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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혼자 웃는 꿈 안에 그대로 서 있어

끝내 말해 주지 않고/ 목재 해부학/ 망각과 지퍼/ 유리 뒤에서/ 사월의 것을 그대로 두어요/ 개살구/ 화장하는 밤/ 저 나무는 버림받기를 원하는 사람처럼/ 풀의 근력/ 나의 모든 것과 그의 어떤 것/ 돌의 시간/ 도리포

2부 꿈틀거린다 아직 덜 죽은 벌레처럼

유리의 한낮/ 이어웜(Earworm)/ 서쪽 목격담/ 우물이 끓는다/파트너/ 생산을 기리는 점의 노래/ 흑천(黑川)/ 선룸/ 내가 죽인 채송화/ 오늘의 수선/ 데자뷔/ 주저흔

3부 밤을 죽이고 새벽을 걷어내고

면접 대기석/ 패닉/ 여기에 없는 질문/ 해국(海菊)/ 복기(復棋)/ 고백 알리바이/ 큰일/ 변신과 변심 사이의 단풍/ 목의 도시/ 우는 빵

4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물컹한 실루엣

석류/ 호리병벌/ 남은 시간의 실험/ 눈빛/ 애도 나무/ 소가 본다/ 정년(停年)/ 모자(母子)/ 그 독한 둑을 밀고/ 유리 속의 죽음 한 채/ 고양이가 피었다/ 동물이 온다/ 디어 마더

5부 뒤집고 또 뒤집어도 나는 끝내 나오지 않는다

섬망/ 어제인 호수/ 빈방/ 마지막 노래/ 유리로 포장한 얼굴/ 디디며 이어지는 아침이 있다/ 생존자/ 필사(筆寫)/ 노래는 언제 죽나

산문_햇빛보다 얇은 것
저자 소개
저자 : 천수호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다.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옥편에서 ‘미꾸라지 추(鰍)’자 찾기」라는 작품으로 등단을 했고, 민음사에서 『아주 붉은 현기증』을, 문학동네에서 『우울은 허밍』이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지금은 명지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시를 읽고 있으며, 횡성 예버덩문학의집 운영위원과,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기획위원이기도 하다. 제5회 매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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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손끝으로 더듬어 보면 유리?
내일의 예보가 만져진다”

유리, 눈, 나무, 손끝으로 더듬는?
깨지기 쉬운 삶의 가장 투명한 예보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천수호의 네 번째 시집 『내일의 유리 예보』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15번으로 출간되었다. 천수호는 그동안 삶의 복잡한 결을 생생한 감각과 상상력으로 포착하고, 보이는 세계 너머 들리는 사물의 기척에 귀 기울이며, 병과 죽음, 이별과 애도의 장면 속에서 관계의 의미를 다시 묻는 시세계를 펼쳐왔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유리, 눈, 나무, 살구, 손끝 같은 사물의 표면을 통해 깨지기 쉬운 삶이 품은 불안과 긴장, 그리고 그럼에도 계속 감각하려는 마음을 투명하고도 서늘하게 그려낸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세계를 향해 손을 뻗는다. 그러나 그 손끝은 번번이 투명한 벽에 가닿는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죽음 이후에도 남아 있는 기억, 인간과 인간 사이의 거리,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끝없는 질문까지. 시인은 우리가 끝내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오래 응시한다. 그러나 『내일의 유리 예보』는 닿을 수 없음 앞에서 멈추는 시집이 아니다. 오히려 끝내 닿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다시 손을 내미는 마음,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세계의 표면을 조심스럽게 더듬어 보려는 태도의 기록이다.

『내일의 유리 예보』에서 유리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다. 유리는 나와 세계 사이에 놓인 얇은 막이며, 보이는 것과 만질 수 없는 것 사이의 경계이고, 이미 지나간 통증이 뒤늦게 손끝에 닿는 감각이다. 그것은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멀어지는 타인의 내면이며, 살아 있는 사람과 떠난 사람 사이에 놓인 투명한 경계이기도 하다. 이 시집에서 중요한 것은 확실히 보는 일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더듬는 일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 이미 지나갔지만 아직 몸에 남아 있는 것을 손끝으로 감지하는 일. 『내일의 유리 예보』라는 제목은 바로 그 감각을 품고 있다.

잠깐 멈춘다 허공에 두 눈?
손끝으로 더듬어 보면 유리?
내일의 예보가 만져진다
- 「유리 뒤에서」 중에서

표제시 「유리 뒤에서」는 시집 전체의 문제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유리창을 사이에 둔 설움은 그치지 않고 이어지며, 화자는 그 투명한 막 앞에서 멈추어 선다. 여기서 유리는 단순한 차단의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상징한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볼 수는 있지만 완전히 도달할 수는 없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했다고 믿는 순간에도, 슬픔을 지나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세계는 다시 한 겹의 투명한 막 너머로 물러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손끝으로 유리를 더듬으며 내일을 예감한다. 천수호의 시는 그 불가능한 접촉의 순간에서 인간 존재의 고독과, 그 고독 속에서도 계속 감각하려는 마음을 길어 올린다.

