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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 수박과 소낙비와 참외, 그리고 가장 뜨거운 시절 7

8월 1일 산문 - 록 페스티벌 가자! 13
8월 2일 산문 - 과일 향 파우더 향 열일곱 살 마음 17
8월 3일 산문 - 어떤 모습으로든 사랑받을 거라는 걸 23
8월 4일 산문 - 하균 오빠 팬이에요 31
8월 5일 산문 - 무서운 이야기 39
8월 6일 산문 - 나의 영원한 헤드라이너 49
8월 7일 산문 - 빙수가 녹을 때까지 쳐다보았어 55
8월 8일 시 - 따라 부르는 노래 63
8월 9일 산문 - 삶의 음표 71
8월 10일 시 - 준June 77
8월 11일 산문 - 다리를 뻗고 자는 사람 83
8월 12일 산문 - 하느님의 입맞춤 89
8월 13일 산문 -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95
8월 14일 산문 - 극락라테 한잔 주세요 101
8월 15일 시 - 옥루몽 113
8월 16일 산문 - 쓸 수 없는 돈 117
8월 17일 산문 - 식은 몸들이 환하게 불 피울 때 121
8월 18일 시 - 소서 127
8월 19일 산문 - 여름이 오면 131
8월 20일 산문 - 수술 두 시간 전 137
8월 21일 산문 - 어쩌면 로맨스 141
8월 22일 산문 - 빛과 향이 고와서 147
8월 23일 산문 - 카키 151
8월 24일 짧은 소설 - 신의 딸을 사랑해도 될까요? 157
8월 25일 산문 - 잡지 만들기 대작전 171
8월 26일 산문 - 나의 모험 일지 179
8월 27일 시 - 보호자 침대 201
8월 28일 산문 - 2월 26일 205
8월 29일 산문 - 새 안경 생각 221
8월 30일 편지 - 보나에게 231
8월 31일 시 - 해빈수첩 239
저자 소개
저자 : 김보나
202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나의 모험 만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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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는 이제 록 페스티벌에 와서 방방 뛰어다닌다
내가 밟은 그림자가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건 노래뿐이야
너랑 노래 부르는 순간은 다 좋았어

시인의 여름은, 또다른 세계를 여는 계절이다. 그의 8월은 무엇보다도, 록 페스티벌의 시간. 땡볕을 견디며, 잠시 부는 바람에 의지해 무대를 기다리다가 쿵! 하는 드럼 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시간. 누군가 불어 보낸 반짝이는 비눗방울에 홀려, 쿵쿵대는 음악에 자기 자신을 내던지는 기분(작가의 말). 돗자리와 의자가 있어도 우린 아마 쭉 서 있을 거야. 무대의 시작부터, 무대가 끝날 때까지. 내가 사랑하는 밴드가 펜타포트 헤드라이너로 선다는 소문이 있다. 엄청 일찍 가야 무대 앞을 차지할 수 있다. 가장 가까이에서 당신들을 보고 듣기 위하여. 한 모금 혀에 닿기만 해도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얼음물 여러 병, 넥 쿨러…… 뭔가 사고, 넣고, 빼는 사이 록 페스티벌이 다가온다(1일 산문). 가슴을 뛰게 하는 사람들. 심장이 빠르게 뛰면 좋은가? 달릴 때도 그렇지 않나? 그럼 록은 건강에 좋은 것. 기타와 드럼이 심장을 주물렀다. 하루종일 서 있던 사람들이랑 같이 뛰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는 쏟아지는 빛과 음악을 받으며 생각했다. 한 밴드를 오래 좋아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떤 노래는 십대에 들었고 어떤 노래는 이십대에 들었다. 한 곡 한 곡 들을 때마다 머릿속에 장면들이 스쳐지났다. 시인은 땀범벅이 된 채 생각했다. 이 밴드가 너무 좋다고, 앞으로도 평생을 맡기고 싶다고(「나의 영원한 헤드라이너」).

