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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를 죽이고 싶어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돌기민
더러운 것, 징그러운 것, 이상한 것에 속절없이 끌린다. 몸과 수치심에 관심이 많다. 제법 앙칼지게 사는 게 작디작은 소원. 장편소설 『보행 연습』은 미국, 영국, 폴란드, 이탈리아, 튀르키예, 체코, 프랑스에 수출됐으며 다코타 존슨의 영화 제작사 '티타임 픽처스'에 영상화 옵션이 판매됐다. 『보행 연습』의 영어판 『Walking Practice』로 2024년 아더와이즈상Otherwise Award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고니를 죽이고 싶어』는 국내 출간 전 영미권에 판권이 수출됐다. @dolki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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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안톤 허 · 원소윤 작가 추천!
소수와 타자의 경계를 허물어온 돌기민,
마침내 ‘동물’이라는 개념에 균열을 내다!

★★★국내 출간 전 영미권 판권 수출★★★
2024 아더와이즈상 수상 작가 돌기민 신작 장편소설

“내가 독재자라면 블랙리스트 첫 줄에
‘돌기민’을 적을 것이다.”
― 원소윤 스탠드업 코미디언·작가

부정형의 살점 아래 스며든 무심한 시선
‘동물’이라 호명된 존재의 비극적 일대기

깜찍한 식인 외계인을 주인공으로 타자화된 몸을 탐구했던 돌기민이 이번에는 귀엽지만 추하고 유용한데다 필수적인 존재 ‘고니’를 내세워 인간 너머의 존재, 곧 ‘확장된 타자’를 조명한다.
『고니를 죽이고 싶어』는 개도 돼지도 소도 사라진 세계에서 유일한 동물인 고니 ‘687’의 반복되는 삶과 죽음을 따라간다. 푸르스름한 털과 구슬 같은 남색 눈을 지닌 ‘687’은 축사에서 태어나 인간에게 코를 제공하기 위해 길러진다. 인간은 스스로도 고니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고 믿을 만큼 정교하게, 그러나 효용이 다할 때까지 반복해서 코를 벤다. 그러나 그 배려는 폭력을 지우는 언어이자, 폭력을 정당화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687’은 끝내 하나의 생명이 아니라, 효용이 다할 때까지 관리되고 소모되는 자원으로 취급된다. 회복력을 잃은 ‘687’은 버려질 곳으로 향하는 트럭에 실렸다가 동료의 희생 끝에 가까스로 야생으로 탈출한다. 야생 고니들은 낯선 ‘687’을 경계하지만, 그에게 호기심을 품은 ‘구수미’는 번호뿐이던 존재에게 이름을 선물한다. 과연 이름을 얻은 ‘687’의 삶은 달라질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희생 위에서 살아가면서도, 그 희생을 보지 않는 데 익숙해져 있다. 효율과 위생, 분업이라는 이름 아래 현대 문명은 생명의 고통과 죽음을 시야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왔다. 『고니를 죽이고 싶어』는 그동안 파편화되어 인식되지 못했던 폭력과 희생을 고니라는 하나의 존재에 응축함으로써, 타자의 고통을 끝없이 비가시화하는 문명의 메커니즘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다정한 듯 비웃는 듯한 관조적 내레이터의 목소리는 우화적 상상력과 냉철한 현실 인식을 교차시키며, 독자를 끝내 하나의 질문 앞에 세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삶은 과연 누구의 희생 위에 세워져 있는가.

먹고, 타고, 입고, 사랑하고, 연민하는 모든 방식에 깃든 폭력
그리고 시초부터 인류와 함께한 ‘고니’의 대답

첫 삶이 종결된 ‘687’은 고니를 귀엽게 형상화한 인형 ‘다르랑’ 공장에서 다시 태어난다. 이후 인간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욕설로, 고상한 희곡의 주인공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다시 태어나며 때로는 사랑받고, 때로는 조롱받고, 때로는 숭배되고 소비된다. 다시 말해 이 세계에서 고니는 인간의 식탁만 책임지는 존재가 아니다. 살과 내장, 코, 가죽, 털까지 남김없이 소비될 뿐 아니라, 관용구와 속담, 욕설, 민간신앙, 예술과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인간 문명의 구석구석을 떠받치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마치 현실의 인간 문명이 곰과 호랑이, 늑대 같은 동물을 신화와 상상력의 원천으로 삼아온 것처럼, 『고니를 죽이고 싶어』의 세계에서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니를 소비하고 숭배하며 희화화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배운다. 아이들은 고니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라고, 어른들은 고니를 소재로 한 희곡과 소설을 통해 웃고 운다. 관용구와 욕설 속에서도 고니는 끊임없이 호출되며, 인간의 언어와 감수성, 상상력의 일부가 된다. 반려동물인 고니는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존재이지만, 문화가 빚어낸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현실의 고니 사이에는 끝내 메워지지 않는 간극이 존재한다.

이처럼 『고니를 죽이고 싶어』는 가장 낯선 방식으로 가장 익숙한 현실을 응시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평안을 갈망하는 고니가 끝내 도달하고자 하는 곳이 되풀이되지 않는 완전한 죽음이라는 사실은 오래도록 독자의 마음에 남는다.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데 고니의 희생이 불가결한 세계에서, 고니가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자유가 죽음뿐이라면 그것은 과연 누구의 비극인가. 고니가 끝내 바라보는 미래는 어쩌면 인간이 마주해야 할 미래와도 맞닿아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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