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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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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잊을 수 없는 시구들을 보들레르만큼 많이 남긴 시인은 없다. 사랑·우울·여행에 대하여, 그만큼 잘 말한 작가도 없다. 그에게 여름은 영원히 끝나버린 계절, 잃어버린 낙원이었고, 그는 그것을 시를 통해 되찾고자 했다.
보들레르는 근대인인 동시에 반反근대인이었다. 오늘날의 우리에겐 추문이 될 수도 있을 몇몇 견해들을 표명하기는 했으나, 그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동시대인으로 남아 있다. 그는 진보를 혐오했고, 예술을 위협하는 사진술의 등장을 지켜보며 그 권위를 떨어트리고자 했다. 신문이 출현하여 대량으로 인쇄되는 것을 보고는 자살을 할 생각까지 했으며, 영원한 ‘악’과 싸웠다. 이 상처 많은 인간의 작품들 ㅡ 운문시와 산문시, 미술 평론과 문학 평론, 일기 같은 단장들, 풍자와 격문 ㅡ 은 발표 당시 선동적 요소들 때문에 유죄 선고를 받았으나, 곧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들라크루아와 마네를 예찬했던 보들레르는 근대 세계에서의 예술의 권위 상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명철한 관찰자의 한 사람이었다. 댄디를 자처하면서도 넝마주이의 친구이기도 했던 그는 누구보다도 역설적인 존재요 괴짜 중의 괴짜였다.

이 책은 라디오 방송국 에서 2014년 여름에 방송된 을 바탕으로 저술되었다. 저자 앙투안 콩파뇽은 보들레르의 작품 세계를 “종횡무진” 마음 가는 대로 헤집고 다니며 우리로 하여금 《악의 꽃》과 《파리의 우울》을 다시 펼쳐 들게 만든다. 서른세 개의 짧은 장章을 통해, 어디에도 분류할 수 없고 어디로도 환원시킬 수 없는 인간 보들레르와의 만남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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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름은 어제” 7p
01. 오픽 부인 14p
02. 사실주의자 19p
03. 고전파 24p
04. 바다 30p
05. 어두운 전조등 36p
06. 미루는 버릇 42p
07. 우울 49p
08. 혹평에 대하여 54p
09. 거울 60p
10. 파리 65p
11. 천재와 바보 70p
12. 후광의 분실 76p
13. 지나가는 여인 81p
14. 들라크루아 86p
15. 예술과 전쟁 92p
16. 마네 98p
17. 웃음에 대하여 104p
18. 현대성 110p
19. 아름다운, 괴상한, 슬픈 115p
20. 1848년 120p
21. 사회주의자 126p
22. 댄디 131p
23. 여자들 137p
24. 가톨릭 신자 143p
25. 신문 149p
26. “꾸며야 할 멋진 음모” 154p
27. 사진 160p
28. 진창과 황금 165p
29. 환상의 검술 171p
30. 폐기된 그림수수께끼 176p
31. 불쾌한 모럴 182p
32. 상투어들 188p
33. 마리에트 194p
옮긴이의 말 199p
저자 소개
저자 : 앙투안 콩파뇽 Antoine Compagnon
작가이자 프랑스의 콜레주 드 프랑스 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현대성의 다섯 가지 역설》(1990), 《이론의 악마》(1998), 《문학 왜 하는가?》(2007), 《수사학 수업》(2012),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2013) 등이 있고, 특히 보들레르에 관한 책으로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앞의 보들레르》(2003), 《환원 불가능한 자 보들레르》(2014) 등을 저술했다.

역자 : 김병욱
프랑스 사부아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일했다. 현재 성균관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옮긴 책으로 밀란 쿤데라의 《불멸》, 《느림》, 《배신당한 유언들》,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 《망친 책,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 로맹 가리의 《게리 쿠퍼여 안녕》, 《징기스콘의 춤》, 가스통 바슐라르의 《불의 정신분석》, 《촛불》, 《물과 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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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앙투안 콩파뇽
번역 김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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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생이라는 형벌을 살았던 사람,
견디기 힘든 삶의 우울을 황홀한 우울로 만든 시인, 보들레르

작가이자 저명한 문학평론가인 앙투안 콩파뇽은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이라는 제목의 이 책을 시작하며,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보다 터무니없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에게 보들레르는 “그리움과 가을의 시인”이고, “석양과 그림자”를 더 많이 예찬한 시인이었다.
보들레르에게 여름은,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여름, 영원히 사라져버린 여름이었다. 여섯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2년 후 어머니가 재혼할 때까지 “어머니의 애정을 맛보았던 그 호시절”에, 보들레르는 “작지만 조용한” 뇌일리의 “하얀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때 이후로, 시인은 태양이 제 마지막 불꽃을 커튼을 통해 식탁 위로 비출 때의 그 “길고도 조용한 식사”를 언제까지나 추억하고 또 추억하게 된다. 그러니 보들레르에게 여름과 태양은 그 어떤 사랑보다 아름다운 것이지만 돌아갈 수 없는 향수의 대상일 뿐이다.

이 책은 프랑스 라디오 방송국인 <프랑스 앵테르>에서 여름을 맞아 야심작으로 기획한 시리즈의 하나로 진행된 ‘보들레르’ 편을 출간한 것이다. 현지에서는 방송에 이어 책도 대단한 호응을 불러일으켰다고 하니, 청취자나 독자들은 저자의 염려와는 달리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에 크게 공감한 듯하다. 석양과 땅거미가 지는 순간을 노래하고 황혼과 그리움을 예찬한 그의 시와 산문을 읽고 콩파뇽이 전하는 보들레르의 삶과 작품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이 시인에게 아름다운 계절보다 더 덧없는 것이 또 있었을까 싶다.

