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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7

1부 이 그늘진 땅에

민중가요를 부르면서 엄지발가락부터 기를 모아요 13
최도은 구술 / 김솔이, 윤명주 기록

그냥 사는데 노래가 나오기도, 부르게 되기도 하듯 43
김원중 구술 / 노보경, 이영미 기록

‘노래만큼 좋은 세상’ 그 너머의 이야기 73
민정연 구술 / 김미주, 김희연 기록 73

2부 이름 없는 꽃들 다 이름을 얻고

세상의 모서리에서 105
박인 구술 / 김무진, 서혜림 기록

각자의 세상이, 각자의 우주가 서로 만나서 145
한열음 구술 / 변지은 기록

3부 움츠린 어깨들 다 펴겠네

여기를 거쳐 간 학생들이 족히 300명은 넘을 거야 171
정경애 구술 / 박열음 기록

나는 웨노웨이자 강선우입니다 203
웨노웨 흐닌 쏘(강선우) 구술 / 송유림, 윤상연 기록

안산 박씨 하비불 이야기 229
박지환(하비불) 구술 / 류정화 기록

우리 알럼 269
자한길 알럼 구술 / 김은하, 김정희 기록
저자 소개
기획 : 노회찬재단
노회찬재단은 노회찬 의원의 정치 철학을 계승하여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기 위하여 만들어졌습니다. 국고나 정당의 지원 없이 오직 후원 회원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며, 추모 및 기념 사업, 아카이브 구축 및 운영, 정치학교와 시민교육, 6411 투명인간의 목소리 대변과 조사 연구, 나눔과 돌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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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만히 듣는 책

이 책에 실린 아홉 편의 글을 모두 읽고 나면, 아니, 듣고 나면 서로 시작되는 곳은 달랐던 물줄기들이 저마다의 굽이굽이를 거쳐 어디선가 만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 상상 속에서 가수 최도은이 부른 〈불나비〉가 웨노웨 흐닌 쏘의 미얀마 민주화 활동에 힘을 북돋운다. 방글라데시를 떠나 정착한 한국에서 ‘안산 박씨’의 시조가 된 박지환(하비불)이 어쩌면 정년퇴직 이후 시내버스를 몰며 누빌 안산시 도로 끝에, ‘아시안 하이웨이’가 대륙까지 이어지길 바라며 노래하는 가수 김원중의 길이 이어진다. 무대 뒤에서 그 무대를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애쓰는 ‘꽃다지 기획자’ 민정연의 시간들과 세상의 모서리에서 사람들을 위로하는 게이 무속인 박인의 인생이 마주한다.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걸음을 멈추지 않는 퀴어 여행자 한열음과 우리가 우리로 있을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 가는 ‘이주민 문화 행사 기획자’ 자한길 알럼의 꿈이 포개진다. 그리고 정경애가 운영하는 하숙집에 이 모두가 모여 따뜻한 한 끼 식사를 나누며 하루를 마친다. 그 어딘가에 나도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 낸 방식이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우리의 노래’

이 책의 주인공들은 민중가요로 시대를 건너온 사람들(최도은, 김원중, 민정연), 자기 이름과 삶의 방식을 지키며 살아온 성소수자들(박인, 한열음), 고향을 떠나 낯선 땅과 일터에서 삶을 일구어 온 사람들(정경애, 웨노웨 흐닌 쏘, 박지환, 자한길 알럼)이다. 이들의 삶은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하나의 생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시대의 상처와 개인의 고단함, 그리고 끝내 포기하지 않은 마음이 함께 놓여 있다. 백창우 작곡가의 노래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 줌 될 수 있다면〉에서 이 책의 제목과 아홉 편의 이야기를 묶은 각 부의 제목(1부 ‘이 그늘진 땅에’, 2부 ‘이름 없는 꽃들 다 이름을 얻고’, 3부 ‘움츠린 어깨들 다 펴겠네’)을 따왔다. 이 책에서 말하는 ‘노래’는 비단 무대 위의 노래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끝내 살아 낸 방식이자 누군가에게 닿고자 했던 절박함 모두가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우리의 노래’라는 의미를 전하고자 했다.

이제 민중가수는 무엇으로 사는가

2024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이어진 탄핵 촉구 집회에는 촛불 대신 응원봉이 등장했고, 오랫동안 거리를 수놓은 민중가요 대신 〈다시 만난 세계〉와 〈아파트〉 같은 대중가요가 널리 불렸다. 달라진 풍경, 변화된 세상 속에서 민중가요를 부르고 만들어 왔던 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민중가요는 어떤 의미일까? “만발했던 꽃이 지고 모두 열매를 맺는 게 아니에요. 꽃들 중 일부만 열매를 맺어요. 그래도 결국 인류 역사를 놓고 보면 한 발 나아간 거예요. … 꽃은 피고 또 져요. 폈으니까 저렇게 지겠죠.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음 해엔 한 뼘 더 자라 있는 거예요. 그러니 꽃이 진다고 끝난 게 아니죠”(최도은). “나는 〈바위섬〉을 불렀기에 광주 얘기를 더 많이 해야 했고, 〈직녀에게〉를 불렀기에 통일 얘기를 더 많이 해야 했어요. 처음부터 그 노래 속에 담긴 생각을 완벽하게 정리하고 부른 건 아니에요. ‘이건 옳은 것 같다.’ 그냥 그런 마음이 들어서 불렀던 거죠. 그런데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생각이 더 정리되고 깊어져요”(김원중). “민중가요나 노동가요로 호명되지 않더라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소리를 담은 음악은 젊은이들이 할 거예요. 우리 세대가 경험한 방식의 운동이 아니고, 우리 세대가 세상을 보면서 만들었던 노래의 형태가 아닐 뿐, 젊은이들은 자기 시대에 대해 자기 식대로 책임질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민정연).

