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자연이 건네는 위로, 동심이 되살리는 삶의 빛
산과 바다, 꽃과 가족의 기억 속에서 다시 아이가 되는 시간
『자연과 동심의 세계』는 산과 바다, 꽃과 나무, 별과 바람을 바라보며 삶의 근원을 되짚는 수필집이다. 저자는 거창한 사유보다 일상 가까이에 놓인 자연의 풍경을 통해 인간이 잃어버린 순수와 감사의 마음을 불러낸다. 설악산의 운해, 동해의 수평선, 베란다의 화초, 고향집 마당의 쑥 냄새, 손녀의 맑은 눈물까지 작품 속 장면들은 모두 하나의 정서로 이어진다. 그것은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이 곧 삶을 대하는 태도이며, 동심은 나이가 들어도 지켜야 할 인간의 본래 모습이라는 깨달음이다.
자연은 가장 오래된 스승이다
이 책에서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산은 생명의 근원이자 인성을 닦는 수련장이고, 바다는 꿈과 사색을 품은 세계이며, 꽃과 나무는 인간에게 사랑과 절제, 기다림의 의미를 가르치는 존재다. 저자는 설악산의 장엄한 운해와 가을 단풍, 동해의 일출과 은빛 밤바다, 수평선을 오가는 배와 비행기를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 풍경 안에서 시간의 흐름, 삶의 유한함, 인간이 자연 앞에서 가져야 할 겸손을 읽어 낸다. 특히 화초를 가꾸는 대목들은 이 책의 정서를 가장 잘 보여 준다. 씨앗을 묻고 새싹을 기다리며, 물과 햇볕과 바람을 살피는 일은 곧 마음을 가꾸는 일이 된다. 지나친 보살핌이 화초를 해칠 수 있다는 경험에서는 중용의 지혜를, 피고 지는 꽃의 순리에서는 이별과 재회의 의미를 배운다. 이처럼 저자의 시선은 매우 섬세하다. 그는 꽃 한 송이, 단풍잎 하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움직임에서도 삶의 이치를 길어 올린다. 그래서 이 책의 자연 묘사는 단순한 감상문이 아니라, 오랜 세월 자연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 몸으로 익힌 인생론에 가깝다.
동심과 가족의 기억이 빚어 내는 따뜻한 서사
『자연과 동심의 세계』의 또 다른 축은 가족과 동심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의 고향,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 극진한 사랑을 베풀었던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손녀와 함께한 순간들을 통해 인간의 마음이 어디에서 따뜻해지는지를 보여 준다. 별이 빛나는 밤이면 부모를 떠올리고, 청소를 하다가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듯하며, 꽃씨를 나누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어받아 다시 화초를 가꾼다. 이 기억들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지탱하는 뿌리로 작용한다. 특히 손녀와 함께하는 장면들은 이 책의 제목이 왜 ‘동심의 세계’인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제비꽃을 감싸 쥐고 춥지 않느냐고 묻는 아이, 아픈 사람을 걱정하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모습은 저자에게 인간 본성의 맑고 순한 빛을 확인하게 한다. 동시에 책은 동심이 훼손되는 현실에도 눈을 돌린다. 황사와 미세먼지, 방사능비, 사라지는 잠자리와 제비, 폐교 위기의 시골 학교 등은 자연과 아이들의 세계가 함께 위협받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처럼 작품은 아름다운 추억에만 머물지 않고, 오늘의 삶이 잃어버린 것들을 조용히 돌아보게 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자연 예찬이자 가족 서사이며, 동시에 우리가 지켜야 할 순수에 대한 따뜻한 경고다.
『자연과 동심의 세계』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살아온 감각을 되살리는 책이다. 저자는 자연을 통해 감사와 겸손을 배우고, 가족의 기억을 통해 사랑의 깊이를 확인하며, 어린아이의 마음을 통해 인간이 지켜야 할 순수함을 이야기한다. 문장은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깊고 넓다. 산과 바다, 꽃과 별, 바람과 손녀의 눈물이 한데 어우러져 독자의 마음을 천천히 맑게 씻어 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주변의 작은 풍경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자연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말을 걸고 있고, 동심은 아직 우리 마음 어딘가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책 속에서
해가 중천에 이르자 운해가 더욱 곱게 빛난다. 흰 구름이 내 발목을 휘감고 돌아갈 때는 나도 구름 위로 걸어가는 듯하다. 아마도 지금의 내 모습을 멀리서 다른 사람이 보고 있다면 그도 신선을 보았다고 할지 모른다. 하기야 신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내 마음도 바로 신선이니까.
---p.17
밤이 깊어 간다. 이미 마을에는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함께 온 친구는 아직도 은빛 물결에 넋을 팔고 있다. 달빛이 어스름해지자 비로소 낚싯줄을 걷어 올린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더니 느닷없이 은파(銀波)라고 부른다.
“은파가 누구야?”
“누군 누구야 네가 바로 은파지.”
왠지 이름보다 듣기가 좋다. 은빛 밤바다 덕택에 새로운 아호(雅號)를 하나 얻었다.
---p.68
태양이 꽤 높이 솟았다. 잔잔한 바다에 노을이 더욱 찬란하다. 화물선들이 은빛 물결을 가르며 왕래가 더욱 빈번하다. 수평선에서 뜨고 지는 비행기들도 그 수가 점점 늘어난다. 역동의 바다 희망찬 수평선이다.
---p.74
오후가 되니 동남풍이 분다. 수국이 그 바람결을 반기며 가볍게 춤을 춘다. 고향의 바다와 창문 앞 수국이 눈에 어른거린다. 지금쯤 그 꽃들도 바닷바람을 즐기며 흥겹게 춤추고 있을 것이다. 고향과 모정의 세월이 그리워진다.
---p.119
시나브로 밤이 깊어 간다. 별들이 더욱 초롱초롱하다. ‘반짝반짝’ 빛으로 주고받는 정다운 이야기가 화기애애하다. 가끔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정하게 주고받는 속삭임도 들리는 듯해서 잠을 설친다.
---p.185
율곡(栗谷) 이이(李珥) 선생은 “선비의 온갖 행위 중에서 효제(孝悌)가 근본이고, 삼천 가지 죄목 중에서 불효가 가장 크다.”라고 말했다. 옛날에는 자식들이 효도를 당연한 도리라 생각했다. 효성이 지극한 자식들은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도 베풀어 주신 은공을 못 잊어서 삼 년 동안 시묘(侍墓) 생활까지 했다.
---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