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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그래서 프롤로그, 첫 번째 그림
어둠을 만지면서
우리 동네를 바라보는 두 개의 그림
개똥 예술론
여러 풍경
물감똥
오! 팔리는 그림
걷는 나무, 떠도는 신
비 오는 날, 도시
화장실에서
아파트
밤길에서 만난 것들
미술 대전
울적한 양말
나무의 춤
부산한 가을, 그리고 밤길
그림 쌤 복 터졌네!
다시 전시회
밤의 뒤통수
어느 일요일
신의 눈
시드는 해
아파트를 대하는 자세
요즘 시국
시간의 오후
이것은 파이프가 아닌가?
존재의 증빙
시간의 깊이
다시 밤길
그늘이 가진 색
근하신년
뒷얘기
저자 소개
저자 : 김병호
1998년 [작가세계] 시 부문 신인상 수상. 왜 사는지, 그래서 사는 일에 합당한 답이 있는지, 살다보니 사는 거더라, 이런 무책임한 핑계로 버티는 일을 이해할 수 없어, 나에게 또 세상에 따져 묻던 시절에는, 시를 많이 썼다. 『과속방지턱을 베고 눕다』, 『포이톨로기』, 『밍글맹글』 이런 시집들을 낼 때까지 그랬다. 정신도 마음도 무거웠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냥 썼다. 장편 SF소설들이다. 『폴픽 Polar Fix Project』도 크고 작은 죽음 운운하며 많이 무거웠다.

몇몇 계기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날카로운 불연속점은 나이이다. 어느 날 훅, 나이가 내 몸 안에 쌓여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몸이 무거워지자 정신이, 마음이 가벼워졌다. 세상과 적당히 주고받은 타협이 아니라 그냥 데면데면해진 것인데, 그러자 『몸으로 부르는 연가』처럼 날라리 같은 시도 쓰고 소설도 『뵐룽 아흐레』가 등장하며 훌쩍 가벼워졌다. 소설 『나와 트리만과』도 이런 연장선에 있달까?

그 사이에 과학에세이 『과학인문학』, 산문 『초능력 시인』 같은 글을 썼다. 그리고 『동네 시인이 그리고 쓴 느지감치 그림일기』를 그리고 쓰면서 더 가벼워졌다.

이제 지킬 것도 따질 것도 없어진 모양인데, 그래서 왜 사는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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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캔버스라는 다중우주에서 내 마음대로 세상을 변형하는 자유”
붓 한 자루 쥐고 덤벼든 동네 시인의 가장 솔직하고 유쾌한 분투기.

상사 무서울 것 없고, 지 못할 말 없을 것 같은 50대 중반의 인간 수컷 글쟁이가 덜컥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술자리에서 오간 객기로 시작된 일이었다. 동네 문화강좌 서양화반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수강생 대부분은 은퇴 연령을 넘긴 여성들뿐이다. 뻘쭘함을 무릅쓰고 4B연필을 쥐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선 긋기에 금세 불량 학생이 되어버린다. 그림 선생님을 향해 “배고파요!” 투정을 부리거나 “왜 이혼했어요?”라는 당돌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느지감치 그림일기』는 단순히 ‘어느 날 그림을 그리게 된 중년 남자의 우아한 취미 생활록’이 아니다. 이 책은 서툴게 붓을 든 저자의 손끝에서 탄생한 그림들과, 그보다 더 다채롭고 짠내 나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버무려진 유쾌한 일상 에세이다.

작가의 예술혼은 캔버스 밖 일상에서 더욱 시트콤처럼 빛난다. 기껏 공들여 그린 인물화는 딸에게 "장난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다“라며 팩트 폭격을 당하고, 화장실에서 아내의 칫솔을 잘못 썼다가 뼈아픈 잔소리를 듣기도 한다. 미술 전공자 딸이 "항상 제일 예쁜 건 물감똥이야”라고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를 진짜 작품명으로 삼아버리는 대목에서는, 평범한 가장의 둥글둥글한 애환과 가족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저자는 “예술은 노는 것이다. 즐겁게!”라고 말한다. 비록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매 순간이 절망스러울지라도, 어둠을 다스려야 밝음이 더 선명해지는 수채화의 이치처럼 팍팍한 삶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으려 고군분투한다.

뭐든 오래 하면 잘해야 하고 나이 들면 점잖아져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 속에서, “많은 남자가 나이 든 쫄보로 살다가 과거에 묻혀 죽는다”라며 속 시원한 일갈을 날리는 저자. 그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문장들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핑계 대는 이들에게, 혹은 쳇바퀴 같은 일상에 작고 숨통 트이는 취미가 필요한 이들에게 뜻밖의 유쾌한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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