터 시작한다
나를 행복하게 하고 비참하게 한 소설 - 개역판 『장미의 이름』에 부치는 말
조르바에게 난폭한 입말 돌려주기

3부 문학의 정점에 신화가 있다
늙은 시인의 눈물
너무 익숙한 풍경
개인적 경험과 소설적 허구 사이
밖을 향한 문학, 안을 향한 문학
호메로스, 살아 있었군요
또 죽었구나
아름다운, 지나치게 아름다운

4부 우리말 사용 설명서
우리말 제대로 표현하고 발음하기
나도 '도우미' 같은 말을 만들어 내고 싶다
내가 문법 파괴를 걱정하지 않는 이유
보석같은 낱말이 무수히 반짝인다
'벙개'하면 안 되나요?
내가 부린 말
내가 부리는 말
말이여, 넥타이를 풀어라
‘속닥하게’ 술 한잔합시다

5부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유심히' 또는 '무심히' 바라보다
'불립문자'래요, 절망인가요?
이름할 수 없는 것에 이름하면서
내 귀에 들리는 소리
명사의 장래에 대한 불안한 예감
언어는 권력의 집인가

이윤기가 있었다 | 황현산
저자 소개
저자 : 이윤기
작가의 이름을 딴 ‘이윤기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성 있고 맛깔 나는 문체를 쓰는 작가. 누구나 이윤기를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문장가 중 하나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1947년 경상북도 군위에서 태어나 2010년 8월 27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1977년 단편소설 「하얀 헬리콥터」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며 문단에 나왔고, 이후 번역을 생업으로 삼아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그리스인 조르바』, 『변신 이야기』 등 20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번역가로 자리매김했다. 1994년 장편소설 『하늘의 문』을 출간하며 문단으로 돌아온 그는 중단편과 장편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창작 활동을 했다. 그의 소설은 풍부한 교양과 적절한 유머, 지혜와 교훈을 두루 갖추고 있어 ‘어른의 소설’ 또는 ‘지성의 소설’로 평가받았다. 2000년 첫 권이 출간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전 5권)는 ‘21세기 문화 지형도를 바꾼 책’이라는 찬사와 함께 신화 열풍을 일으키며 200만 명 이상의 독자와 만났다. 1998년 동인문학상(「숨은 그림 찾기1-직선과 곡선」), 2000년 대산문학상(『두물머리』), 2000년 한국번역가상(한국번역가협회)을 수상했다. 1999년 번역문학 연감 『미메시스』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이윤기는 한국 최고의 번역가로, 『장미의 이름』(1992)은 해방 이후 가장 번역이 잘 된 작품으로 선정됐다. 장편소설 『하늘의 문』, 『뿌리와 날개』, 『내 시대의 초상』 등과 소설집 『하얀 헬리콥터』, 『두물머리』, 『나비 넥타이』 등을 펴냈고, 그 밖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의 교양서와 『어른의 학교』, 『꽃아 꽃아 문 열어라』 등의 산문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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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첫 문장의 설렘부터 퇴고의 고뇌까지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기는 것에 대한 39편의 에세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이 아주 짧은 글을 쓸 때도, 언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두 번쯤 이 두 가지 길 중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언어 규범을 철저히 따를 것인가, 규범을 무시하고 자유롭게 부릴 것인가.
소설 창작부터 번역, 산문, 신화 교양서 집필까지 언어로 안 해 본 것이 없는 작가 이윤기 역시 그 고민 앞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작가 이윤기를 한 마디로 설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그는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지성 소설’로 동인문학상과 대산문학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한국 문단에 큰 족적을 남긴 소설가이다. 동시에 그는 『그리스인 조르바』와 『장미의 이름』 등 200여 편의 책을 번역하며, 한국 최고의 번역가로 인정받았다. 또한 그는 10여 편의 산문집을 펴내며 깊이 있는 통찰과 폭 넓은 교양을 유감없이 발휘한 에세이스트였으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로 200만 명의 독자와 만난 신화 전문가이기도 했다. 글쓰기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 해본 언어 천재 이윤기이기에, 그만큼 그의 고민의 양과 고뇌의 깊이는 남달랐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가 부렸던 언어와 글쓰기의 영역을 조명한 책은 없었다. 이에 작가의 딸이자 후배 번역가이기도 한 이다희 씨는 글쓰기, 번역, 언어 사용에 대한 이윤기의 산문만을 따로 모으는 작업을 시도했다. 그렇게 탄생한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전방위작가로 살았던 그의 유일한 글쓰기 산문집이다. 이윤기가 남긴 ‘쓰고 옮기는 것’에 대한 39편의 에세이는 작가의 영혼과 글쓰기의 태도에 대한, 깊이 있지만 다정한 철학을 전한다.

