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수학적 아이디어의 보고
수학을 직관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다룬 진정한 걸작!
▶ 내용 소개
현대 기하 교수법의 기초를 닦은 『기하학과 상상력』
이 책은 힐베르트가 은퇴하기 전 대학에서 3년간 강의한 내용을 그의 제자인 슈테판 콘-포센이 정리하여 펴낸 것이다. 원제목은 『Anschauliche Geometrie』로 우리말로 직역한다면 ‘직관 기하학’정도일 것이나 영역판의 제목인 『Geometry and the Imagination』을 차용했다.
힐베르트가 직관주의에 반하여 형식주의를 주창한 수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직관과 상상력을 중시하는 그의 태도를 보면 마냥 형식주의자로 단정 지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힐베르트는 이 책을 통해 눈으로 보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하의 많은 분야들을 접하고 기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좀 더 쉽게 기하학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랐다.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다양한 이미지가 추가되었으며 다소 복잡하거나 상상하기 힘든 입체도 투영도를 그려 제시함으로써 각종 공리와 기하학적인 가정을 머릿속으로 상상해야 하는 어려움을 덜어 주었다. 현대 기하학에서 도형이나 실제 물체를 투영하는 그림이 빠지지 않는 것은 이와 같은 힐베르트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 수학계는 괴팅겐을 중심으로 힐베르트 시대에 정점을 찍고 나치즘이 팽배함과 동시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기하학과 상상력』의 서지정보에도 이 안타까운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힐베르트의 제자로 공저자로서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슈테판 콘-포센의 경우다. 콘-포센은 유태인으로 당시 독일은 나치즘으로 인해 유태인에게 어떠한 권한도 남기지 않았으므로 출간할 당시에는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지 못하였다가 영역판이 번역되면서 그의 사후에야 공저자로 인정을 받았다.
20세기 수학사에 한 획을 그은 수학자 힐베르트
20세기 전반의 수학은 독일 수학계의 업적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수학계는 확립되지 않은 공리들을 정리하는 작업과 위상수학, 집합론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힐베르트는 이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며 수학 철학의 한 사조를 확립했다.
힐베르트가 전성기에 남긴 업적은 함수론과 물리분야에서다. 힐베르트는 적분방정식론을 연구하면서 무한차원 공간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오늘날 힐베르트 공간이라는 이름은 물리학자나 수학자 모두 피해갈 수 없는 용어가 됐을 정도다. 특히 이 공간에서의 스펙트럴 분해 이론에 업적을 남기는데, 바로 이 이론이 1925년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의 양자역학의 기반을 이루게 된다. 한편 수리물리학의 중요한 방법론인 변분법도 힐베르트가 대단히 심혈을 기울인 주제로, 이 책의 4장을 중심으로 그런 모습이 자주 엿보인다. 쿠란트(Courant)가 저서 ‘수리물리학의 방법론’을 쓰며 힐베르트의 강의와 논문에서 인용한 것이 많고, 수학 연구와 교육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힐베르트를 공저자로 내세웠을 정도였으니 그 중요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 수학계는 괴팅겐을 중심으로 힐베르트 시대에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힐베르트 자신은 말년에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사랑하던 수학계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훌륭한 연구자, 저술가이자 강연자였던 이 위대한 수학자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었던 동료 연구자는 많지 않았다.
힐베르트가 골똘히 고민한 문제들은 무엇이었을까
『기하학과 상상력』은 힐베르트가 어떤 문제에 흥미를 느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힐베르트도 ‘각 나라의 경계를 겹치지 않고 칠하는 데 몇 개의 색이 필요할까?’를 묻는 사색문제를 관심 있게 다루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또한 이 책은 기하학의 직관적인 표현에 관한 것뿐 아니라 대수학과 운동학 등 전반의 분야에서 기하학적인 직관이 어떻게 유용한 아이디어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아주 간단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면 단위격자를 생각한 뒤 필요할 경우 약간의 수론을 덧붙여 힘들이지 않고 라이프니츠 급수 를 유도해 내거나 삼차원 및 고차원에서의 격자에 대한 절에서는 유명한 케플러 문제를 포함한 공 쌓기 문제를 다루는 식이다.
금세기에 힐베르트와 콘-포센의 책이 미치는 영향은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장 놀라운 장은 ‘사영 배치’에 대한 장으로, 힐베르트와 콘-포센은 간단한 도입절을 통해 어째서 기하학자들이 사영 기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와 간단한 설정만으로 복잡한 구조를 설명하는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을 간결하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운동학에 대한 장은 연동장치와 연결되어 있어 어떤 면에서는 제한돼 있는 점 및 막대의 배치에 대한 기하학에 대한 멋진 논증을 담았다. 기하학에서 이 주제는 현대에, 특히 로봇 공학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한 상황에 풍부한 기하학을 담는 또 다른 예이기도 하다.
『기하학과 상상력』은 출간된 지 반세기가 넘은 지금도 사람들에게 두루 읽히는 몇 안 되는 고전이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새로운 이 책에는 수학을 잘 설명해 주는 명쾌하고 우아하기까지 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수학 초보자와 전공자 모두가 이 아이디어의 보고에서 헤엄치며 기쁨을 만끽하길 바란다.
우리 독서계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수학사의 고전들
원저에 담긴 풍부한 영감을 그대로!
힐베르트와 콘-포센의 『기하학과 상상력』은 오일러의 『대수학 원론』에 이어 발간된 살림Math클래식 시리즈의 제2권이다. 수학의 역사야말로 문화와 사상의 역사를 이해하는 기초이자 토대가 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지식계에서는 수학사의 고전을 번역하는 일이 거의 전무했다. 그런 의미에서 살림Math클래식 시리즈는 우리의 출판 문화의 빈 곳을 채우는, 소중한 기획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힐베르트의 『기하학의 기초』를 비롯해 대중들도 접근할 수 있는 수학사의 명저들을 소개하는 이 기획에 독자 여러분들의 따듯한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