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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빈민 여성들의 어머니 ‘마더 레이코’

1부 성라자로마을의 인연

1장 두 갈래 길 앞에서
조금 느리게 흐르는 시간 /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 / 자기만의 방식 / 어머니의 죽음과 셰익스피어 / 첫 봉사와 두려움

2장 한국행 비행기
“이제 너는 내 딸이 아니다!” / 한센인들을 위한 봉사의 땅, 성라자로마을 / 외국인 노래 경연대회에서 부른 ‘바닷가의 추억’

3장 성라자로마을을 떠나다
‘내가 정말 있어야 할 곳일까?’ / 평생의 인연, 종욱과의 만남 / 첫 데이트에 신고 온 푸른 고무장화 / 환영받지 못한 결혼

4장 국경 사이의 가족
오후 다섯 시의 애국가 / “내 뱃속이 검은지 확인해봐” / 네 사람의 저녁식사 / 함께 살 수 없는 가족 / 밥그릇 세 개, 접시 세 개, 수저 세 벌

2부 인생유전: 하와이에서 리마까지

5장 하와이: 새로운 기회
가난의 시간 /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6장 아메리칸사모아: 가족이라는 행복
남태평양의 작은 섬 / 엄마의 달팽이 사냥 / 피지로 가는 길

7장 피지: WHO에서 일하게 되다
비로소 갖게 된 여유 / 남편이라는 울타리 / 새로운 자리

8장 마닐라: 각자의 삶
“겁먹을 필요 없어. 그냥 가.” / 몸과 마음의 병 / 다시 떨어져 살다

9장 제네바: 따로 또 같이
작은 들꽃 / 리마로 떠나다

3부 카라바이요의 기적

10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괜찮아
SES와 만나다 /여성들의 연대, 무헤레스 우니다스 / 여자라서 더 가혹한 현실 / 실행과 시행착오 / 첫 번째 수익 70만 원

11장 죽음이 남긴 질문
각자의 새로운 시작 / 한결같은 종욱의 응원 / 돌아가야 할 곳

12장 “이 변화는 계속돼야 합니다”
‘여보, 도와주세요!’ / 드디어 공방을 짓다

13장 선의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공방 너머의 문제들 / 더 나은 삶을 살 권리 / 기계로는 만들 수 없는 것

14장 끝까지 남은 사람
닫힌 문들의 세계 /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에필로그: 선물 같은 인생
저자 소개
저자 : 엄상현
저널리스트, 평전 작가. 동아일보와 채널A 등에서 32년간 신문·방송·잡지와 출판 현장을 오가며 기자, PD, 시사 프로그램 에디터, 단행본·잡지 편집자 등으로 일했다. 기자 시절에는 정치·사회 분야의 주요 이슈를 추적하는 탐사보도에 주력했고, PD 시절에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등을 제작했다.
2021년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에 대한 평전을 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온갖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따뜻한 미소와 위트,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은 그의 삶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가 남긴 “옳은 일을, 적절한 곳에서, 올바른 방법으로”라는 말을 삶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지구촌 곳곳에서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 《이종욱 평전: 영원한 WHO 사무총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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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 사람의 선의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고 이종욱 WHO 사무총장의 부인, 가부라기 레이코
한국의 한센인 마을에서 페루의 빈민가 카라바이요까지
그녀가 평생 믿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일의 가치’였다

《마더 레이코 이야기: 한센인 마을에서 카라바이요까지》는 국경과 언어, 문화의 경계를 넘어 가장 낮은 곳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가부라키 레이코의 삶을 기록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지낸 고(故) 이종욱 박사의 아내로 유명하지만, 그녀 스스로 자립을 택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자립을 도운 이야기가 천천히 펼쳐진다. 레이코는 젊은 시절 아무런 연고도 없던 한국의 한센인 공동체 성라자로마을로 건너와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당시 의대생이던 이종욱을 만나 평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오래도록 남을 위한 삶을 살기 원했던 레이코는 마침내 페루 리마 북쪽의 빈민 지역 카라바이요로 향한다. 그녀는 그곳에서 가난한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과 교육을 통한 아이들의 희망 찾기를 꿈꾸며 공동체를 만들었다. 한센인 마을과 카라바이요는 서로 멀리 떨어진 장소였지만, 레이코에게는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같은 대답이었다.