이상했다. 더운 여름, 오래된 선풍기 하나뿐인 방에서 기타를 연주하면서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다섯 번 중에 한 번쯤, 어려운 F 코드를 정확하게 칠 때나 “너 열심히 하더라” 같은 말을 들을 때면 가슴이 부풀었다. 아린 손목을 주무르며 생각했다. ‘이 여름이 지나면 나는 조금 달라져 있을 것 같아. 잘은 모르지만 아마 근사한 쪽일 것 같아.’ 시인은 때로 권태롭고 일에 대충 임하고 싶어지면, 기타를 연주하는 척 자세를 잡는다. 그렇게 상상 속에서 연주할 때면, 맹렬하게 우는 매미 소리에 섞인 기타 선율이, 뒤뜰의 녹음 아래 모인 학생과 선생님이 따라 부르던 노래가 한줄기 바람에 실려 들려오는 것 같다. 그해 여름이 지나고서 알았다. 힘써 노력하는 아픔과 기쁨은 내 삶의 음표가 되어, 어른이 되어도 흔들리는 나를 지탱해준다는 걸(「삶의 음표」). “심장에선 ‘파’ 음이 난다. 누군가 당신 심장을 두드리면 심장이 파파파 운다. 누군가 당신 심장에 들어오면 심장이 파파파 노래한다.”(17일 산문)

엄마가 찍어준 사진 속에 나는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볼 때
나는 다시 몸에 있다

“그때의 내 눈은 무딘 거울이 되어 주변을 무감하게 비추고 있다. 멍하게 있다가 간호사와 보호자에게 아픔을 설명할 때만 나는 잠시 있다. 마약성 진통제에 거부 반응을 일으켜 오한과 구토감이 솟구칠 때 나는 몸에 있다. 진통제가 캐시미어처럼 부드럽게 찾아들 때 나는 없다. 메시지에 답하려 어렵게 문장을 쓸 때, 염려하는 사람의 마음에 응하려 할 때 나는 있다. 삶이 내게서 자꾸 무엇인가를 앗아간다. 장장 다섯 시간의 수술과 마취로부터의 깨어남 속에 나는 있다. 기억은 없다. 그럼 나는 정말 있던 걸까? ……삶을 포기해선 안 돼. 시를 포기하면 안 돼.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볼 때 나는 다시 몸에 있다.”(28일 산문) 모르는 새 몸에 세든 것들을 견디며 ‘있다’는 감각을 통과한 시인은 제 몸이 공간이라면, 상상한다. 내 몸이 신전이라면 사람들이 바친 기도와 주문과 눈물이 매일 조용히 쌓이는 곳. 어머니는 초를 밝히고 혹은 출퇴근을 하면서 시인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기도가 필요한 사람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무릎이 꺾이는 순간이면 그 말이 떠올랐다. 절망과 분노와 슬픔을 느낄 때 그의 몸은 얼음 호수가 된다. 이따금 흐르는 강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가끔 울고 간다. 떨구어진 눈물은 안개가 되어 시야가 뿌예진다(「식은 몸들이 환하게 불 피울 때」). 그럴 때 내가 한 것은 고작 마루에서 몇 발자국 떼어 싱크대 앞에 선 엄마에게 다가간 것. 시인은 양손을 뻗었다. 울음으로 흔들리는 몸을 안았다. 어쩌면 우리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는 때는 꼭 두 번일지도 모르겠다. 다툴 때 그리고 사랑할 때(26일 산문).

시인의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은 오토바이 사고로 생긴 흉터를 ‘하느님의 입맞춤’이라고 말해주었다. 선생님의 말대로, ‘흉터’라는 이름을 다르게 부르기 시작하자 많은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상처 입은 사람에서 사랑받는 사람, 불행을 겪은 사람에서 선택받은 사람이 되는 것. 단어를 바꾸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기적이 찾아들었다. “보나군. 글쓰기를 좋아하니? 저번에 쓴 독후감이 재밌어서, 선생님도 그 책을 찾아 읽었단다.” 시인은 그렇게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 할 이유를 찾게 되었다. 그의 글을 인상 깊게 읽은 독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백일장에서 입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기를 위로하기 위해서만도 아니다. 자신과 비슷한 글을 기다리고 있는 어떤 사람을 만나기 위해 어떤 글은 쓰여진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하느님의 입맞춤」). 그간 심해에 가라앉게 둔 기억들이 숨을 쉬려고 자꾸 수면 밖으로 나와 뻐끔댔다. 시인은 그 이야기들이 깊은 바다에서 고래처럼 솟구치길 바랐다. 번뜩이는 어두운 생물들을 보며 ‘아팠겠구나’ 대신 ‘이 사람도 그랬구나’라고 생각할 사람들을 상상했다. 어떤 노래가 들리든 낯선 사람들과 함께 뛰고 싶었다. 록 페스티벌에서만 가능한 마법처럼. 왜 시작했는지도 어떻게 끝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여전히 글을 쓴다. 삶이 그렇듯 글쓰기 역시 그 주인이 예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끝날 때가 많다는 것을 믿으면서(「보나에게」).

