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눈이 펑펑 오는 날 그래도 길이 있다고 믿고 걷는 것은
그 작은 사랑을 가진 사람들의 믿음 덕분이다.”
외롭고 차가운 날을 지나는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
『따뜻함이 필요한 날』은 어린 시절부터 글과 그림으로 자신만의 시선을 전해 온 전이수 작가가 조금 더 깊어진 마음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본 그림 에세이다. 앞선 책들이 가까운 사람들과 자연 속에서 배워 간 사랑과 위로의 순간들을 담았다면, 이 책은 외로움과 두려움, 차별과 배제, 무관심처럼 조금 더 어둡고 복잡한 감정까지 바라본다. 작가는 차갑게 느껴지는 날들 속에서도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마음의 온도를 조용히 묻는다.
이 책에서 전이수 작가는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생겨나는 편견, 전쟁과 서로 간의 갈등 등 사회 문제까지 시선을 넓힌다. 그러나 그의 글은 세상의 어두운 일면을 끄집어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아이와 어른, 사람과 동물, 나와 타인을 가르는 선 앞에서 작가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묻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야말로 차가운 세상을 견디게 하는 따뜻함이라고 말한다.
『따뜻함이 필요한 날』에는 전이수 작가의 글과 그림뿐 아니라 동생 전유태, 전유담의 글과 그림도 함께 담겨 있다. 삼 남매가 각자의 방식으로 바라본 세상은 때로 서툴고 솔직하며, 그래서 더 가깝게 다가온다. 전이수 작가의 깊어진 시선에 동생들의 글과 그림이 더해져, 한층 깊은 울림을 전한다. 서로 조금은 다른 마음의 표현들이 한 권의 책 안에서 어우러지며, 독자는 따뜻함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곁에 있는 존재를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작은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차가운 날들에 필요한 온기를 전하는 이 책은 평범한 위로의 말에 머물지 않는다. 자기 안의 어두운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세상의 불편한 장면들을 지나치지 않으며,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 주자는 조용한 외침을 담고 있다. 『따뜻함이 필요한 날』은 외롭고 힘겨운 하루를 견디는 이들에게, 그리고 조금 더 다정한 마음이 필요한 우리 사회를 향해 건네는 따뜻한 기록이다.
책 속에서
따뜻함이 필요한 날
가끔은 세상이 하얗지만, 어두워 보일 때가 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앞이 안 보일 때처럼…
세상 사람들의 차가움에 손이 시려울 때면,
세상의 많은 안 좋은 행동과,
사나운 말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때,
왠지 슬퍼지고, 세상이 두렵기도 하지만…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발견하곤 한다.
사람들의 일상 속 작은 사랑과 선행을…
사람들의 따뜻한 말과, 따뜻한 마음들을…
-22p
발자취를 남기지 않는 물처럼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발자취를 남기지 않는 물처럼
세상의 많은 발자국 속에서 사라질 수는 없을까… 하고
드러내려고 하지 않고,
잘 보이려고도 하지 않는
화려해 보이거나,
너무 예쁘지 않은
그런 물과 같은 사람이 되어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사라질 수는 없을까… 하고.
그리 화려하지 않기에, 주목받지 않지만,
절대 질리지 않고, 결코 싫어지지 않는 물처럼…
그 어떤 강한 힘이 덮쳐도 오히려 감싸안는 물처럼.
공기 중에도 나무 안에도 땅속에도… 흘러가는 물처럼.
바람에는 파도가 되고, 또 부서져 다시 날아가
결국 이 세상을 돌고 돌게 하는 물처럼.
난 발자취를 남기지 않는 물처럼 살고 싶다.
-36p
너가 있어서…
너가 있어서 난 왠지 위안이 돼.
이 말은 할머니 두 분의 대화에서 내 마음에 왠지 남아
지금까지도 떠오르는 말이다.
남편보다 더 오래 함께했다는 두 분의 눈엔
진정한 믿음과 의지가 느껴졌다.
친구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71p
나를 이끌어주는 힘
가끔은 세상을 마주할 때 두렵기도 해.
세상이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거든.
언젠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두려움을 또한 알게 되었어.
이 모든 것을 함께하는 나의 벗이 없다면
아주 작은 두려움을 나는 이겨내야만 했겠지.
그 두려움도 더 밝은 면을 보기 위함인 것을 난 또한 알게 되었어.
나 혼자였다면 아마 이 사실을 알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겠지…
하지만 너가 있어서 아무리 어두워도
난 밝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
내가 기다려온 그 많은 시간 안에
너가 있어서 나를 두려움 앞에서도 당당하게 해주니까.
-85p
빼앗긴 시간
우리는 많은 시간을 TV 앞에서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어느 순간 그걸 깨달았을 때,
난 이미 많이 늘어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이 하나씩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오랜 시간 내가 앉아서 뚫어져라
바라봤던 TV가 삼킨 나의 시간 동안
나의 소중한 인연들은 이미 멀어져 있다.
나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난 이미 많은 걸 TV에게 빼앗겼다.
-130p
세상은 조용히 돌아가고 있어.
하지만 내 생각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
사람들은
세상이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
사실 이 모든 건 나에게서 오는데 말이야.
-17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