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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보론
저자 소개
저자 :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1781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1789년의 프랑스 혁명으로 귀족의 특권을 박탈당했고, 베를린에 정착하게 된다. 샤미소는 20세 때, 프러시아군 장교가 되었다. 부친이 프랑스로 돌아가기 위해 애쓸 때, 아들은 한발 한발 독일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1802년, 샤미소 일가는 독일인이 되어 버린 아들을 남겨 두고 프랑스로 돌아갔다.
1806년, 프러시아군 장교인 샤미소는 나폴레옹 전쟁에서 포로가 되었다. 포로에서 풀려나자 프랑스로 갔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가 잇달아 죽었고, 그가 살던 봉쿠르 성은 파괴되어 폐허가 되었다. 형제와 친척들은 이 ‘독일인’에게 냉담했다.
1812년, 베를린에 돌아가 자연과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음 해에 “그림자 없는 사나이”를 써서 절친인 푸케에게 원고를 보여주었다. 3년 뒤, 러시아 북극 탐험대의 소식을 접하고는 탐험선 루리크 호에 승선하였다. 배는 함브르크를 출발해 대항해에 나섰다. 프리마스에서 남미의 브라질, 칠레, 북상하여 캄차카, 그리고는 남하하여 마닐라, 희망봉을 돌아 런던, 그리고는 페테르부르크에 돌아왔다. 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푸케가 자신의 허락도 받지 않고 출판한 “그림자 없는 사나이”가 대호평을 얻고 있었고, 저가가 누구인지에 대한 엄청난 소문에 휩싸여 있었다.
이후 샤미소는 식물학 연구에 몰두하였다. 베를린대학의 명예박사가 되었고, 제국식물표본소 소장에 임명되기도 하였다. 또 18세의 소녀 안토니 피아스테와 결혼하여 가정도 꾸리게 되었다. 연구와 조사 여행으로 바쁘게 보내는 한편, 프랑스의 시를 독일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슈만의 작곡으로 유명한 <여자의 사랑과 생애>가 있다. 샤미소는 1838년 8월, 파란 많은 생애를 마쳤다.

역자 : 최문규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고, 독일 빌레펠트대학교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이후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연세대학교 언어연구교육원장,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장을 역임했다. 대표적인 저서로 『(탈)현대성과 문학의 이해』 『독일 낭만주의』 『문학 이론과 현실 인식』 『자율적 문학의 단말마?』 『파편과 형세- 발터 벤야민의 미학』 『죽음의 얼굴』(연세학술상) 『감정의 인문학적 해부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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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아주 그로테스크한 포장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진지하고
현대적이고 열정적인 특성을 지닌 작품. ―토마스 만

마법 같은 이야기에 인간의 치밀한 고뇌를 담은
19세기 독일 문학의 수작

열림원 세계문학 다섯 번째 권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프랑스 출신의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환상 소설로, 악마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팔아넘긴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림자를 판 대가로 그는 무한한 재물을 갖게 되어 세상의 온갖 부와 호사를 누리지만, 태양 아래 당당히 다니지 못하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삶을 살게 된다. 그림자 상실로 겪는 고통과 회한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고투하는 인물의 여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독일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이 작품은 환상적이고 동화 같은 줄거리를 지니고 있지만, 그림자 상실로 고뇌하는 인물의 방황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매우 치밀하고 사실적인 심리 묘사를 보여준다. 샤미소의 애독자였던 토마스 만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동화의 범주에 넣으려 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아주 그로테스크한 포장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진지하고 현대적이고 열정적인 특성을 지닌” 이 작품의 탁월한 ‘소설적 특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편의 동화처럼 기이한 내용 속에 인간의 깊은 고뇌를 담아낸 이 소설은 오늘날 세계적인 고전의 반열에 올랐으며, 인간의 욕망과 자유의지, 삶의 궁극적 가치에 대한 물음과 성찰을 담은 걸작으로 평가된다.