세상의 모서리에서 당당하게 살기

퀴어 직장인 한열음은 ‘바이’(바이섹슈얼, 양성애자)이다. “왜 여자를 만났다가 남자를 만나고 배신을 해?”라는 바이 혐오적인 말을 들을 만큼 성소수자 사이에서조차 차별당하는 그는, 오히려 그래서 모든 이가 자신을 숨기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을, 차별금지법이 있는 사회를, 동성 부부도 사규에 규정된 결혼 휴가를 누리는 회사를 꿈꾼다. 박인은 게이이자 무속인이다. 그 이중의 정체성은 그로 하여금 때때로 ‘세상의 모서리’에 있다고 여기게 하지만, 덕분에 그는 더 많은 이에게 공감하며 위로의 말을 건넬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상한’ 것은 이들의 존재를 포용하지 않는 우리 사회라는 것, 그리고 ‘모서리’가 없으면 선과 선은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주하는 삶이 정주하는 삶에게

1990년대 중·후반 한국으로 와 30년 넘는 세월을 함께한 이주 배경 주민 1세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방글라데시를 떠나 ‘하필’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한국에서 일하기 시작한 박지환(하비불)은 어느새 2027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100세 시대’는 한국의 선주민뿐만 아니라 그에게도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그는 거리 구석구석 손바닥 보듯 잘 아는 삶의 터전 안산시에서 시내버스를 몰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두 번째 인생을 꿈꾸고 있다. 자한길 알럼은 고향 방글라데시에서 10대 시절 연극, 독서 토론에 심취했고 마크 트웨인의 책을 즐겨 읽었다. 정치학과 교수를 꿈꾸던 대학원생은 가정 형편이 기울자 1997년 한국에 와 가구 공장에서 일했다.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과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체념하며 꿈을 잃어 가던 그는 한국인 문화 활동가들과 어울리며 새롭게 만난 꿈을 지금껏 일구어 왔다. 이 두 사람보다 늦게, 2009년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입국해 국문학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에 진학한 웨노웨 흐닌 쏘(강선우)의 삶은 2021년 고국인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자 크게 달라졌다. 엄마이자 지식 노동자였고, 이제는 민주화 운동 활동가이기도 한 그의 고민을 들여다보며 이주 배경 주민의 다양한 시간을 만날 수 있다. ‘이주의 삶’이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면, 시간을 과거로 돌려 고향을 떠나 서울행 기차를 타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 보면 어떨까? 젊어서 남편과 사별하고 세 아이와 함께 전라남도 순천에서 서울 노량진으로 올라와, 1987년부터 하숙집을 운영하며 30년을 하루같이 열네 명의 삼시 세끼를 차린 정경애의 인생은 우리도 이주민임을, 그리고 이주민인 우리에게 찾아온 이주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그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 준다.

타인의 삶을 듣는 이유

『우리의 노래가』는 노회찬재단 구술생애사팀이 2025년에 펴낸 『우리들의 드라마』에 이은 두 번째 구술생애사 책이다. 『우리들의 드라마』가 가까이 있으면서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삶들을 다시 마주하는 기록이었다면, 이 책 『우리의 노래가』는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왔지만 충분히 듣지 못한 동시대인의 목소리들을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오래 울려 보내길 바라며 기획되었다. 구술생애사는 한 사람의 삶 앞에 오래 머물며, 그가 살아 낸 시간의 무게를 함께 더듬으면서 비로소 만들어진다. 가난과 차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썼던 시간, 부당함 앞에서 끝내 물러서지 않았던 마음, 몇 번이고 주저앉고 싶었지만 다시 살아가기로 한 다짐을 듣는 일이다. 그렇게 조심스럽고 끈질긴 시간이 쌓일 때, 권력자와 승자의 기록 뒤에 가려져 있던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얼굴도 비로소 보인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이 책을 노회찬 8주기에 헌정하며 출간한 이유이기도 하다. 화려한 무대의 중심이 아니라 그 무대를 지키는 사람들, 큰 목소리가 아니라 잘 들리지 않아서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목소리들. 이 책에 담긴 아홉 편의 각양각색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하나의 울림으로 번져 간다. 살았다는 것, 버텼다는 것, 사랑했다는 것, 잃고도 다시 걸었다는 것, 자기 몫의 고통을 넘어 누군가의 곁에 서려 했다는 것. 그 울림이 읽는 이의 마음 어딘가에 오래 남기를 바란다.


추천사

세상의 모서리에서 온몸으로 버텨 낸 아홉 편의 삶이 그 어떤 블록버스터보다 극적이고 눈물겹게 가슴을 파고듭니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듣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햇볕이 되어 주는 이 기적 같은 노래들이, 보다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울려 퍼지길 꿈꾸며 응원합니다.
- 장항준 (각본가, 감독, 배우)

노회찬재단 구술생애사팀의 작업들은 이제 믿고 읽는다. 단단하고 다채로우면서도 따듯하다. 주인공에만 치중하지 않고 기록자의 후기까지 꼼꼼하게 담아, 무릎과 무릎이 부딪치고 가슴과 가슴이 녹아드는 과정을 되짚게 한다. 주인공과 기록자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정도다.
노래꾼들, 성소수자들, 하숙집 주인, 이 땅에 사는 아시아인들의 생애가 차례차례 담겼다. 고통을 거칠게 파고들 때는 땀범벅에 숨이 막히다가, 해결할 조짐이 보일 때는 저절로 목부터 트인다. 얼쑤. 드디어 함께 발 구르며 노래할 순간이다.
- 김탁환 (소설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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