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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는 미술관 : 성화에서 풍속화까지, 명화로 읽는 일상과 권력의 500년사
북피움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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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인간, 마침내 신에게서 고개를 돌리다 - 15세기 그림 이야기
1422-1432년경 : 천사가 방문한 시민의 거실 - 로베르 캉팽, 「메로드 제단화」
1434년 : 초상화, 공적인 문서와 사적인 고백 사이 -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1450년경 : 흰 피부의 성모, 인간과 신성 사이 - 장 푸케, 「세라핌과 케루빔에 둘러싸인 마돈나」
1490년경 : “나의 딸기코 할아버지, 사랑해요” -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노인과 손자」
1495-1505년 : 상상의 동물, 중세의 진실이 되다 - 브뤼셀 공방, 「유니콘」 태피스트리 연작

2장.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유럽이 뒤집히다 - 16세기 그림 이야기
1500년 : 세상에서 가장 건방진 초상화가 나타났다 - 알브레히트 뒤러, 「자화상」
1545년경 :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왕가의 초상 - 작자 미상, 「헨리 8세의 가족」
1551년 : 푸줏간 진열대를 그린 ‘먹방’ 그림, 정물화의 탄생 - 피터르 아르첸, 「이집트로의 피신이 그려진 푸줏간의 진열대」
1567년 : 신나게 먹고 마시고 취한 잔칫날, 신랑은 어디에 있나 - 대 피터르 브뤼헐, 「농민의 결혼식」

3장. 바로크와 절대왕정, 번영과 상실의 공존 - 17세기 그림 이야기
1623-1624년경 : 웃음 짓는 초상화, 흔들리는 질서 - 프란스 할스, 「류트를 연주하는 광대」
1656년 : 합스부르크 가문의 영광 그리고 역변의 아이콘 - 디에고 벨라스케스, 「어린 마르가리타 공주」
1657-1658년 : 굳은 빵을 적시는 우유, 네덜란드의 어떤 하루 -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우유 따르는 여인」
1660년 : 아들과 연인, 골동품에 미친 화가를 지키다 - 렘브란트 판 레인, 「수도사 복장을 한 티투스의 초상」
1660년경 : 흰 빵과 검은 빵의 사회학 - 가브리엘 메취, 「뿔 나팔을 부는 제빵사」

4장. 궁정과 살롱, 로코코와 낭만주의를 낳다 - 18세기 그림 이야기
1730년경 : 관광 엽서와 카메라의 원조 - 카날레토, 「베네치아 대운하 입구」
1762년 : 명마의 초상, 인간 중심주의에 도전장을 던지다 - 조지 스터브스, 「휘슬재킷」
1770년경 : 소녀의 위험한 오후, 읽는 몸의 탄생 - 장-오노레 프라고나르, 「책 읽는 소녀」
1776년 : 독신남, 영원한 아버지가 되다 - 조슈아 레이놀즈, 「어린 사무엘」
1778년 : 18세기 병원에서는 환자를 어떻게 맞이했을까 - 얀 밥티스트 비어블록, 「성 요한 병원의 병동 모습」
1787년 : 괴테, 그랜드 투어를 떠나다 - 요한 티슈바인, 「로마 캄파냐에 있는 괴테」

5장. 혁명과 산업화, 시민이 주역이 되다 - 19세기 그림 이야기
1800년 : 19세기 파티걸의 초상화가 미완성인 이유 - 자크-루이 다비드, 「레카미에 부인의 초상」
1839년 : 깊은 숲속 우산 아래, 별 일 없이 삽니다 - 카를 슈피츠베크, 「가난한 시인」
1848-1850년 : 임신한 매춘부는 왜 다리에서 몸을 던졌을까 - 조지 프레드릭 와츠, 「익사한 여성 발견」
1863년 : 빅토리아인들이 가장 사랑한 아이, 그러나 미운털 박힌 엄마 - 존 에버렛 밀레이, 「나의 첫 번째 설교」
1875년 : 어쩌다 부부가 된 모네 이야기 - 클로드 모네, 「양산을 든 여인-산책」
1879년 : 산업사회의 산물, 월급과 일요일 - 에두아르 마네, 「카페 콩세르 코너」

6장. 예술, 시대의 불안과 가능성을 증언하다 - 20세기 그림 이야기
1905년 : 창문 너머, 세계대전의 검은 그림자 - 앙리 마티스, 「열린 창, 콜리우르」
1909년 : 햇빛이 가족이 되는 순간 - 호아킨 소로야, 「바닷가 산책」
1913년 : 미국판 ‘달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 조지 벨로스, 「절벽 거주자들」
1916년 : 부잣집 사모님, 바지를 입고 비스듬히 눕다 - 로버트 헨라이,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의 초상」
1939년 : 철의 신전, ‘신세계’ 미국의 꿈 - 조셉 스텔라, 「브루클린 다리: 오래된 주제의 변주곡」

참고문헌
참조 미술관 사이트
저자 소개
저자 : 이미경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를 졸업하고 숙명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후 연구원과 숙명여자대학교 초빙대우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별회고전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2024)의 전시자문을 맡았다. 충남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 심사위원(2021), ‘고종희 교수 아카이브전’(2019) 기획을 비롯해 KBS ‘이슈 pick 쌤과 함께’(2024) 출연 등 미술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안과의사협회에 「이미경의 아트 톡」, 서울신문에 「으른들의 미술사」, 「경이로운 미술」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미술관에서 만난 범죄 이야기』, 『미술사, 한 걸음 더』(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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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500년 그림의 연대기, 일상의 연대기