그때 너한테 인사하길 잘했어
나는 너를 만나서 나의 손이
사람을 만나면 인사하는 손이란 걸 알았어
어린 고양이의 털을 어루만지는 손이고
뜨거운 눈물을 훔치는 손이야
차가워진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 손이야
나는 알아
내게서 여름을 지우면
발 뻗고 잠들 해변조차 사라진다는 거

이제 그때 조금 남았던 부서진 영혼을 놓아줄래
꼭 쥐었던 주먹을 펴면
복숭아 한 알
살갗이 다 익을 만큼 달콤한 여름
_8월 10일 「준June」 부분


· ‘시의적절’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시詩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 음식 대신 제철 책 한 권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 매일 한 편, 매달 한 권, 1년 365가지의 이야기.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2026년에도 계속됩니다. 전국 작은 책방에서 독자들과 만나며, 하루 한 편의 글을 읽고 시를 심어온 시간이 켜켜이 쌓여 ‘시의적절’은 어느덧 세 살을 맞았습니다.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보다 탄탄한 양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인들에게 여름은 어떤 뜨거움이고 겨울은 어떤 기꺼움일까요. 시인은 1월 1일을 어찌 다루고 시의 12월 31일은 어떻게 다를까요. 하루도 빠짐없이, 맞춤하여 틀림없이, 매일매일을 시로 써가는 시인들의 일상을 엿봅니다.

시인들에게 저마다 꼭이고 딱인 ‘달’을 하나씩 맡아 자유로이 시 안팎을 놀아달라 부탁했습니다. 하루에 한 편의 글, 그러해서 달마다 서른 편이거나 서른한 편의 글이 쓰였습니다. 무엇보다 새로 쓴 시를 책의 기둥 삼았습니다. 더불어 시가 된 생각, 시로 만난 하루, 시를 향한 연서와 시와의 악전고투로 곁을 둘렀습니다. 요컨대 시집이면서 산문집이기도 합니다. 아무려나 분명한 것 하나, 시인에게 시 없는 하루는 없더라는 거지요.

올해 시의적절의 표지는 화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매일같이 뼈대를 곧추세우고 마음을 쓰듯 몸을 쓰는 화가인 그의 그림은 아주 솔직하고도 담백한 어떤 일기처럼 느껴집니다. 매일을 사뿐히 걸어가는 시의적절과 결을 같이한다고 말할 수 있겠죠. 화가 노석미의 그림은 ‘사귐’을 자아냅니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가까이 지내는 일. 자연과 사람을, 사람과 그림을, 마침내 글과 그림을 사귀게 할 그가 열두 달 시의적절을 장식합니다.

한 편 한 편 당연 길지 않은 분량이니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가벼이 읽으면 딱이겠다 합니다. 열두 달 따라 읽으면 매일의 시가 책장 가득하겠습니다. 한 해가 시로 빼곡하겠습니다. 일력을 뜯듯 다이어리를 넘기듯 하루씩 읽어 흐르다보면 우리의 시계가 우리의 사계(四季)가 되어 있을 테지요. 그러니 언제 읽어도 좋은 책, 따라 읽으면 더 좋을 책!

제철 음식만 있나, 제철 책도 있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기획입니다. 그 이름들 보노라면 달과 시인의 궁합 참으로 적절하다, 때(時)와 시(詩)의 만남 참말로 적절하다, 고개 끄덕이시리라 믿습니다. 1월 1일의 일기가, 5월 5일의 시가, 12월 25일의 메모가 아침이면 문 두드리고 밤이면 머리맡 지킬 예정입니다. 그리 보면 이 글들 다 한 통의 편지 아니려나 합니다. 매일매일 시가 보낸 편지 한 통, 내용은 분명 사랑일 테지요.

[ 2026 시의적절 라인업 ]
1월 한여진 / 2월 김상혁 / 3월 권민경 / 4월 김언 / 5월 남지은 / 6월 홍지호
7월 박상수 / 8월 김보나 / 9월 김이강 / 10월 신용목 / 11월 최지은 / 12월 최현우

* 사정상 필자가 바뀔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2026년 시의적절의 표지는 글과 그림을 다루는 작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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