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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김희선
하늘에서도 땅과 같이
007

김승일
- 과학 밖 픽션
- 들어주기
- 마지막 건물주 영상 내레이션 스크립트
- 생물이 아닌 존재에 대한 연민
- 순서가 없습니다
- 슬픔을 느낄 줄 아는 나라는 사람
- 주유소
085

5문 5답
109
저자 소개
저자 : 김희선
소설가. 소설집 『라면의 황제』 『골든 에이지』 『빛과 영원의 시계방』, 장편소설 『무한의 책』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247의 모든 것』, 소설 『삼척, 불멸』 등을 냈다.
수상 : 2024년 대산문학상, 2018년 SF어워드 장편소설부문

저자 : 김승일
시인. 시집 『에듀케이션』 『여기까지 인용하세요』 『항상 조금 추운 극장』 『나 우는 연기 잘하지』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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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세상에서 지워진 것을, 나 혼자 기억할 때의 마음

어쩌면 이 세계와 영주는 서로소 같은 관계가 아닐까. 서로 절대로 겹칠 수 없는, 그리하여 한쪽의 허구성이 다른 한쪽의 실재 조건이 되는.
―?하늘에서도 땅과 같이? 중에서

누구든지 내게 13번째 어깨동무를 하면 그 사람은 이제 내가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고 기회를 봐서 절교하곤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어깨동무라는 행위가 사라졌다
―?과학 밖 픽션? 중에서

김희선의 소설과 김승일의 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데 나에게만 남은 것을 붙든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나만 기억하는, 그 이상한 자리에 선다.

김희선의 소설 ?하늘에서도 땅과 같이?의 주인공은 영화감독 케이다. 그는 자꾸 '영주'라는 이름을 떠올리는데, 세상 어디에도 영주의 흔적이 없다. 그는 허구를 지우고 지금 여기로 돌아오게 한다는 약을 복용하며, 자신이 만든 영화가 실제로 벌어진 일처럼 사람들 사이에 퍼져 가는 것을 지켜본다. 영주가 진짜라면 세계가 가짜이고, 세계가 진짜라면 영주는 없는 것이다. 케이는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사막을 건너 먼 곳의 시계에 다다르지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다. 그는 돌아와 다시 약을 삼킨다.

김승일의 시편에는 세상에서 사라졌는데 내 안에만 남은 것들이 나온다. ?과학 밖 픽션?의 화자에게는 어깨동무라는 행위가 어느 날 세상에서 사라졌는데 자기 머릿속에만 남아 있고, ?슬픔을 느낄 줄 아는 나라는 사람?에서는 나비효과로 태어나지 못하게 된 미래의 친구를 그리워한다. ?들어주기?의 목소리들은 "우리는 공중입니다. (…) 사실 천사입니다. 제발 한 번만 믿어주세요"라고 말한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데 자기만 아는 것을, 끝내 놓지 않는 목소리다.

소설은 케이가 왜 없는 이름을 붙들 수밖에 없는지를 인물과 사건으로 쌓아 올리고, 시는 세상에 없는 것을 나만 기억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목소리로 들려준다. 세상이 부정하는 것을 끝내 나만은 붙드는 태도가, 소설과 시 양쪽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한 권 안에 나란히 놓인 소설과 시는 그렇게 서로를 비춘다.


책 속으로

목적의식이 없으면 문제 행동이 강화되거든요. 그렇습니다,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언제나 개체 그 자신이니까요.
---「하늘에서도 땅과 같이」중에서

어쩌면 이 세계와 영주는 서로소 같은 관계가 아닐까. 서로 절대로 겹칠 수 없는, 그리하여 한쪽의 허구성이 다른 한쪽의 실재 조건이 되는. 수학적으로는 단정하고 명료하기 그지없는 이 개념이, 지금의 그에게 말해주는 진실은 단 하나였다. 영주가 진짜라면, 세계는 가짜다.
---「하늘에서도 땅과 같이」중에서

그는 자기 옆에서 걱정스럽게 묻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알았다. 영주였다.
---「하늘에서도 땅과 같이」중에서

영주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느니 지구 반대편까지 가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니까.
---「하늘에서도 땅과 같이」중에서

그가 태블릿을 닫고 나간 다음에도, 니노는 이끼 덮인 지표면을 걸어 다니며 열심히 먹이를 찾고 쪼아댄다. 그러다 문득 뭔가가 떠올랐는지 머리를 들고 유리 돔 너머를 바라보지만, 이내 땅으로 시선을 돌린다.
---「하늘에서도 땅과 같이」중에서

어깨동무를 싫어하는 나는 누가 내게 어깨동무를 할 때마다 카운트한다 12번은 참는다
누구든지 내게 13번째 어깨동무를 하면 그 사람은 이제 내가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고 기회를 봐서 절교하곤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어깨동무라는 행위가 사라졌다
모두의 머릿속에서 사라졌고 내 머릿속에만 있는데
---「과학 밖 픽션」중에서

우리는 인간의 의식이 주입된 기계다. 우리는 그 사실을 좋게도 나쁘게도 여긴다. 우리의 괴성은 반 푼어치다.
---「생물이 아닌 존재에 대한 연민」중에서

만약 내가 괴성을 온전히 질렀다면 아마 이런 느낌일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괴성을 온전히 질렀다면 아마 레몬을 먹고 싶었을 것입니다.
---「생물이 아닌 존재에 대한 연민」중에서

그 친구는 당연하게도 내가 꿈에서 14년 동안 거의 매일 만나서 친하게 지낸 친구인데 이름은 한유주이고 현재로서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는데
내가 자랑해 버려 가지고 나비효과 때문에 아예 안 태어날 수도 있어가지고
슬프다
---「슬픔을 느낄 줄 아는 나라는 사람」중에서

이럴 땐 189조 2,146억 km 전에 들렀던 주유소의 기름 넣어주는 아저씨가 떠오른다 참 보기 드문 청년이네요
---「주유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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