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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

봄
입춘 【묵나물】 묵은 것을 되돌리는 시간
미각 노트 - 진피즈와 묵나물
우수 【제주 월동채소】 과일 없는 계절의 단맛
미각 노트 - 빙떡에 들어가는 제주식 무나물 레시피
경칩 【봄나물】 결핍에서 건너온 맛
미각 노트 - 망한 나물 소생법
춘분 【염소 치즈와 푸이퓌메】 프랑스식으로 춘분을 읽는 법
청명 【미더덕덮밥】 억척으로 버텨온 맛
곡우 【차】 찻잎의 갈림길
미각 노트 - 보이차, 남김없이 뽑아내는 즐거움

여름
입하 【초당옥수수】 씹어도 씹어도 배어 나오는 단맛
소만 【노지 오이】 사라지기 직전의 맛
미각 노트 - 사찰의 오이 된장찌개
망종 【신비복숭아】 여름의 첫 단물
미각 노트 - 아몬드도, 땅콩도 견과류가 아니다?
하지 【감자】 설익힌 것의 미덕
미각 노트 - 꿀타래 감자전 레시피
소서 【테킬라】 여름에 불의 술을 들이켜야 하는 이유
대서 【꽁보리 열무 비빔밥】 더위와 한 그릇의 드라마

가을
입추 【무화과】 무화과의 요리적 문법
처서 【호랑이콩】 호랑이와 콩, 오래된 마음의 재료
미각 노트 - 수입산 슈퍼푸드보다, 이미 곁에 있던 곡물
백로 【쌀】 한 숟갈의 간극
추분 【송이】 아직 송이가 나는 계절
미각 노트 - 양송이 피클 레시피
한로 【오리】 생명을 먹는다는 것
상강 【딸기】 계절을 거슬러 오른 과일

겨울
입동 【토란】 알짜 맛을 알기까지
미각 노트 - 토란 즐기는 법
소설 【해조류】 김밥이라는 구조
미각 노트 - 파랫국 레시피
대설 【올리브오일】 남의 계절을 빌리는 법
동지 【개불 호부추 볶음】 어떤 맛의 기원
소한 【굴】 꿀꺽, 겨울 바다 삼키는 소리
미각 노트 - 굴 계란빵 레시피
대한 【삼치회】 방어의 계절에 삼치를 생각하다
저자 소개
저자 : 이주연
미식 칼럼니스트
시네밋터블 운영자

쓰기 위해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기 위해 쓴다.
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기획하고 살을 붙이는 일을 좋아했다. 어쩌다 커리어가 잡지로 흘러 〈MorningCalm〉, 〈ASIANA〉, 〈KTX 매거진〉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0년 크루즈 가이드북 《크루즈 100배 즐기기》를 출간하며 비로소 육해공을 모두 섭렵했다.
지구온난화로 먹고 마시는 일이 위협받자, 위기감을 느끼고 기후 위기 매거진 〈1.5℃〉를 기획·편집했다. 기록해야 할 대상이 되어가는 봄을 주제로 한 에세이집 《봄은 핑계고: 놀고 먹고 일할 결심》을 썼다. 한식진흥원이 발간한 《한국의 장》 총서에는 공저자로 참여해 한식 장의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드슈(De Chou)’라는 우리 술 바(bar)를 기획·운영했다. 화요도, 일품진로도, 막걸리도 팔았으면 좋았으련만, 소규모 양조장의 술만 고집하다가 망했다. 2014년이었으니, 이르기도 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미식 칼럼니스트이자 콘텐츠 기획자로 밥벌이하고 있다. 영화 칼럼니스트인 남편과 암에 걸린 시한부 고양이 구니니를 모시고 살며, 자랑하며 살던 서촌 옥인연립을 떠나 명륜동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다.
2020년 봄부터는 남편과 함께 영화와 미식을 접목한 소셜 다이닝 ‘시네밋터블(Cinemeetable)’을 기획·운영 중이다. 47번의 모임 동안 약 150명의 손님이 집을 다녀갔다. 몇 년째 기록은 멈춰 있지만, 이사하면 다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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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쉼표가 되어주는
유희적 장치, 절기