죽은 문장을 쓸 텐가
펄펄 살아 있는 문장을 쓸 텐가

이윤기는 매일 밤낮으로 우리말과 씨름했다. 그는 사전을 열어야 말의 역사가 보인다며 사전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사전의 말은 박물관의 언어이기 때문에 펄펄 살아 있는 저잣거리의 말을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본어투 표현과 이중피동 등 사람들이 큰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는 말들을 견디지 못하면서도 문법이 파괴된 유행어나 이모티콘 등에는 관대했다. 사전에 없더라도 분명히 쓰이고 있는 말과 특정 지역에서만 쓰이는 말도 스스럼없이 사용했다. 그에게 정말 중요한 건 오로지 이것뿐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말이 생생히 살아서 스스로 맛을 내고 있는가?

그가 옮긴, 수만 킬로미터의 바다를 건너 온 이국의 소설이 우리를 마구 웃기고 울린 것도 모두 이런 그의 자유롭지만 분명한 글쓰기 원칙 때문이다. 살아 있는 언어를 쓰기 위한 이윤기의 노력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번역할 때의 에피소드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는 기존의 번역본에서 자유의 상징 조르바가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걸 참지 못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말이 바로 ‘두목’이다. 이윤기가 중점을 둔 것은 조르바에게 난폭하고 푸짐한 언어를 돌려주는 것이었다. 그런 고집 때문에 중간 중간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조르바가 탄생했을 정도였다.
이윤기의 첫 직장 동료이자 오래된 문우인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이 언어 천재는 그리스나 라틴의 고전어뿐만 아니라 첩보요원들이나 감옥의 죄수들이 쓰는 말까지도 제 고향 말과 만나 낯익은 울림을 얻을 때만 그 언어를 진정한 언어로 여겼다”며 이윤기의 언어가 가지는 생명력을 설명한다.

무조건 재미있게 쓰고 싶다면
반드시 이윤기의 집필 노트를 훔쳐봐야 한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글쓰기의 자세한 기술을 가르쳐주기 이전에 예비 글쟁이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그들의 숨은 열정을 일깨운다. 이 산문집은 한 천재 작가가 창작을 하고 번역을 할 때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비밀의 집필 노트와 다름없다. 조르바에게 살아있는 입말을 입혔기에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조르바의 춤이 진정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이 글들을 통해 예비 글쟁이들은 나만의 언어로 누구를 춤추게 하고 싶다는 의욕에 불타게 된다.
이 집필 노트가 특히 의미가 있는 건 이윤기가 자신의 실패담을 숨기지 않고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식해 보이고 싶어서 폼 나는 한자어를 고르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제 생각을 비틀다 정작 재미없고 죽은 말만 쓰게 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소설에서 어리석은 등장인물은 한 명도 등장시키지 않고, 독자들을 가르치려고만 들었던 초기 소설에 대한 자기반성도 서슴없다.

또 그는『장미의 이름』의 초판 번역에서 저질렀던 수많은 오독과 오역까지도 모두 털어놓는다. 개정판 『장미의 이름』이 번역문학 연감 [미메시스]에서 “해방 이후 가장 번역이 잘 된 작품”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철저한 자기반성이야말로 좋은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드러내는 그이기에 “멋있게 보이고 싶다고 제 생각을 비틀지 말라”거나 “당신의 글에서 당신의 모습이 조금씩 사라져야 한다”는 충고가 더 큰 설득력을 갖는다. 이처럼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에는 작가 이윤기가 수많은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혜가 있다. 이 산문집은 본격적인 창작을 하고 번역을 하려는 예비 글쟁이들은 물론, SNS에서 수다 떨기를 좋아하고 때로는 감동적인 연애편지로 사랑을 쟁취하고자 하는, 우리말을 쓰면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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