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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그날 밤의 아이들
화백회의
별궁으로
비밀의 화원

제1수 활로
제2수 포석
제3수 축
제4수 비김수
제5수 파국
제6수 대마
제7수 젖힘
제8수 뻗기
제9수 호구
제10수 패
제11수 활로
제12수 사활
제13수 끝내기
제14수 계가

다시, 제1수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고혜원
벚꽃이 만발한 봄에 태어났다. 서로의 온기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2019년 〈경희〉가 한경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서 당선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 《래빗》, 《경희: 모던 걸 런웨이》, 《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 《미래가 보이는 일기장》을 썼다. 《래빗》은 부산국제영화제 ACFM에 선정되며 영상화가 확정되었다. 앞으로도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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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흑과 백의 돌 사이에서 피어나는
고요하고 치열한 세계

멸망해가는 국가, 임금이지만 사실상 권력의 밖에 있는 아버지의 딸로 ‘연화’가 태어난다. 어머니의 목숨과 맞바꾼 탄생은 누구의 축복도 받지 못했고, 연화는 곧 별궁으로 쫓겨난다.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연화는 어디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했을까.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섬세한 장면 묘사와 흡인력 있는 서사로 독자들을 사로잡아온 고혜원 작가는 경주의 어느 공주 무덤에서 ‘바둑돌’과 ‘약초’가 함께 출토되었다는 기록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는 한 공주의 삶에 상상력을 더한 작가는, 어린 시절 직접 배우며 매료되었던 바둑의 세계를 이 소설 속에 정교하게 녹여냈다.

“바둑은 지키는 놀이니까요. 집이든, 법도이든, 자신의 감정이든. 살아남으셔야죠. 바둑에서든, 궁궐 안에서든.” _본문 52쪽

별궁에서 버려져 살아가는 연화에게 기댈 사람은 아버지가 붙여준 바둑 스승 정균뿐이다. 그는 연화에게 바둑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읽는 법과 살아남는 법을 가르친다. 그의 곁에서 연화는 여러 정적과의 대국을 거듭하며 활로를 찾고, 터를 넓히고, 상대의 집을 부수면서 서서히 궁궐의 안팎에서 자신의 집을 지어간다. 침묵 속에서 맹렬하게.

“제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물러서지 않아요”

《백의 세계》는 오랫동안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져온 바둑을 여성 서사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역사 속 기록에서도, 문학 속 이야기에서도 판세를 뒤집는 주인공은 대부분 남성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흰 돌을 손에 쥔 여성, 연화를 이야기의 중심에 세우며, 바둑을 생존과 성장의 언어로 새롭게 읽어낸다.
연화에게 바둑은 단순한 승부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기이며, 타인의 마음을 읽는 방법이고, 세상의 질서를 이해하는 언어다. 상대의 수를 읽고, 물러설 곳과 버틸 곳을 판단하며, 때로는 작은 것을 내주고 더 큰 것을 얻어내는 과정은 곧 연화가 성장하는 과정과 겹쳐진다.

모든 활로가 막혔을 때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길을 찾아내는 여성의 이야기

이 소설은 신라를 모티프로 한 소설이지만,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작품 속 연화가 마주하는 질문들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유효하다. 주어진 조건이 불리할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아무도 내 편이 아닐 때 무엇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리고 끝내 나만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고 지켜갈 것인가.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한 소녀가 세상의 규칙을 배우고, 스스로 운명을 선택하며, 마침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여정을 따라가는 사이, 독자는 분명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몰입감과 재미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

“그러니까…… 선왕비마마께서는 다들 공주마마를 바라보는 틈에 살해당하신 거지. 모두가 공주마마의 울음이 터지길 기다릴 때, 그 찰나에 말이야.”
_〈별궁으로〉 중에서

“상대의 마음이지. 상대 역시 바둑을 두는 동안, 내 마음은 어떨지 골똘히 생각할 것이 아니냐. 살다 보면 상대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할 시간도 없고, 내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주는 사람도 없으니까 말이다.”
“보통은 싸운다고 생각할 텐데요.”
“바둑은 자고로 손으로 하는 대화가 아니더냐.” _〈비밀의 화원〉 중에서
“……되었다. 너는 그저 나와 바둑을 두는 벗으로 충분하다.”
임금은 중앙으로 뻗어나가려는 한호의 흑돌을 백돌로 막아내었다. 그러나 한호는 그 즉시 임금의 백돌을 젖히는 수를 택했다. 계속 나아가고 싶다는 의미였다.
“어찌 저를 그저 벗으로만 두려 하십니까. 큰일을 도모하는 것에 써주십시오. 절 가르치지 않으셨습니까.”
_〈비밀의 화원〉 중에서

“이따금 아바마마께서 이 별궁에 오시는 날이면 벗과 함께 바둑을 두시었습니다. 그때만큼은 아바마마가 평안해 보이시더라고요. 항상 멀리서 아바마마의 뒷모습만 보았으나, 제가 바둑을 둘 줄 알게 되면 앞모습도 보게 되지 않겠습니까?”
_〈비밀의 화원〉 중에서

“살아남겠다고 열심이지 않느냐. 곁에 저리 살고자 요동치는 것이 있으면 내게 퍽 좋겠지. 그러니 죽이지 말고 살 수 있을 때까지, 저 정자가 부서져 올라갈 곳이 없을 때까지, 그냥 두거라.”
기껏해야 아홉 살이었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을 보며 생동감을 느끼는 연화의 나이는.
_〈제1수 활로〉 중에서

인적 없는 밤이었다. 한 사내가 높은 담을 뛰어넘어 별궁의 숨겨진 화원 쪽으로 들어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비단옷을 입은 사내였다. 그가 담을 내려오며 밟은 것은 바둑판이었다.
“이건 뭐야? 여기에 왜 이런 게…….”
바둑판을 밟고 우뚝 섰던 사내는 그 앞에 앉아 있는 연화를 보고 도리어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여기서 소리 지를 건 내가 아닌가?”
_〈제2수 포석〉 중에서

“이거 그쪽이 조금만 움직이면 눈알 찔러요.”
그러자 취객은 라진을 밀쳐내려 젓가락을 들고 있는 라진의 오른쪽 손목을 양손으로 힘껏 쥐었다. 그런데 밀리지 않았다. 취객은 당황했다. 눈앞에서는 라진의 손이 흔들거렸다. 그렇게 흔들거릴 때마다 젓가락 끝도 계속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_〈제3수 축〉 중에서

그때였다. 유독 연화의 검은 눈동자가 관중들 사이 라진을 찾아내고는 눈을 접어가며 웃었다. 그대로였다. 진엄사 별채 안에서 바둑을 둘 때만 눈을 반짝이던, 늘 활로를 찾아내던 그 얼굴이었다. 짧은 눈맞춤에 불안해지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어딘가로 뻗어갈 수 있는 건, 포석이 튼튼해야 가능하다.
_〈제10수 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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