“‘절기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새로움의 감각이라고.” 저자는 절기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며 이 책을 시작한다. 절기는 농경사회에서 생산을 위한 지침서 같은 역할을 했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계절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한 하나의 유희적 장치라고 말한다. 절기를 핑계 삼아 사람들을 만나 함께 먹고 마시며 쌓은 기억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우리의 삶에 작은 여유를 더하고 계속 살아갈 힘을 준다. 벚꽃 아래에서 “먹었던 음식, 함께했던 사람들, 취기가 오르던 밤공기, 괜히 설ㅤㄹㅔㅆ던 마음까지. 그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삶이 나쁜 순간들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인해 제철의 경계가 흐려지고 계절 감각도 희미해지고 있다. 말렸다가 이듬해 봄에 불려 먹는 묵나물, 기후와 토양에 맞춰 길러온 제주 월동채소에서 볼 수 있듯, 우리의 식문화에는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아온 지혜가 담겨 있다. 그러나 시설 재배, 냉동·유통 기술의 발달로 사계절 내내 비슷한 식재료를 접하게 되면서 제철 음식이라는 개념이 무색해졌다. 온실 재배를 통해 가을부터 봄까지 생산되는 딸기를 과연 제철 과일이라 부를 수 있을까. 우리는 계절 감각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희미해진 계절 감각을 되살리는 맛
식탁 위에 찾아온 기후 변화의 신호들

점차 무뎌지는 계절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저자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미각에 주목하며 24절기와 얽힌 음식들을 떠올린다. 우수에는 과일이 귀한 계절에 꼭 필요한 단맛을 건네는 제주 월동채소를, 춘분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봄을 맞아 즐겨 먹는 염소 치즈와 푸이퓌메를 이야기한다. 망종에는 견디기 힘든 여름날 복숭아가 주는 달콤한 위안을 예찬하고, 소서에는 여름에야말로 불의 술을 들이켜야 한다며 테킬라를 추천한다. 입추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규정해 온 과일의 범주에서 벗어난 무화과의 매력을 설파하고, 한로에는 오리를 주제로 생명을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소설에는 감칠맛이 뛰어난 해조류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김밥 사랑을 고백하고, 대한에는 모두가 방어회를 찾을 때 삼치회를 맛보라고 권유한다.

또한 저자는 기후 변화로 인해 좋아하는 식재료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 이상 노지에서는 재배하지 못하고 시설 재배를 해야 하는 오이,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의 변화로 빈번해진 산불 탓에 서식 환경이 무너진 송이 등이 그 예다. 여러 통계 자료보다도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기후 변화를 더욱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기후 위기를 늦추기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에 대해서도 저자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전 세계 선박, 항공기,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모두 합한 것보다 푸드 시스템이 배출하는 양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식탁 위의 습관을 바꾸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늘 새로운 맛에 설레지만
결국 다시 익숙한 맛으로 돌아온다”
맛이 붙잡아 두는 계절의 기억

저자가 계절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는 이유는, 계절이 “우리가 어디에 서 있었고, 무엇을 먹었으며, 누구와 마셨는지를 고스란히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정직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 계절을 감각하는 데 있어 음식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에는 미식 칼럼니스트로서 취재와 여행을 통해 쌓아온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사유가 담겨 있다.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은 절기를 따라 기다리고, 발견하고, 기념해 온 저자의 삶의 풍경이자, 사라져가는 계절 감각을 붙잡아 두는 기억의 조각들이다.

“우리는 늘 새로운 맛에 설레지만, 결국 다시 익숙한 맛으로 돌아온다. 그 멀어짐과 돌아옴 사이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다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중심축이 바로 절기 감각이라고 나는 믿는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절기 음식이 있다. 봄이면 어김없이 찾게 되는 한 접시, 무더운 여름을 견디게 해준 한 잔, 찬 바람이 불 때마다 생각나는 한 끼가 있다. 그 맛에는 계절의 풍경과 그 시절의 기억이 함께 담겨 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절기 음식을 떠올려 보게 한다. 무엇을 먹었고, 누구와 함께했으며, 어떤 계절의 기억을 품고 살아왔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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