이 시집의 슬픔은 하나의 감정으로 단순화되지 않는다. 슬픔은 마음속에만 머물지 않고 눈, 나무, 살구, 손가락, 우물, 벌레, 유리 같은 사물의 표면으로 옮겨 간다. 감정은 사물이 되고, 사물은 다시 감정의 모양을 입는다. 독자는 한 사람의 내면을 설명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세계 전체가 조금씩 얼어붙고, 흐려지고, 갈라지고, 뒤집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별은 이 시집의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내일의 유리 예보』는 단순한 이별의 비애에 머물지 않는다. 이별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말, 물건, 기억, 몸의 감각이 어떻게 세계의 날씨가 되는지를 보여 준다. 떠난 사람의 언어는 눈발처럼 쏟아지고, 남은 사람의 방에는 기대어 있는 것과 무너진 것과 엎어진 것들이 뒤섞여 쌓인다. 이별은 끝나는 일이 아니라, 지나간 뒤에도 계속해서 도착하는 일이다.

이별을 퍼붓는 발음은 눈발과 비슷하여?
네 언어의 조각들이 전국적으로 눈을 몰고 왔다

여름으로 간 너는 겨울의 폭언을 알 수 없겠지만?
이건 네가 몰고 온 폭설이어서?
구석진 곳에 남아 있던 네 물건들처럼?
기댈 건 기대고 무너진 건 엎어진 채로 쌓인다
- 「망각과 지퍼」 중에서

천수호에게 망각은 단번에 닫히는 지퍼가 아니다. 기억은 닫으려 할수록 새어 나오고, 잊으려 할수록 다른 형태로 되돌아온다. 떠난 사람은 여름으로 갔지만 남은 사람은 겨울 한가운데에 있다. 한 사람의 부재는 개인적인 사건을 넘어, 세계의 온도와 빛과 방향을 바꾸어 놓는 날씨가 된다. 그러므로 이 시집에서 내일은 멀리서 오는 시간이 아니다. 이미 우리 안에 도착했으나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감각, 지금 여기에서 손끝에 닿는 예감이다.

이 시집은 또한 말해지지 않는 것들의 세계를 오래 바라본다. 나무는 목소리를 낼 것처럼 사람을 끌어당기지만 끝내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침묵 앞에 귀를 대고,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말하지 않는 존재는 부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렬한 방식으로 사람을 흔든다. 창밖의 살구나무가 어느 순간 등을 돌린 사람의 형상이 되는 장면도 그렇다. 익는 것은 열매이지만, 먼저 익는 것은 등이다. 천수호는 사물의 익숙한 앞면을 뒤집어, 우리가 외면했던 뒷면의 감정을 보게 한다.

창밖에 보이는 살구나무가?
등을 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돌아선 사람들은 모두 살구나무가 된다

그래서 살구는 등이 먼저 익는다
- 「개살구」 중에서

『내일의 유리 예보』가 응시하는 것은 깨진 이후의 파편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깨지기 직전의 긴장이다. 깨지기 쉬운 것들은 약해서가 아니라 너무 민감하게 세계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위태롭다. 유리는 단단한 벽이 아니라 예민한 표면이다. 눈은 녹기 쉬워서 온도를 드러내고, 꽃잎은 얇아서 상처의 기미를 먼저 받아 낸다. 약한 것들은 약하기 때문에 더 정확하다. 천수호의 시는 그 약한 것들의 감각을 믿는다.

그 감각은 손끝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손은 잡는 기관이면서 동시에 놓는 기관이고, 고르는 기관이면서 동시에 상처 입히는 기관이다. 하나를 고르는 일은 언제나 다른 것들을 버리는 일이 되며, 다정한 접촉조차 어느 순간 폭력의 자세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이 시집의 화자는 쉽게 펼쳐 보이지 못한다. 펼친다는 것은 곧 누군가의 손끝에 자신을 맡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섯 개를 펼쳐 놓고 하나를 고르라고 할 때?
대체로 그 선택이 간사해지는 것처럼?
손가락 끝이 무서워서 얼른 내 말을 감춘 날들이 많았다

다정한 악수가 뒷목을 내리칠 때가 많았기에?
대체로 펼쳐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 「오늘의 수선」 중에서

『내일의 유리 예보』는 슬픔을 위로로 봉합하지 않는다. 대신 슬픔이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바꾸어 놓는지를 보여 준다. 한 사람의 통증은 사물의 방향을 바꾸고, 한 사람의 침묵은 나무의 자세가 되며, 한 사람의 기억은 유리창에 남은 차가운 흔적이 된다. 이 시집의 시들은 울음보다 울지 못함에, 말보다 말하지 못함에, 사건보다 사건 이후에 남은 감각에 더 오래 머문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이해했다고 믿고, 어떤 슬픔을 지나왔다고 생각하며, 내일을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천수호의 시는 묻는다.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는 과연 얼마나 투명한가. 그리고 그 투명함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가. 『내일의 유리 예보』는 그 질문을 오래 품게 만드는 시집이다. 닿을 수 없는 것들의 표면을 끝내 손끝으로 더듬는 시집, 깨지기 쉬우나 끝내 깨지지 않으려는 세계의 슬픔 앞에서 다시 손을 내미는 시집이다.

천수호의 『내일의 유리 예보』는 미래를 예언하는 시집이 아니다. 이미 우리 안에 도착했으나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감각의 표면을 더듬는 시집이다. 깨지기 쉬운 삶이 끝내 깨지지 않으려 할 때, 유리처럼 차갑고 투명한 내일이 손끝에 닿는다. 그리고 그 순간, 시는 하나의 예보가 된다.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만져 보려는 마음의 가장 섬세한 예보가 된다.

[시인의 말]

유리를 두드려
그 안에서
깨지기 쉬운 내 얼굴을 새로 꺼낸다.

2026년 6월
천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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