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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방향의 설정
블루 마블 | 네 기본 방위의 힘 | 변화의 바람 | 전 방위의 기록

동쪽
해가 떠오르다 | 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다 | 동과 서의 만남 | 오리엔탈리즘의 등장 | 동방에서 바라본 시각

남쪽
남쪽의 안락함 | 아름다운 남쪽 | 새롭게 발견한 남쪽 | 얼지 않는 대륙 | 거꾸로 뒤집힌 세상 | 모든 것이 남쪽으로 가버렸다

북쪽
그려진 북쪽 | 북풍 너머로 | 북쪽을 위로 두다 | 구를 평면으로 만들다 | 황금나침반 | 백색 빛 | 백색 인종 | 북방성 | 북쪽의 죽음

서쪽
영광과 몰락 | 서쪽으로 다가서다 | 동과 서의 만남 | 새로운 에덴의 시간 | 거친 서부 | 서구는 어떻게 승리했는가

푸른 점
인지 지도 | 방향 상실의 시대
저자 소개
저자 : 제리 브로턴 Jerry Brotton
르네상스 시기의 지도 제작과 관련된 문제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지도사 분야를 20년 넘게 연구한 세계적 권위자다. 현재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교에서 르네상스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6년에 영국 최고의 논픽션상인 베일리 기포드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역사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인 헤셀틸트먼상 최종 후보로 세 차례에 올라 연구의 깊이를 인정받았다. 학술적인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BBC 역사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며, 지도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대중에게 쉽고 흥미롭게 들려주는 데 힘쓰고 있다. 저서로 《르네상스》, 《글로벌 르네상스》 등이 있다. 그중에 《욕망하는 지도》는 〈뉴욕타임스〉와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역자 : 박세연
서울대에서 원예학을, 고려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글로벌 IT 기업에서 마케터와 브랜드매니저로 일했다. 《나는 AI와 공부한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등 10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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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동서남북은 진리가 아니라 지위였다”
방위를 매개로 세계를 새롭게 읽어내는 탁월한 교양서

인간이 방향을 인식하고 방위를 만들기까지, 세계의 질서를 세우고 동서남북 방위가 어떠한 지위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전 문명사를 통해 다룬 역사서. 인류는 왜 두 개 혹은 다섯 개가 아닌, 네 개의 방향을 기본 방위로 설정한 것일까? 세계 지도에서 왜 북쪽이 위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이 책은 우리가 절대적이라 믿어온 동서남북이 자연의 질서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온 질서였음을 밝힌다. 우리는 흔히 지리라고 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산맥, 강, 바다 같은 자연환경을 떠올린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리는 모든 문명과 역사의 기원이며, 인류는 자연환경에 따라 문명을 일구었다고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통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질서화했는지에 주목한다.
고대 인간은 길을 찾고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태양과 별자리의 궤적을 관찰했고, 그것을 언어로 명명하면서 비로소 세상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기준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탄생한 방위는 수천 년 동안 항해와 탐험의 근간이 되었을 뿐 아니라 종교와 정치, 권력과 지도 제작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 기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질서가 아니었다. 방위는 시대와 문명, 권력의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해석되고 재구성되어 온 인간의 산물이었다.
영국 퀸메리대학교 교수이자 역사학자인 제리 브로턴은 이 지점에 주목해, 동서남북의 질서가 어떻게 인류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는지를 추적한다. 영국 최고의 논픽션상인 베일리 기포드상을 수상하고, 역사 분야 최고 권위의 헤셀틸트먼상 최종 후보에 거듭 오른 저자의 치밀한 연구는, 인문학적 통찰과 역사적 상상력을 지도 위에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인류 최초의 지도에서부터 스마트폰 GPS까지
4천 년에 걸친 문명과 방향의 여정

이 책에서 네 개의 장은 하루 동안 태양이 그려내는 궤적을 추적하는 순서를 따른다. 동쪽에서 시작해 정오에 태양이 도달하는 하늘의 정점을 보고 남쪽을 확인한다. 그다음으로는 남쪽의 반대 방향인 북쪽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태양이 저무는 서쪽에서 이 책의 여정은 끝이 난다.
많은 초기 문명이 ‘동쪽’을 빛과 따뜻함, 생명의 시작으로 정의했다. 동쪽에 대한 숭배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개념과 연결되면서 점차 더 정교한 사회적, 도덕적 의미를 담게 되었으며 동쪽에 배치된 것들은 특권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남쪽’은 방향이라기보다 사고의 틀에 더 가깝다. 엄격한 지리적 기준이 아니라 제국주의 경제 패권국의 기준으로 규정되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은 지금도 남쪽의 정치적, 경제적 삶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음으로 동쪽의 위상을 빼앗고 위를 차지한 ‘북쪽’은 개인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모순적인 표식이다. 지구상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번영과 현대성을 의미하기도 하고, 혹은 빈곤과 후진성을 뜻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서쪽’은 방향을 가리키는 근원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서구라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전환되었다. 서구 문명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이며, 여전히 전 세계에 걸쳐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이 네 방위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까지 정치적 함의가 짙지만 널리 사용되는 ‘중동’, ‘글로벌 사우스’, ‘오리엔트’, ‘서구’ 같은 용어들이 가진 의미가 정확히 드러난다. 누가 이러한 용어를 정했으며, 이 용어들은 지정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네 방위는 어떻게 문화적 정체성 혹은 고정관념을 얻게 되었을까? 이제 이 책과 함께 제리 브로턴이 안내하는 지적 여정으로 떠나보자.

