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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투수 살인 사건
그림자 없는 범인
암호
옮긴이의 글
저자 소개
저자 : 사카구치 안고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로 다자이 오사무와 더불어 ‘무뢰파(無賴派)’의 대표 작가이다. 본명은 헤이고. 1906년 10월 20일 니가타현 니가타시에서 아버지 니이치로와 어머니 아사 사이의 5남으로 태어났다. 사카구치가의 선조는 지금의 후쿠오카현 가라쓰의 도공이었다가 후에 니가타로 이동해 온 지방 부호다. 아버지 니이치로는 당시 중의원 의원이자 니가타 신문사 사장이었고 한시 시인으로도 알려진 정치가로서 언제나 다망했으며 장남을 제외한 자식들에게는 무관심하고 냉담했다. 사카구치가의 재산은 체면과 의리를 중시했던 니이치로의 대에서 탕진되게 된다. 니이치로의 전처와 첩의 아이까지 합한 열세 명의 형제 중 열두 번째 아이로 태어난 안고는, 어린 시절 이미 방랑벽이 있었으며, 골목대장 행세를 하며 싸움질을 하고 돌아다녀 어머니의 미움을 사는 한편, 주로 무사들의 군담을 숙독했고, 남몰래 닌자의 인술을 연구하기도 했다. 1919년 니가타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이 무렵부터 집과 학교를 싫어해서 수업을 빠지고 홀로 방황하는 날들을 보내다 낙제하게 되고, 다니자키 준이치로와 발자크 등의 소설을 탐독하며 지내다가 결국 1922년에 퇴학당했다. 그해 가을 상경해 부잔 중학교에 입학했고 에드거 앨런 포와 이시카와 다쿠보쿠 등을 인생의 낙오자로서 사랑하며 그들의 작품을 숙독했다.
막연하게 엄격한 구도자의 삶을 동경하여 1926년, 도요 대학 인도철학윤리과에 입학한다. 입학 후 불교서와 철학서를 섭렵하는 데 몸을 혹사하며 공부에 매진한 탓에 생긴 신경쇠약 증세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티베트어, 라틴어, 프랑스어 등 어학을 맹렬히 공부한다. 1930년, 대학을 졸업한 후 동인지 [말]과 [청마]를 창간했다. 1931년에 발표한 단편소설『바람 박사』와 『구로타니 마을』이 소설가 마키노 신이치의 극찬을 받음으로써 신진 작가로 급부상한다. 1932년 여류 작가 야다 쓰세코를 알고 사랑에 빠지지만 1936년 절교한 후 신생을 기하며 교토를 방랑하면서 그녀와의 사랑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눈보라 이야기』를 썼다. 1946년, 전후의 시대적 본질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파악한 「타락론」과「백치」에 의해 일약 시대의 총아, 오피니언 리더로 떠오르며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에세이 「타락론」에서는 전쟁에 졌기 때문에 인간이 타락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인간에게는 타락의 본성이 있고 혼란은 필연적이며, 타락을 통해 다시 일어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타락론」을 소설화한 것이 「백치」다.
1947년 가지 미치요와 결혼하고, 전후의 시대상을 반영한 소설과 에세이, 탐정소설, 역사 연구, 문명 비평 르포르타주 등 다채로운 집필 활동을 전개하여 전후의 난세에 문화와 역사 및 사회의 흐름에 대한 대중의 지적 갈증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와 동시에 세무 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 경륜 부정 사건 고발, 각성제와 수면제 중독에 의한 정신착란 발작 등 실생활 면에서도 언제나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1955년 2월 17일 지방 취재 여행에서 돌아온 후 자택에서 뇌일혈로 급사했다. 향년 50세였다. 전후 일본 사회의 혼란과 퇴폐를 반영한 작풍을 확립하고 시대의 새로운 윤리를 제시함으로써 일본인에게 충격과 감동을 안겨준 사카구치 안고는 다자이 오사무와 오다 사쿠노스케 등과 함께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무뢰파 작가로 평가된다.

역자 : 정혜원
동국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일 번역을 공부했다. 현재 출판 번역 에이전시 유엔제이에서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면서 독립 출판물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실험 쥐 구름과 별》을 쓰고 그렸으며 《망각 탐정 시리즈》, 《정체》, 《보이는 노트 비즈니스 명저 100》, 《하루 한 권, 화학 열역학》, 《만화로 배운다! 디즈니 청소의 신이 가르쳐 준 것》, 《하루 한 권, 유전공학》, 《하루 한 권, 곤충》, 《동물 윤리의 최전선》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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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추리는 사건을 쫓고
안고는 인간을 쫓는다

