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존재의 본질을 깨우는 다정한 성찰, 동심의 영토를 확장하다
■ 사물과의 유기적 교감과 자아 존재론의 확장
김형경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나는 나야〉는 일상적 사물에 대한 미시적 관찰에서 출발하여, 존재의 주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어린이의 내면 세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시적 성취의 결과물이다. 시인은 단순히 아동의 눈높이를 흉내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물과 인간이 대등하게 소통하는 ‘상호주체적 관계’를 동시적 변주로 풀어낸다.
신발이 / 다짜고짜 두 발을 도서관으로 끌었다 / - 너도 배고파 봤지 / 네 생각이 굶었대 / 한 권 골라 ― 〈신발의 바람〉 중에서
시집 전반에 걸쳐 신발(〈신발의 바람〉), 매트리스(〈매트리스〉) 등의 일상 사물들은 수동적인 객체에 머무르지 않는다. 도리어 주체의 성장을 견인하고 사유를 촉발하는 ‘단짝 친구’로 명명된다 이러한 사물과의 정서적 연대는 종국에 이르러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자아 인식, 즉 “나는야 / 이 무대의 주인공이다”(〈나는야〉)라는 주체적 선언으로 귀결되며 존재론적 깊이를 더한다.
■ 언어의 껍질을 벗겨 도달한 생태학적·가족 공동체적 연대
김형경의 시선은 개인의 내면을 넘어 관계의 본질과 생태적 연대 의식으로 유연하게 확장된다. 시인은 관계를 맺는 가장 핵심적인 매개체인 ‘말(言)’의 무게감을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언어로 포착해 낸다.
말소리는 / 껍질 // 속에 / 마음이란 / 씨가 들어 있다 ― 〈말의 생김새〉 중에서
이처럼 말 속에 숨겨진 본질적 씨앗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투명한 영혼은, 가족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아버지를 벽돌을 나르는 “골리앗 크레인”으로 바라보는 기발함(〈골리앗 크레인〉), 그리고 “부모님 얼굴이 / 온 식구 / 행복의 저울인 것을”(〈행복의 저울〉) 깨닫는 영민한 동심은 가족 공동체가 지닌 정서적 유대감을 밀도 있게 전한다. 나아가 대구의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를 배경으로 한 시 〈어머니〉에서는, 아기 두꺼비들의 안위를 밤새 걱정하는 저수지의 모습을 통해 모성적 자애로움을 거대한 생태학적 상상력으로 치환해 내는 평론적 미덕을 보여준다.
■ ‘마음의 여행’을 제안하는 텍스트, 치유와 자존의 동시학
〈나는 나야〉는 시인이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환상적인 “마음의 여행” 안내서이다. 억압적이거나 훈육적인 태도를 철저히 배제한 채, 시인은 언어라는 비누로 마음을 씻어내어 “파아란 하늘로”(〈개울녘〉) 띄워 올리는 치유의 경험을 선사한다.
- 고마워! / - 잘했어! / - 최고야! / 귀로 먹는 / 말 보약이다 ― 〈말 보약〉 중에서
이 시집은 관계의 결핍과 정서적 고립을 겪는 현대의 아이들에게 ‘귀로 먹는 말 보약’이자, 생각이 배고프지 않도록 채워주는 영혼의 서식지다. 김형경 시인이 구축한 이 다정하고도 명징한 언어 세계는 어린이에게는 스스로를 긍정하는 자존의 힘을, 성인 독자에게는 마모되어 가던 유년의 원형적 동심을 복원하는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시인의 말
내일의 주인공에게
내일의 주인공인
어린이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 웃으며 실컷 하고,
마음의 여행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의 시들은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순간들입니다.
여러분의 마음 여행을 돕기 위해 썼어요.
내일의 주인공으로서
이 시들을 읽으며
시 속의 세계를 마음껏 여행해 보세요.
2026년 여름 김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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