자립이란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서는 것이다. 페루 리마 빈민가 카라바이요의 여성들 곁에 한 일본인 여성이 찾아와 함께했다. 그녀는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은 조잡한 물건을 팔던 공방에 결합해 뜨개질과 바느질, 재봉 일을 가르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자립의 가능성을 키웠다. 공방을 통해 여성들이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하자 삶의 모양새가 달라졌다. 그 변화는 거창하지 않다. 먼저 물을 구해 자주 씻고 옷을 갈아입으면서 찌든 삶의 냄새가 사라져갔다. 새 옷과 새 신발을 신는 아이들이 늘었고, 좀더 제대로 된 밥을 먹으면서 가족의 영양 상태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어느 순간부터 여성들은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자신을 다시 의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자녀들이 이 가난한 동네를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 했다.

레이코의 실천은 언제나 구체적이었고, 개인을 구하는 것이 결국 사회를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동정심이 아니라 가치관의 문제였다. 누군가 사회구조를 이야기하고 개인들을 돕는 것의 한계를 지적할 때, 레이코는 이렇게 답했다. “제가 하는 활동이 비실용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인의 발전이 모이면 사회가 발전합니다. 많은 가난한 개인이 사회를 이루고 있고, 그들 각자에게는 더 나은 삶을 살 권리가 있습니다.”

《마더 레이코 이야기》는 세상을 뒤흔든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이 오늘보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랐던 한 여성의 실천이 어떻게 수많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박한 기적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적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타인을 돕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타인의 곁에서 끝까지 함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녀는 왜 낯선 나라의 한센인 마을로 향했을까

《마더 레이코 이야기》는 전쟁 직후 일본에서 태어난 한 소녀의 삶에서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약했고, 가난한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레이코는 대학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삶의 방향을 깊이 고민한다. 셰익스피어를 공부하던 문학도였던 레이코는 한때 수녀가 되기를 꿈꾸기도 했고, 결국 안정된 길 대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아 나선다.

그 선택이 그녀를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한국의 한센인 공동체, 성라자로마을로 이끌었다. 당시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은 극심했다. 많은 이들이 외면하던 곳으로 레이코는 스스로 걸어 들어갔지만, 이 책은 그 선택을 숭고한 희생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레이코는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며 봉사에 나섰지만 그러면서도 두려워했고, 흔들렸고, 자신이 정말 이곳에 있어도 되는 사람인지 끊임없이 물었다.

그 성라자로마을에서 레이코는 의대생 이종욱을 만난다. 평생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는 인연의 시작이었다. 서로 다른 나라와 문화에서 자란 두 사람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 안에서 가까워진다.

사랑은 국경을 넘고, 삶은 세계를 향한다

성라자로마을에서 시작된 인연은 결혼으로 이어지고, 레이코의 삶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확장된다. 하와이, 아메리칸사모아, 피지, 마닐라, 제네바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은 국제보건 현장을 따라 이동하며 낯선 삶을 꾸려간다.

그러나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국제기구나 해외근무 같은 화려한 무대가 아니다. 이 시간 동안 레이코는 낯선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 때로는 가족이 떨어져 지내야 했던 고단한 시간을 견뎠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이종욱이 점점 더 큰 책임을 맡아가는 동안, 레이코는 가족을 지키고 스스로의 삶을 버티며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돌보았다.

