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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1부. 옥수수와 보낸 한철

옥씨기를 심으며|한가위 달|오! 블루 문|염천|다시|꽃의 화법|거리|푸럭국|해조음 듣다|고비|상련相憐|서설|기도|까치밥|마른 땅에 물드는 소리|은행나무의 노래|인연|밥심|노을에서 달밤까지|골바람|신탁

2부. 예버덩에서 보낸 가을

예버덩 가는 길|꽃말|타관의 잠|늦잠의 여유|웃음이 때로는 말이 되기도 한다|아침 산책과 장마당|이삭줍기|부음이 왔다|곤드레밥|늦가을을 읽다|단풍이 지나갔다|가만히, 소리 내지 말고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햇살 무늬같이|감춘 상처를 보다|오막으로 가는 밤길|그림의 말을 읽다|바위귀버섯|한번 지나간 생을 풀어 다시 뜰 수 있다면|첫눈의 잠언|몸속에 든 겨울|사람이 봄처럼 온다|봄을 새삼 더듬다

3부. 강아지와 보낸 겨울 한철

정들었다는 말|가을이라는 말|겨울을 준비하다|흰둥이한테서 흰둥이만 나온 건 아니다|흰둥이 단독 주택|슬픔이 길어지다|꽃들은 어디서 고운 색을 가져올까|별은 밤을 기다리는데|보이면서 보이지 않는|텃밭|영혼의 거처|무작정 가는 길|기분 좋은 헝클어짐|별은 꿈이 닿아야 할 곳일까|고구마, 화로에 묻다|순수란 언제든 물든다|이름을 불러준 그대|몸 안에 든 짐승

4부. 어둠을 찾아서

캄캄|지북솥에 물은 설설 끓고|궁상|두로령|약장수|새벽|닮아가는 얼굴|꽃을 드니 미소 짓는|돌배술|이월의 눈|노량|김화 잔도길을 걷다|한때가 있었다는 기억|꼭 해드릴게요|봄맛|안부를 묻다

5부. 옛날을 현상하다

로망 혹은 노망|꽃의 언어|괜찮냐고 묻는다|시간 냄새|새와 달과 집|고립|황금가지|알아서 익는다|성찬|떠올리다|미사곡|부처|기억의 그늘|밥상|향나무|눈보라|봄눈

6부. 개구리와 보낸 밤

나도 내가 어렵다|내안|불씨|나처럼|네게 가는 길|꽃이|또 기다리는 까닭|두릅나무 눈|무궁화꽃|게우살이|풍습|빨랑 가자|양배추쌈|길든다는 말|어둡거나 말거나|가을이 보여준 붉은 시간|완행|운동화|별들과 보낸 한철
저자 소개
저자 : 허림
시인.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다.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심상』 신인상으로 문학 활동을 해오고 있다. 시집으로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 『다음이라는 말』, 『골말 산지당돌 대장간에서 제누리 먹다』, 『누구도 모르는 저쪽』, 『엄마 냄새』, 『신갈나무 푸른 그림자가 지나간다』, 『노을강에서 재즈를 듣다』, 『울퉁불퉁한 말』, 『이끼, 푸른 문장을 읽다』, 『말 주머니』, 『거기. 내면』과 산문집으로 『보내지 않았는데 벌써 갔네』가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A4동인, 표현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내면 오막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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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길고양이와 군불, 말 없는 것들에게 건네는 연민

저자는 “말이 닿지 않는 곳에는 마음을 주기로 했다”고 고백한다. 그 마음이 먼저 닿은 곳은 소외되고 여린 생명들이다.

밭둑에 앉아 비옷을 입고 옥수수를 심으며 마른 땅에 빗물이 스며드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달포간 머문 예버덩의 창작실 뒤뜰에서 길고양이 가족과 내밀한 인연을 맺으며,
아궁이(부강지) 앞에서 밤새 새끼를 품어낸 흰둥이의 그을음을 제 혀로 닦아주는 어미 개의 야생적 모성을 경외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작가의 문장은 강원도 특유의 토속적인 사투리(‘씨굽다’, ‘마가리’ 등)와 어우러지며, 마치 흙먼지와 눈보라를 뚫고 나온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획득한다. 그에게 자연은 치유의 공간이기 이전에, 온몸으로 살아내야 하는 야생의 현장이다.

고독의 끝에서 마주한 신생(新生)의 철학

책의 후반부인 4부와 5부에서는 원시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자처한 고독과, 김화 잔도길을 걸으며 복기하는 분단의 아픔 등 역사의 상흔과 개인의 기억이 교차한다. 특히 위안부 징집을 피해 첩첩산중 도광동으로 숨어들어야 했던 늙은 농사꾼 어머니의 기억을 소환하는 대목은 이 산문집의 정점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살지 마라. 그냥 열심히 살다 보면 행복한 날도 있다.”

어머니가 남긴 이 투박한 유언 같은 삶의 철학은,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 속에서도 “몸 안에 든 짐승을 잘 다독이며 살고 있다”고 말하는 시인의 담담한 고백과 겹쳐지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늦게 핀다 해서 시든 것은 아니다

『너는 내게 닿아야 할 꽃이다』는 속도와 효율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던져지는 느리고 잔잔한 파문이다. 수타사 부도전의 상처 입은 노거수를 보며 용서와 나이테의 주름을 읽어내는 시인의 눈길은 깊고 가볍지 않다.

함승연 화백의 표지화와 전부다 북디자이너의 손길로 정성스럽게 빚어진 이 책은, 상처 입은 이들에게 “꽃은 꿈이며, 곧 네게 닿을 것”이라는 낮고 간절한 위로를 건넨다.

허림의 산문은 눈송이가 땅에 닿기 전 소원을 빌듯 간절하고 낮게 조려내는 인생의 잠언과도 같다. 삶의 어떤 굽잇길에서 문득 멈춰 서고 싶을 때, 허림의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당신 안에 꼭꼭 숨겨두었던 당신의 그 꽃을 비로소 피워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다.

“늦게 핀다 해서 시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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