“좋습니다! 거래하십시다.
내 그림자를 가져가시고 그 주머니를 주세요.”

악마에게 그림자를 팔아넘긴 한 남자의 이야기
삶의 궁극적 가치를 묻는 기이한 환상 소설

주인공 슐레밀은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사교 모임에서 정체불명의 ‘회색 옷 입은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슐레밀에게 그의 그림자를 자신에게 팔 것을 제안하며, 그 대가로 금화가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마술 주머니를 주겠노라고 말한다. 거래가 성사되어 부자가 된 슐레밀은 세상의 온갖 호사를 누린다. 하지만 이내 그림자가 없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가지 못하며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를 지체 높은 백작으로 알고 추앙하지만, 정작 그는 그림자 때문에 하인의 도움 없이는 방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몸이 된다.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온전히 다가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아야 하는 비참한 신세가 된다. 결국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그는 마술 주머니로 쌓아 올린 자신의 왕국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남자는, 이번엔 그의 영혼을 자신에게 판다면 그림자를 되돌려주겠노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슐레밀은 이 제안을 거부하고 홀로 방랑길에 오른다.
이처럼 이 소설의 줄거리는 한 편의 잔혹 동화처럼 기이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이야기를 감싸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긴장감 있는 전개가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고뇌와 성찰의 무게는 결코 동화처럼 가볍지 않다. 독자들은 본인의 선택의 결과로 사회에서 추방된 슐레밀의 고뇌를 따라가며 이방인처럼 삶의 ‘경계’에 서게 된다. 삶의 경계에서, 인생의 중요한 지점에서 반복되는 ‘거래’와 ‘가치 교환’의 물음, 이를 통해 슐레밀이 마주하는 ‘선택’들은 삶의 궁극적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이 소설의 해석에서 무엇보다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림자’의 의미이다. 이 ‘그림자’의 의미를 두고 수많은 연구자들 사이에 다양한 논의가 분분하게 이어져왔지만, 확실한 것은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무형의 가치인 그림자를 재화로 팔아버림으로써 슐레밀의 비극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이 소설이 출간된 19세기 초엽은 정치사회적으로 이미 자본주의 사회가 태동한 시기이며, 부를 맹목적으로 절대시하는 황금만능주의 심리가 싹트던 시기였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에는 ‘자본으로서의 돈’, ‘돈에 의한 교환’이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사회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알레고리와 비판이 담겨 있다. 이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비슷한 공감대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텍스트의 의미를 풍성하게 확장하는
최문규 교수의 충실한 해제와 보론

열림원 세계문학의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최문규 교수의 번역으로 만나며, 충실한 해제와 보론을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했다. 열림원 이삭줍기 시리즈로 2002년 처음 출간했던 이 소설을 감각적인 디자인의 열림원 세계문학 시리즈로 다시 선보인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발표 이후 수많은 흥미로운 해석을 낳은 작품이다. 토마스 만을 비롯한 많은 후대 작가들이 이 작품의 의미를 거론해왔으며, 수많은 저명한 연구자들이 해석에 참여하여 일견 단순해 보이는 줄거리의 소설에 더욱 복잡하고 풍성한 의미를 부여해왔다. 뒤에 수록한 긴 해제에서 최문규 교수는 다각도에서 이 소설의 문학사적 의미를 되짚는 한편, 특히 ‘그림자’의 의미를 두고 형이상학적, 사회적, 정치적, 젠더적 관점에서 다양한 논쟁을 벌여온 연구자들의 해석을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작중의 주요 장면들을 그린 19, 20세기 삽화가들의 강렬한 삽화로도 유명하다. 해설 뒤에 실은 보론에서는 슐레밀이 그림자를 파는 인상적인 장면을 묘사한 여러 삽화가들의 그림을 소개하며, 텍스트를 이미지로 해석해내는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비교하며 되비추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이 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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