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추상화 같은 피트 아우돌프의 예술적인 도면
피트 아우돌프는 2014년 영국 서머싯주에 있는 하우저 앤드 워스(Hauser & Wirth) 갤러리에초대 받아 그의 도면을 전시했다. 현대 미술을 위한 공간이 그의 도면으로 채워졌다. 식재 도면이 그림이 아니라 정원디자이너의 생각을 시각화하고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피트 아우돌프는 지금도 여전히 손으로 도면을 직접 그리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이렇게 그린 도면을 모두에게 공개한다. 식재 도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그의 도면을 보고 있으면 개성 있는 추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피트 아우돌프의 예술적인 도면을 종합적으로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원·조경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트 아우돌프가 어떤 식물을 어떻게 배치했는지 알 수 있는 이 도면은 큰 공부가 되는 소중한 자료다.
‘정원사들의 정원사’ 피트 아우돌프의 주요 정원과 작품 세계
이 책은 피트 아우돌프의 주요 작품을 망라하여 다루고 있다. 피트 아우돌프를 국제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 준 뉴욕의 폐철도를 활용한 도시 공원 프로젝트 ‘하이 라인’을 비롯해,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옥상에 조성한 ‘루리 가든’, 그의 예술적인 감각이 십분 발휘된 걸작 ‘하우저 앤드 워스 서머싯 아우돌프 필드’, 세계적인 건축가의 건물들로 유명한 독일 바일 암 라인의 비트라 캠퍼스에 조성한 ‘비트라 캠퍼스 아우돌프 가든’ 등 그가 완성한 작품들이 정원 설명, 아름다운 사진, 상세 도면과 함께 소개된다. 세계적인 아트북 출판사 영국 파이돈에서 제작한 책의 코에디션 한국판으로 선보이는 이 책은 원서와 동일한 제작 사양이라 소장 가치가 더 크다.
로지 앳킨스, 조니 부르스, 제임스 코너, 노엘 킹스버리,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카시안 슈미트 등 현대 정원·조경계에서 큰 역할을 하는 여러 컨트리뷰터의 심도 싶은 글과 인터뷰도 만날 수 있다. 이 글들은 피트 아우돌프의 삶, 그의 식재디자인 방법과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는 방식, 그가 해 온 정원디자인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피트 아우돌프는 여러해살이풀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정원디자이너다. 그는 특히 꽃이나 꽃 색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형태에 주목한다. 책 뒤에는 피트 아우돌프가 자주 사용하는 대표적인 여러해살이풀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서 자연주의 식재디자인에 많이 활용되는 피트 아우돌프의 구체적인 식물 정보도 만날 수 있다.
책 속에서
“나에게 정원디자인은 단지 식물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분위기, 사색을 담아내는 일이다.”
“나는 화가는 아니지만 머릿속에 그려 낸 것을 땅 위에 표현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할지 볼 수 있다.”
“나는 첫눈에 아름답지 않은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삶의 여정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것이 어느 곳에나 존재함을 깨닫는 일이다.”
“정원은 눈으로 감상하는 풍경화가 아니라 늘 변화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나는 한 해 동안 식물 소재가 어떻게 성숙해 가는지, 또 이웃한 식물과 어떻게 어울리며 살아가는지 그 생활사에 관심이 있다. 마치 좋은 결혼 생활처럼 말이다.”
“예술가가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식물을 잘 알고 싶었고 식물을 통해 저를 표현하고 싶었죠. 저 스스로 감동을 느끼는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도 감동을 주는 무언가를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색보다는 구조가 핵심이고 색은 그 위에 얹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정원의 한쪽 끝에서만 색으로 빛나고 다른 쪽 끝에서는 빛을 발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색상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반복과 균형은 늘 그 일부입니다. 하지만 색상 뒤에 남는 것은 구조입니다. 정원을 디자인할 때는 식물의 개성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야 합니다. 키는 얼마나 자랄까? 잎 모양은 어떨까? 꽃이 지고 나면 어떻게 보일까? 식물은 개화기 말고도 정원에 기여하는 기간이 길수록 훨씬 흥미롭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개화 후의 정원이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고요하고 조용해지며 개화기보다 훨씬 더 농밀해지기 때문입니다.”
“자연을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정원이라 생각하고 소중히 여겨야 하지만, 우리는 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원하는데 그것이 바로 정원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정원을 한시적인 것으로 봅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즐거운 간주곡으로 비칠 뿐, 제가 좋아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20년 후에는 다를 것입니다. 정원도 변할 것이고
, 정원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바뀔 것입니다. 정원이 어떻게 보일지, 그 아름다움이나 미학에 관한 견해는 항상 우리가 사는 시대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요.”
그는 언제나 수년간 축적된 정원 가꾸기 경험에 의지하는 것을 선호했는데, 이는 매우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것이 바로 피트 식재의 성공 비결이다. 그는 원예적 근본에 충실하고,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식물 소재에 정통하며, 어떤 식물을 함께 조합할 수 있고 없는지, 어떤 식물이 계속 살아남을지, 장기적으로 식물이 어떻게 변화할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뛰어난 리듬감과 비례감, 또 무엇보다도 정원예술과 순수미술을 구분 짓는 시간적 차원에서 식물을 효과적으로 조합할 수 있는 비범함을 지녔다. - 서문 중에서