방향 상실의 시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위에 대하여

더 나아가 이 책은 오직 모바일 지도 앱에만 의존하는 디지털 시대를 조명하며, 앞으로 현대인이 마주하게 될 새로운 형태의 방향 상실과 정체성 위기에 대한 경고를 던진다. “왜 방위는 두 개도, 다섯 개도 아닌 네 개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이 책은 방위가 실은 그동안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프레임이었음을 깨우친다. 그리고 이내 “왜 우리는 아직도 네 방위에 집착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끝맺으며 사고의 틀을 깨트린다. 세상을 완전히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훌륭한 나침반 같은 책이다.

책 속에서

당연하고 절대적으로 보이는 동서남북이라는 네 기본 방위는 사실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주관적인 체계이며, 시대와 지역, 언어 및 문화에 따라 변한다. 세계 지도나 사진에서 북쪽이 꼭 위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남쪽도 얼마든지 위로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오늘날 북쪽이 위를 점령하게 된 것일까? 이 질문이 바로 이 책에서 내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이다. _p.34

중동과 근동 및 극동 지역 모두 역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한 가지 이유는 종교적, 정치적 중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겉으로는 중립적으로 보이는 나침반 방위를 기준으로 이들 지역에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기본 방위 체계에서 기준이 되는 방위는 종교적, 정치적 이유로 특정 방위를 다른 방위들보다 더 우위에 두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_p.75

동쪽은 처음에 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의미하는 용어에서, 이후로 정치적, 지리적으로 그리고 공간과 시간을 가로지르는 먼 여정의 길을 걸었다. 애니미즘과 다신교의 태양 숭배로부터 동방이 창조의 기원이라고 믿는 아브라함에서 유래한 종교에 이르기까지, 동쪽은 문화적 기원과 개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유동적인 표식이 되었다. 그리고 네 기본 방위 중에서 순수한 방향으로서의 의미를 가장 많이 상실했다. 인공조명의 발달과 고층 도시 환경으로 오늘날 도시 거주민들은 대부분 지평선을 보지 못한다. 또한 현대적인 근로 환경 때문에 일출을 보는 일도 아주 드물어졌다. 말 그대로, 오늘날 우리는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 _pp.116~117

남극에 대한 사람들의 상상력은 지구의 텅 빈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설에서, 공상과학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고대 문명이 존재한다거나, 심지어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 아돌프 히틀러가 숨어든 비밀 나치 기지가 있다는 소문으로까지 뻗어 나갔다. 북극이 점차 세상의 ‘꼭대기’로 자리매김하고, 그에 따라 남극이 ‘바닥’의 위치를 확고하게 차지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남극은 일종의 지하 세계와 같은 공간이 되었다. _pp.143~144

지구는 인간의 정신이 두개골 속에 담겨 있듯, 우리의 내면적 심리 세상이 투영된 대상이다. 북극이 내면의 정신으로 들어가는 입구라면, 그 ‘바닥’에는 뚫고 들어갈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또 인간의 모든 노력에 철저히 무관심한 금단의 영역인 남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_p.144

네 기본 방위와 관련된 모든 개념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지리적 언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방위에 관한 용어들의 의미는 지리적 환경과 사용하는 언어에 달렸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수직축을 따라 지평선 너머로 서서히 멀어지는 방향으로 북쪽을 묘사한다. _p.162

북극은 물리적, 지자기적 힘에 의해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한다. 반대편에 있는 남극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지점’이란 북쪽에 존재하지 않는다. _pp.197~198

서쪽에 담긴 놀라울 만큼 유동적이고 변화무쌍하기까지 한 특성은, 현대의 세계 지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서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연속적인 지리적 공간은 없다. 다시 말해, 서쪽 역시 다른 기본 방위와 마찬가지로 보편적으로 인정된 하나의 지역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늘날 서쪽은 어떻게 그처럼 확고한 정치적 정체성을 획득했을까? 서쪽은 과연 우월한 지위를 차지했을까? _p.216

우리의 정체성은 어느 정도 기본 방위에 의해 형성된다. 개인의 위치와 정체성은 다른 지역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가 있다. 방위는 물리적으로 또 은유적으로 우리가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규정한다. 그리고 지리적으로, 형이상학적으로 삶이라는 미로를 내려다보면서 지금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을 성찰하도록 한다. 그런데 오늘날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기본 방위에 대한 인식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_p.262

우리는 더 이상 남북축과 태양의 궤적인 동서축으로 이뤄진 이차원 사각형 지도로 세상을 이해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지금 ‘다극성(multipolarity)’의 세상으로 들어서고 있으며, 여기서 기본 방위들은 다양한 정치적 의미를 진하게 내포하고 있다. 네 기본 방위는 모두 문화와 언어적 규칙의 산물이다. 즉, 길을 찾는 도구로서의 기능보다 그 지정학적 의미가 더 중요해졌다. _p.267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시대에는 다섯 가지 방위가 존재한다. 동과 서, 남, 북 그리고 온라인상 푸른 점인 ‘당신’이다. _p.268

사실 구형의 지구에는 어떤 기준 방위도 필요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거기에 집착하는 걸까? _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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