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역자서문
롤로 메이가 이 책 「존재의 발견(The Discovery of Being)」에서 던진 물음은, 책이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성취와 효율만을 지고의 가치로 삼으며 쉼 없이 달려온 우리에게, 삶의 화려한 외양 뒤에서 스며 나오는 ‘존재론적 불안’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징후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인가가 ‘되기(becoming)’ 위해 분투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의 ‘현존(being)’ 경험을 잃어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불안의 의미를 새롭게 드러냅니다. 불안은 단순히 제거해야 할 병리적 증상이나 심리적 결함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자유를 자각하고 고유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성장의 관문’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비존재(non-being), 곧 상실이나 죽음, 실패와 같은 삶의 한계를 마주할 때 비로소 자신의 실존을 선명하게 의식하게 된다는 그의 통찰은, 외적 조건과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며 공허를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로와 용기를 건넵니다.
특히 본서는 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의 연구자들에게 이론서를 넘어서는 깊이 있는 학문적 이정표를 제시합니다. 저자는 ‘전이(transference)’라는 고전적 개념에만 머무르는 접근을 넘어, 상담자와 내담자가 ‘지금-여기’에서 온전한 인간으로서 서로 마주하며 이루어지는 ‘조우(encounter)’를 제시합니다. 이는 기법 중심의 치료에 머무르기 쉬운 상담자들에게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만나는 진실한 관계가 어떻게 치유의 근원이 되는지를 깊은 성찰과 현장 경험 속에서 풀어냅니다.
심리학과 상담을 업으로 삼아 온 연구자로서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기로 결심한 것은, 이론을 넘어 삶의 근원적 의미를 탐구하고자 하는 동료 선후배들과 이 고귀한 지적 유산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번역의 과정은 고통스러우면서도 경이로운 여정이었습니다. 원문의 사상적 깊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저자가 강조했던 ‘존재하는 자의 생동감’을 한국어의 결 속에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단어 하나하나를 붙들고 수많은 밤을 지새웠습니다. 저희에게 번역은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저자의 사유와 깊이 ‘조우’하며 그 책임의 무게를 감당하는 수행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모쪼록 이 책이 학문적 갈증을 느끼는 연구자들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삶의 무게와 존재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는 소외된 자기 자신과 다시 만나 ‘존재의 용기’를 발견하는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