이 책에서 저자는 33개의 주제로 보들레르를 소개한다. 보들레르의 시·편지·산문을 토대로, 그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들, 그가 거침없이 주장했던 생각들, 그리고 그의 절망과 희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쿠르베·플로베르 등 사실주의자들과의 교류, 보들레르를 라신과 비교하곤 했던 프루스트의 평가, 당대 최고의 작가였던 빅토르 위고와의 비교, 화가 들라크루아에 대한 보들레르의 예찬, 친구로 지냈던 마네와의 관계 등도 흥미롭다.

자유분방한 생활과 요란스러운 언행 탓에, 사람들은 보들레르를 생을 즐기고 순간을 최고로 만들 줄 아는 사람으로 기억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보들레르는 무위를 자책하고, 나태를 괴로워하고, 생산을 꿈꾼 우울한 사람이었다. 그는 젊어서부터 자신의 상태를 완벽하게 분석했다. “영원한 불안에 휘둘리는 영원한 한가로움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세요. 마음 깊이 그 한가로움을 증오하면서 말입니다.”
보들레르에게 시 창작은 늘 삶의 문제였다. “내 일상의 고통, 즉 ‘노동’을 나의 영원한 쾌락으로 삼아야 할 때”와 같은 표현에서 보듯, 그에게 일은 고통인 동시에 고통의 치료제였다. 견디기 힘든 삶의 우울을 황홀한 우울로 만드는 것, 그에게 그것은 생존의 문제였고, 그는 그것을 시인으로서 자신의 의무로 여겼다.

아버지를 여읜 후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2년여의 오붓했던 시간을 제외하고, 보들레르는 대부분의 세월을 파리에서 지냈다. 파리는 그가 성장한 도시이자, 탐미적 삶의 근거지였으며, 관능적 시의 원천이었고, 의붓아버지에 대한 반항을 공개적으로 행동으로 표현한 도시였다. 그는 삶의 터전이었던 수도 파리를 늙은 창녀처럼 혐오하면서도 누구보다도 더 열렬히 파리를 사랑했다. 파리 없이는 살 수 없고, 파리를 떠날 수도 없는 처지였으나, 소란하고 혼란스럽고 재건축이라는 대의 하에 본모습을 잃어가는 파리를 보는 것 자체는 그를 더욱 우울하게 했다. 《악의 꽃》 에필로그 초고에서 그는 이렇게 외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오 치욕의 수도여!”

보들레르는 과작寡作의 작가다. 생전에 대표작인 시집 《악의 꽃》과 여러 단장 및 비평을 발표했지만, 당대에 그는 창작의 어려움과 빈약함으로 비난받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 그의 얼마 안 되는 작품들은 경쟁자들의 수천 시편을 능가하고, 사후에 출간된 산문시 《파리의 우울》을 포함한 그의 텍스트들은 여전히 연구 대상이다.
여자와 사랑에 대해 보들레르만큼 잘 말했던 시인은 없을 것이다. 죽는 날까지 어머니 곁으로 돌아가기를 꿈꿨던 사람, 그를 고통스럽게 한 여성들을 원망하고 여성들에 대한 끔찍한 생각들을 거침없이 내뱉었던 사람, 특히 여성들 간의 사랑 등 미풍양속을 헤치는 사실적 표현으로 유죄판결까지 받은 그였지만, 그가 사실주의적 에로티시즘으로 표현한 수많은 시는 후대의 작가들에게 고전주의의 절정으로 추앙받았다.

보들레르는 괴짜이기도 했다. 불안정한 삶을 근근이 이어가는 넝마주이와 스스로를 동일시할 만큼 현실의 삶은 팍팍했으나, 보들레르는 멋 부리기를 좋아했고 늘 남의 시선을 끌었다. 친구들은 그것을 그의 “특징적인 괴상함”으로 표현했지만, 보들레르는 자신의 그런 특이함을 ‘댄디즘’으로 설명한다. ‘무규율 속의 엄격한 규율 같은 것’, “절대적으로 소박한” 우아함,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 섬세하게 이해하는 것.
언제나 빚에 쪼들리고 돈이 없었기에, 돈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시간을 사랑과 치장에 바치는 일반적인 댄디는 결코 될 수 없었지만, 그는 “정신의 귀족적 우월성”을 유지하고자 했고, “숭고한 존재 방식”을 갈망했다.
그의 명성을 둘러싼 이런저런 전설이 그의 이런 내면의 정수를 가리곤 하지만, 콩파뇽의 해석을 통해 접하게 된 보들레르의 댄디즘 덕분에 우리는 권태와 우울로 점철된 보들레르가 아닌 인간 보들레르를 더 가까이 이해하게 된다.

저주받고 유죄판결 받고 배척당했던 보들레르, 그러나 이제는 가장 많이 읽히고, 가장 많이 연구되고, 가장 많이 암송되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을 진행하며 콩파뇽은 “그는 사람들이 좋아해 주길 바라지 않은 사람이지만, 나는 이 책으로 인해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게 되거나, 적어도 최대한 많은 이들이 다시 서점으로 가서 《악의 꽃》과 《파리의 우울》에 이르는 길을 재발견하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한다. 보들레르에 대한 모든 편견을 접고 보들레르의 삶과 작품을 “마음 가는 대로” 소개한 콩파뇽의 이 책을 읽고 나서 어찌 보들레르를 다시 읽고 싶지 않겠는가. 지금 당장 댄디한 인간 보들레르를 만나러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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