표제작 〈투수 살인 사건〉은 프로야구 특급 투수의 이적을 둘러싼 소문에서 시작된다. 거액의 계약과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힌 가운데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기차 시간과 이동 동선, 계약서의 필체와 증언 등이 중요한 단서로 떠오른다. 독자는 흩어진 정보를 맞춰 보고 알리바이의 빈틈을 찾으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야구와 연예계라는 대중적인 소재에 정교한 미스터리 구조를 결합한 이 작품은 단서를 수집하고 논리적으로 해답을 찾아가는 추리의 즐거움을 충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안고가 끝까지 바라보는 것은 범인의 정체만이 아니다. 같은 사실도 누가, 어떤 의구심을 품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주며, 일견 믿음직해 보이는 단서와 판단까지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림자 없는 살인〉은 한 부호의 수상한 죽음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범인과 범행 방법에 관해 가능성이 제시되지만 사건은 하나의 명쾌한 결론으로 쉽게 수렴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이 범인을 밝혀 혼란을 질서로 되돌려 놓는다면, 이 작품은 진실을 완전히 확정할 수 없을 때 생겨나는 불안과 의심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암호〉는 전쟁을 겪은 남자가 자신의 책에서 발견된 수상한 흔적을 누군가가 남긴 암호라고 의심하며 시작된다. 그것은 정말 비밀을 담은 메시지일까, 아니면 불안에 사로잡힌 사람이 별것 아닌 흔적에 의미심장한 역할을 부여한 것일까. 암호를 해독하려는 시도가 계속될수록 작품의 중심은 미해결의 수수께끼에서 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으로 옮겨 간다. 진실을 찾으려는 욕망이 때로는 원하던 진상을 마주하게 하지만, 때로는 존재하지 않는 의미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음을 치밀하게 묘사했다.

범인을 의심하기 전에
자신의 추리를 의심하라

다자이 오사무, 오다 사쿠노스케와 함께 무뢰파를 대표하는 작가 사카구치 안고는 기존 사회의 도덕과 질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추리소설에서도 이어진다. 안고는 정통 추리소설의 형식을 능숙하게 활용하면서도, 모든 사건이 반드시 하나의 정답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모든 가치가 흔들리던 시대에 안고가 주목한 것은 인간의 내면, 그중에서도 욕망과 불안이었다. 그는 무너진 질서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집요하게 포착했고, 추리라는 장르 형식 안 답 에 시대의 혼란과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담아냈다.

정보가 넘쳐나지만 무엇을 믿어야 할지는 더욱 불분명해진 오늘날, 안고의 작품이 여전히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편적인 정보로 타인의 의도를 추측하고, 몇 가지 의심스러운 단서만으로 진실을 판단하며, 자신의 해석에 맞는 증거를 찾아가는 모습은 소설 속 인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단서는 사건을 가리키지만
의심은 인간을 향한다

『투수 살인 사건』은 세 편의 작품을 통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투수 살인 사건〉에서는 흩어진 단서와 알리바이를 맞춰 가는 지적 쾌감을, 〈그림자 없는 살인〉에서는 해결로써 해소되지 않는 미스터리의 긴장감을, 〈암호〉에서는 작은 의심이 헤어나지 못하는 집착으로 변해가는 심리적 불안을 만날 수 있다.

세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단순히 “누가 범인인가”라는 질문만이 아니다. 우리는 왜 어떤 것을 선택해 단서라고 믿는가. 의심은 무엇을 거쳐 확신이 되는가. 진실을 찾으려는 추론은 언제부터 자신이 만든 이야기가 되는가.

사카구치 안고는 독자가 진실에 가까워졌다고 믿는 순간, 그 믿음 자체를 다시 의심하게 만든다. 『투수 살인 사건』은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를 넘어, 우리가 무엇을 근거로 진실을 믿게 되는지를 끝까지 추적하는 작품이다. 책을 덮고 나면 사건의 결말만큼이나, 끝내 답을 내릴 수 없는 인간이라는 미스터리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 시리즈 소개

니케북스 문학 큐레이션

니케북스 문학 큐레이션은 ‘단숨에 읽는 손안의 고전’을 지향합니다. 고전을 통해 오늘을 이해하고, 오늘의 감각으로 고전을 새롭게 만나는 경험이 되길 희망합니다.

이 기획은 큐레이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로 다른 주제 아래 작품을 선별한 하위 시리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고전의 깊이는 놓치지 않되,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는 만듦새까지 고려했습니다. 니케북스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니케북스의 ‘비명과 침묵’ 시리즈

공포와 미스터리, 가장 먼저 읽어야 할 고전들

니케북스 문학선 ‘비명과 침묵’은 미스터리와 공포 문학의 원형을 이루는 고전들을 새롭게 소개한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설명할 수 없는 사건과 감춰진 진실, 그리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공포에 매혹되어 왔다. 이 시리즈는 범죄와 추리, 기이한 환상과 심리적 불안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연을 탐색한 작품들에 주목한다. 오늘날의 추리소설과 스릴러, 호러 장르를 가능하게 한 상상력의 기원을 여기에서 만날 수 있다.

비명은 공포와 경악 앞에서 터져 나오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목소리이고, 침묵은 범죄와 죽음이 남긴 가장 완전한 흔적이다. ‘비명과 침묵’은 공포와 미스터리라는 두 장르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두려움의 순간과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사이에서 탄생한 고전들을 소개한다.

이 시리즈에 실린 작품들은 단순히 범인을 찾거나 공포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욕망과 광기, 죄와 양심, 이성과 미신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시대와 언어를 넘어 살아남은 이 고전들은 오늘의 독자에게 여전히 낯설고도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각 언어권 전문 번역가들의 원문에 충실한 번역과 작품의 역사적 맥락 및 장르적 의의를 짚어 주는 해설은 고전과 현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 준다. 한여름 밤의 서늘한 전율부터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불안과 공포까지, ‘비명과 침묵’은 미스터리와 공포 문학의 가장 오래된 목소리를 현재로 불러오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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