때로 그림 앞에서 우리는 지레 겁을 먹는다. 작품을 ‘감상’하려 하면 미술 용어, 사조의 이름, 기법의 원리 따위가 그림과 우리 사이에 두꺼운 유리벽을 세운다. 『시간이 흐르는 미술관』은 그 차갑고 투명한 유리벽을 허물어버리는 책이다. 15세기 르네상스부터 20세기 초까지, 서양미술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31편의 명화를 100년 단위로 잘라서 시대순으로 읽어나가면서 그림이 탄생한 시대적 맥락, 화가의 삶, 모델의 사연, 후원자의 욕망까지 파고들며 명화 이면에 숨어 있는 인간의 숨결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시간이 흐르는 미술관』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500년 전, 300년 전, 100년 전의 것이지만 사랑과 욕망, 권력과 배신이라는 주제는 21세기 우리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림 속 빵 한 조각에도 계급이 나뉘어 있었고, 왕은 왕실 가족 초상화에 멀쩡히 살아 있는 왕비를 제치고 이미 죽은 왕비를 그려넣으라고 명했으며, 꼬마 공주의 초상화는 그림으로 그려진 ‘외교문서’였다.

사라진 시대가 깨어나고 묻혀 있던 일상이 피어난다

15세기가 사랑한 성화에서 20세기 초의 풍속화와 풍경화에 이르기까지, 그림이 추구하는 가치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다양한 변신을 거듭해왔다.
신화와 성서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던 15세기의 화가들은 「메로드 제단화」에서 예수 잉태를 마리아에게 알리러 온 천사를 서민의 평범한 거실로 불러들였고, 상상의 동물인 유니콘을 진실이라 믿으며 거대하고 화려한 ‘중세판 식물도감’ 「유니콘」 태피스트리를 정성껏 제작했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으로 대표되는 16세기에 뒤러는 예수도 아니면서 감히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는’ 발칙한 「자화상」을 선보이며 예술가의 정체성을 세상에 선언했으며, 오랫동안 최고의 지위를 지켜왔던 성화는 쇠퇴하여 「이집트로의 피신이 그려진 푸줏간의 진열대」에서는 고기와 소시지 같은 먹거리를 그린 정물화 속에 ‘숨은그림찾기’ 수준으로 위축되었다.
바로크와 절대왕정의 시대인 17세기에는 ‘예비 며느리는 건강합니다’라는 소식을 알리는 일종의 외교문서였던 「어린 마르가리타 공주」 같은 궁정 초상화가 그려진 한편, 「우유 따르는 여인」처럼 빵을 굽고 우유를 따르는 소박한 일상을 그린 풍속화가 캔버스로 한껏 스며들었다.
궁정과 살롱, 로코코와 낭만주의로 대변되는 18세기에는 인간의 배경으로만 존재하던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동물화의 걸작 「휘슬재킷」이 등장하고 「책 읽는 소녀」와 같은 ‘위험한’ 여성들의 존재가 화폭에 추가된다.
19세기에는 혁명과 산업화에 따른 사회의 커다란 변혁과 그 속에서 소외된 비참한 이들에게 눈길을 주는 「익사한 여성 발견」과 같은 사실주의 그림들이 등장한다. 「가난한 시인」처럼 어지러운 날들에 지친 시민들에게 ‘소확행’을 선사하는 그림이 사랑받는가 하면, 「카페 콩세르 코너」 같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에서는 산업사회와 월급의 등장이 빚어내는 도심의 새로운 풍경들이 묘사된다.
20세기 그림에서는 두 번의 세계대전과 미국이라는 ‘신세계’를 빠뜨릴 수 없다. 「열린 창, 콜리우르」와 「콜리우르의 프랑스 창」은 전쟁의 공포가 마티스의 화려하고 대담한 색채를 얼마나 극적으로 무채색으로 바꿔버렸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절벽 거주자들」은 미국으로 몰려든 이민자들의 남루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달동네’ 삶을 가감 없이 묘사하고 「브루클린 다리: 오래된 주제의 변주곡」은 중세 성당의 첨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미국의 영광을 캔버스에 구현한다.

페르메이르의 우유, 소로야의 해변… 그림으로 다시 만난 세계

『시간이 흐르는 미술관』은 미술사를 이야기하지만 어려운 양식과 사조를 나열하는 대신, 각 시대에 그려진 작품을 둘러싼 뜨거운 인간의 숨결, 그림이 그려진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맥락, 때로는 스캔들과 정치적 반전까지 파헤치고 들어간다.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 100년을 단위로 잡아 그림의 변화를 천천히 따라가면서 그림의 주제, 화풍, 화가의 관심사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에 동참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시간이 흐르는 미술관』의 또 하나의 미덕은 ‘기록되지 않은 이들’을 기억하는 시선이다. 저자는 신화 속 영웅이나 왕족이 아닌, 평범한 노동자와 일상 속의 익명들을 화면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페르메이르의 하녀, 소로야의 해변을 거니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의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의 욕망과 고뇌, 그리고 삶을 향한 치열한 의지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루브르에서, 메트로폴리탄에서, 런던 국립 갤러리에서 그림 앞에 서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살았던 사람을 ‘만나는’ 경험, 그것이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큰 선물이다. 미술을 사랑하는 애호가뿐만 아니라, 역사를 통해 오늘을 성찰하고자 하는 모든 인문학 독자들에게 『시간이 흐르는 미술관』은 캔버스라는 창을 통해 들어가는 가장 깊고 즐거운 시간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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