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모두의 평범함’을 되찾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차별금지법
평범하다는 말 안에는 ‘다수’라는 의미가 은연중에 포함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역설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저자는 차별금지법이 “평범함을 다수의 것으로 되찾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때 다수는 평범한 삶을 염원하는 모든 사람을 넉넉히 포함하는 다수다. 나아가 한때는 평범하게 여겨졌던 신분제가, 남존여비가, 심지어 순장이라는 풍습마저도 이제는 사라졌다는 점에서 평범함의 풍경은 사람들이 용기 내어 변화를 선택하는 만큼 달라질 수 있으며, 차별금지법은 이런 평범함의 진취적 가능성을 포함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해와 오해에 대하여
차별금지법에는 차별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이 있을까? 대답은 ‘아니요’다. 저자는 입법자로서 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쌓았던 실력을 십분 발휘하여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공들여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는 잘못 알려진 바와 달리, 이 법은 차별에 대한 처벌을 통해 사람들을 교화하는 법이 아니라, 차별에 대한 시정 권고를 통해,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몰랐던 차별을 알려주고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법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시민들이 차별을 저지르는 이유는 그것이 차별임을 모르기 때문이며, 만일 그것이 차별임을 알게 된다면 시정할 것이라는, 변화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됐을까?: 국회에서 경험한 ‘이론과 실제’의 좌충우돌 생생한 이야기
차별금지법은 19년 동안 14차례 발의되었지만, 한 번도 국회에서 심의된 적이 없다. 국회의원 장혜영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일곱 번째 발의였으므로, 당연히 심의되지 못했고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다. 이 좌충우돌 일곱 번째 발의의 기록과, 국회에서 경험한 ‘이론과 실제’의 생생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펄떡이며 살아 숨 쉬는 현재진행형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도전을 차분히 돌아보고 스스로를 가다듬어야 하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최악인 것은 평범한 삶을 위해 각자도생의 무한 경쟁을 감당하는 사람들과 평범한 삶을 위해 평등한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충돌하는 순간이다. 두 종류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같다. ‘평범한 삶’. 그러나 두 희망은 융합되지 못하고 맞부딪친다.”
“우리는 차이를 통해 무리를 구분 짓고, ‘우리’가 아닌 이들을 차별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차이를 가진 존재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환대하며 공존하려는 선량함과 용기를 지니고 있다. 우리의 공격성과 선량함 중 어느 것을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로 채택하고 키워 갈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문제의 발언은 이렇듯 익명의 대중으로 객석에서 무대를 힐끗거리던 내게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다. 거기 장혜영 씨, 박근혜, 최순실 말고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광장 밖의 일상에서 당신은 사람답게 행동하고 있나요?”
“혜정이 시설에 보내진 다음 날, 집에서 혼자 책을 읽는데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그 이상스러운 자유를 맛본 나는 분명히 자각했다. 나의 자유는 우리와 함께 살아갈 혜정의 자유를 박탈한 대가로 얻어진 것이었다.”
“갖고 싶은 게 있습니다. 미래를 갖고 싶습니다. 죽어라 노력해서 나만 겨우 살아남는 미래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무사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가는 미래를 갖고 싶습니다. 장애인이니까, 가난하니까, 못 배웠으니까, 부모를 잘못 만났으니까, 운이 없으니까 불행해져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미래를 갖고 싶습니다. 평범한 일상과 존엄한 삶이 건강하고 똑똑하며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라 가난하고, 병들고, 장애가 있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평등하게 보장되는 미래를 갖고 싶습니다.”
“내가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최소한 그를 나와 동등한 존재로 존중할 것. 그것이 ‘좋은 사람 되기’에 관한 내 기준이었다.”
“무신경한 쾌적함은 오랫동안 차별받던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를 일상적으로 검열하고 있기에 만들어진 인위적인 결과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함으로써 스스로의 언행을 변화시키는 것은 특별한 인간들만 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 속에서 비슷한 학습과 시행착오를 일상적으로 겪으며 매일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 간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성숙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