이종욱과 레이코 두 사람은 영웅과 조력자의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지탱한 동반자였다. 이종욱이 세계 보건의 현장에서 길을 넓혀가는 동안, 레이코 역시 남편의 그림자에 머물지 않고 자기 삶의 질문을 계속 품는다. 훗날 카라바이요로 향하게 되는 선택은 갑작스러운 결심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 가장 오래된 희망

이종욱 사무총장 서거 이후, 레이코는 다시 인생의 갈림길 앞에 선다. 한국이나 일본으로 돌아가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도 있었지만, 레이코가 향한 곳은 스스로 여성 공방 일을 시작했던 페루 리마 북쪽의 빈민 지역 카라바이요였다.

카라바이요는 가난과 질병, 폭력과 차별이 일상처럼 존재하는 곳이었다. 특히 여성들은 경제적 자립의 기회를 얻기 어려웠고, 스스로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조차 갖기 힘든 상태였다. 레이코는 거창한 사업을 앞세우지 않았다. 여성들과 함께 앉아 뜨개질을 하고, 제품을 만들고, 판매할 길을 찾으며 아주 작은 변화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세워진 공방은 단순한 작업장이 아니었다. 여성들이 자신의 손으로 수입을 얻고, 아이들의 학비를 마련하고, 삶의 존엄을 회복하는 공간이었다. ‘무헤레스 우니다스’, 곧 ‘여성 연대’라는 이름처럼 공방은 서로를 지지하고 함께 버티는 공동체로 자라났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시행착오와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고, 남편의 죽음 이후 감당해야 했던 상실도 컸다. 그럼에도 레이코는 포기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삶이 오늘보다 조금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그녀는 카라바이요에 남아 공방을 지켜냈다.

누군가의 곁에 머무는 일

세월은 레이코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이가 들며 건강이 약해졌고, 오랫동안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이별도 이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공방의 판로를 끊어놓았고, 20년 넘게 이어온 활동은 존폐의 위기 앞에 섰다.

그럼에도 레이코는 마지막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방을 살릴 길을 찾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했다. 그녀가 남긴 것은 뜨개질 공방이나 몇몇 지원 사업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삶 곁에 머무는 일이 어떻게 한 공동체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마더 레이코 이야기》는 레이코를 성녀나 영웅으로 포장하거나 박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려워하고 흔들리면서도 끝내 자신이 믿는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한 인간의 삶을 따라간다. 한국의 한센인 마을에서 시작된 작은 인연은 남태평양과 유럽을 지나 페루 카라바이요에 닿았고, 그곳에서 다시 수많은 사람의 삶과 연결되었다.

레이코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다만 눈앞의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오래 머물렀다. 그 조용한 선택들이 모여 한 사람의 소박한 기적이 되었다.


추천사

이태석 신부님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 이후 언젠가 다음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꼭 다루고 싶었던 분이 바로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이었다. 그 후 엄상현 기자의 책을 읽으며 또 한 분이 마음을 움직였다. 이종욱 박사의 부인 레이코 여사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한센인을 돌보고, 남편과 사별한 뒤에는 페루 빈민촌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그 삶이 궁금했다. 《마더 레이코 이야기》는 한 인간이 어떤 신념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실천했는지를 담담하게 기록한다.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레이코 여사의 삶을 통해 깊은 울림으로 전해준다.
- 구수환 (사단법인 이태석재단 이사장·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십여 년 전, 페루에서 이종욱 박사의 부인 레이코 여사를 처음 만났다. 그동안 타인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많이 보았지만 레이코 여사 같은 분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앞세우지 않는, 완전히 타인을 위한 삶을 사는 분이었다. 전 세계의 존경을 받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좌절할 순간이 많았을 텐데도, 그녀는 페루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쏟아 붓고 있었다. 성경에는 자기 목숨을 얻고자 하는 이는 잃고, 잃는 이는 얻는다는 말이 있다. 레이코 여사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린다. 책으로 레이코 여사를 다시 만난 것에 감사를 전한다.
- 인요한 (전 국회의원·보건의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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